사적이지만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

<단단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마음> 저자 최서연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0-24 16:01:04



책 소개


[단단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마음]은 최서연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작가가 최근 2-3년 동안 헤어짐과 계속되는 이직을 겪으면서 깊은 우울증과 무기력증 속에서 헤매다, 조금씩 조금씩 걸어 나와 마음의 평온을 찾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자신과 같은 힘든 기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따뜻함이 되어 몇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책을 펴냈다.


최서연 작가의 [단단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마음]은 그의 바람대로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최서연


목차


안녕하세요. 최서연 입니다 11 / 내 영혼을 좀먹는 회사 13 / 일상에서 도망치기 27 / 여행을 가도 멀어지지 않는 일상 37 /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47 /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61 / 점점 길어지고, 무거워지는 하루 하루 69 / 너랑 왔을 때 보다 행복해 73 / 행복한데, 왜 자꾸 내 생각에 들어오는지 79 / 구멍난 나무는 약한 바람에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85 / 이 것만 하면 네가 돌아올 것 같아서 89 / 나름대로 번듯한 직장을 찾았다 (너한테 보이려고,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101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111 / 다 읽어보지도 못한 책의 마지막 장을 열어버린 기분 121 / 즐거워 보이려고 발버둥치기 131 / 먹고 사는데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 관계 135 / 멈출 수 없는 먹고 살기,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139 / 꽃을 꽂으면서 배운 것들 149 / 그래도 먹고 살수는 있어서 다행이다 155 / 진통제는 항상 나를 망친다 159 / 고통스러운 먹고 살기 163 / 나한테도 따뜻한 것이 있기는 하구나 167 /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또는 할 수 없는 일들 175 / 반만 하자 191 / 가까운 사람이 우울해하면 어떻게 해줘야 하지 201 / 필라테스 강사로 다시 시작하기 207 / 살다보면 아주 가끔은 반가운 일이 213 / 동굴에서 나오기는 어려워 217 / 공기같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 221 / 원래가 죽는거였으니까,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보너스 231 / 내 마음만 편하면 그만이지 235 / 쉬는 것도 쉽지 않아 239 / 보통의 날로 돌아왔다 245 / 평안에 이르렀나 251 / 내 기분 맞춰주기 정말 피곤하다 259 / 단단해진 것 같지만 두부일지도 모르는 267 / 엄마가 나를 안아주었다 271 / 그리고 다시 파도를 맞으러 간다 273 /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게 해 주셔서 275 / 아무리 해도 어려운 것 281 / 에필로그 287 / 땡스투 295


본문


"그건 완전히 계약 위반이지."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게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내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창수 과장한테 따로 얘기할계."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팀장들도 내가 주시할테니까 ."


"네."



"뭐 다른 거 힌든 건 없고?"



"제가 중간 직급이다 보니까, 신입 직원들 다 함께 힘들게 일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도와줄 수 있는 건 많이 없고, 성과가 잘 안 나니까 다 같이 지치는 거 같아요."


"내가 대놓고 칭찬은 잘 안 하지만 구매팀은 기복이 없는 편이야. 많이 바쁘거나 인원이 없을 때도 평균 이상은 항상 유지하니까 잘 하고 있는 거야. 중간에서 많이 들어주는 입장이니까 가장 힘들 때 지. 나도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네."



"후임들이 힘들어하는 거 잘 들어주는 것 만해도 큰 도움될 꺼야. 잘 하고 있잖아, 서연씨."


"네, 감사합니다."


면담실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갔다. 마음이 쿵덕쿵덕 뛰어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3층에 있는 우리 팀 사무실은 조용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용기를 냈고, 무거운 면담실의 철문을 밀고 들어가 팀장들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지 얘기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내 마음안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순간에는 나 자신이 조금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상사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로 회사 분위기가 바뀌고, 평판이 결정되는 회사에서 상부의 잘못을 그 윗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말을 하면 말을 하는 대로 나는 힘들어 질 것을 알고는 있었다. 내가 매일 얼굴을 맞부딪히고 일하는 건 그 윗사람들이 아니라 팀장들이니까.


'어떻게든 못살게 굴겠지.'


하지만 말을 해도 괴롭고 말을 안 해도 괴로울 거라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쪽을 택하자고 마음먹었다. 어쩌면 알량한 정의감으로 내가 다른 직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맨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직원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틀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모든 것이 변할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안 변했다. 팀장들은 여전히 뭐가 잘못된 거였는지 모르는 눈치였고, 부당하게 삭감된 근무시간과 급여도 그대로였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딴에는 정말 큰 용기를 냈는데, 뭔가 변할 것 같다고 기대했던 건 순진한 내 생각일 뿐이었다.


- 내 영혼을 좀먹는 회사, 14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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