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실용음악과 대학생의 취향 탐험기
<취향을 찾아서> 저자 석영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0-23 20:28:17
책 소개
[취향을 찾아서]는 석영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27살 늦깎이 신입생으로 모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석영 작가가 취향을 찾아 나서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말한다.
"저는 재수, 삼수, 사수, 오수, 육수를 겪으며 겨우 합격했어요. 오랜 기간 수험생으로 지내다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겨우 대학생이 된 저는 이제 행복하게 다닐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요.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취향이 없는 실용음악과 학생이라니.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취향을 찾아 떠나기로 했습니다. 본인의 취향이 궁금하신 분은 저와 함께 떠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석영 작가의 에세이 [취향을 찾아서]는 아직 자신의 취향을 알지 못해 헤매는 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석영
자리 '석'에 비칠 '영'으로 저의 자리가 빛이 나길 바라며 만들어주신 이름입니다만, 저 하나보다는 주변을,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비추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목차
총 222페이지
본문
종일 음악을 찾고, 들었지만 어째 이 여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어떤 근거로 음악을 '한다'고 했던 걸까? 취향아, 너 어디에 있니? 취향을 찾는 일은 나침반도, 망원경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처지 같았다. 그 바다의 이름은 아마도 '취향의 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노를 젓다 보니 이곳까지 흘러 흘러 왔나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자욱한 안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 속에서 겨우 연명하는 꼴이었다.
고민에 지칠 때면 익숙한 방법을 택했다. 입시를 준비할 때처럼 '연습'하는 것이다. 목표는 오로지 가수와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부르기. 어찌 보면 '연습'보다는 노래 '훈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다가가면 해야 할 일이 명료해진다. 취향 앞에서 연습이 답이 될 수는 없었지만, 막연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했다.
시간은 매섭게 흘렀고 6월이 되었다. 봄바람도, 벚꽃잎도 지나, 건강한 초록이 제자리를 찾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곤 제자리걸음뿐이었다. 이제 곧 매미가 울어대고 비도 쏟아지겠지. 나는 그 센치한 순간에 어떤 음악을 듣지? 애꿎은 하늘만 탓하기 시작했다.
'취향. 취향이 뭔가요? 있기는 한가요?'
어디 물어볼 수도 없는 답답한 기분. 불평불만해도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으니 며칠 뒤에 있는 시험 준비나 하기로 했다.
실용음악과의 기말고사는 실기 중심 과목이 대부분이다. 간혹 이론 과목도 있었지만, 심적 부담감이 달랐다. '이론은 몰라도, 연주는 포기 못 해!' 같은 마음이랄까? 어릴 적 중, 고등학생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미술, 음악은 놓칠 수 없다며 안 간 용을 썼던 그때. 다른 과목들이 배점이 높았음에도, 이상하리만큼 예체능 점수에 민감했다. 나름 마지막 자존심이었나보다. 지금은 전공 실기의 비중이 훨씬 높으니 내게는 안성맞춤. 한 학기 동안 나의 훈련 성과를 확인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눈에 불을 키고 연습실로 향했다.
- '이 곳은, 취향의 바다.', 15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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