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마주한 어느 순간에 떠오른 나의 이야기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저자 나하나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19-10-21 19:41:35



책 소개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는 나하나 작가의 에세이로, 35살 남편, 4살 딸, 3개월 된 아들을 집에 두고 프라하로 홀로 훌쩍 떠나 쓴 엄마의 가출일기다.


작가는 프라하에서 마주한 어느 순간에 떠오른 '자신의 이야기', 한 번도 누구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고 책에 담았다.


떠나온 여행은 너무 즐거웠지만, 아픈 상처를 꺼내 쓰는 일은 어려웠다. 하지만 막상 그 아픔을 꺼내고 보니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말한다.


'훌륭한 문장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담담하고 소소하게 써 내려간 글로, 읽는 분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하나 작가의 에세이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는 홀로 마음속에 담아둔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홀로 여행을 꿈꾸는 엄마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것이다.


[출처: 아인서점]

저자 소개


저자: 나하나



집 밖에서는 배달의 민족 조직문화를 알뜰살뜰 챙기는 피플팀으로 활동하다가,


집 안에서는 가빈건우 두 아이를 챙기는 평범하지만 열심히 사는 워킹맘입니다.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하고 싶은 의욕충만인 엄마이지만,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세상 가장 행복하지만, 소소하게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참말로 좋아하는 흔한 엄마가 흔하지 않은 가출을 했습니다.


목차


오랜만, 일기 11 / 엄마 좀 나갔다 올게 14 / 기저귀 가방도 필요없다, 좋다 18 /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20 / 오늘은 엄마 말고, 나 할래 24 / 교에서 비나이다 30 / 소소했던 소원들 35 / 그리고 가장 간절했던 소원 38 / 로션공주입니다만 43 / 시계탑에 올라보니 50 / 갑자기 엄마생각 59 / 절대로 가볍지 않은 이야기 64 /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 69 / 분리하기 78 / 눈이 부시게 80 /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았다가 87 / 그럼에도 불구하고 94 / 프라하에서 BTS 98 / 우아하게 모차르트 103 / 천국이 있다면, 할슈타트 109 / 버티다 보면 118 / 솔직히 엄마도 조금 힘들었어 124 / 반짝반짝 작은별, 프라하의 밤하늘 132 / 보고싶다 똥깡아지들아 136 / 엄마가 주는 선물 143 / 때로는 거리를 둔다 148 / 낯선 여행자, 그곳에서도 엄마 153 / 여행의 습관 156 / 나의 첫 연애남편 162 /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69 / 널리 남편을 이롭게 하라 176 / 그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82 / 프라하, see u again 185



그리고 [이따금 프라하가 그리워질때면] 187


본문


나홀로 프라하에 와서 이곳 저곳 거닐다 보니 그간 쌓여 있던 분노지수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 수십가지의 욕구와 개성으로 가득찬 네살을 대하다보면 앵그리버드가 된다. 화를 냈다가 뒤돌아서서 후회 했다가를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이가 크게 잘못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그토록 화가 났고 아이를 혼냈을까 하면서 허무해질 때가 많았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내린답은 항상 '인내심 1번만 더 썼으면 됐을 일인데'였다.


미운 일곱살에서 다섯살로 바뀌었다가, 요즘은 미운 네살이라고 한다. 그 무섭다는 네살이 우리집에 살고 있다. 동생이 생긴 이후부터는 동생싫어증까지 더해져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떼쓰기 한번으로 온집을 뒤집어 놓는 타노스급 네살이 탄생했다. 동생의 몸부림에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놓고는 자기를 때렸다며 울고불고 대성통곡을 하지를 않나, 엄마가 바쁜 틈을 타 엉덩이를 동생 얼굴에 갖다 대고는 나름의 힘조절을 하며 짓누르기를 반복한다. 그런 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동생을 예뻐하는 중이라며 호탕하게 하하하 웃고 사라지는 딸이다. 배꼽 아래에서부터 힘차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짓누르며, 동생을 예뻐하는 누나가 참 멋있다며 세게 만지면 건우가 아프니 살살 만지자고 타이르면 자기는 세게 누른 적이 없다고 한다. 너무 뻔뻔한 그녀의 연기에 잠시 감탄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의 참을인 그릇이 바닥이 났을 때는 결국 포효하며 잠시 '어미 사자'가 된다.


나는 아이의 변덕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내 마음도 하루에 열두번은 더 바뀌면서, 고작 4살 변덕을 참아줄 아량이 없다니 너무 충격적이다. 나만 어른답지 못하게 이런 것인지 다른 엄마들에게 묻고 싶기도 하다. 한번은 사과를 먹는다고 해서 예쁘게 깎아 대령 했더니, 자기가 말한 사과는 이게 아니라며 사실은 포도를 말한 것이라 했다. 바나나를 달라해서 주면 어떤 날은 까서 줬다고 울고, 어떤 날은 안 까서 줫다고 울지를 않나. 우리 이모였으면, "주는대로 먹지, 지랄하네 가시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울음이 오가는게 싫어서 필요한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사과가 맞니?", "껍질은 어떻게 해서 줄까?", "이렇게 하는게 맞니?" 그덕에 음식에 있어서 그녀와의 마찰은 조금씩 줄일 수가 있었다.



- 때로는 거리를 둔다, 148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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