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평균 5,000자 분량의 초단편소설집
<사투리 통역사> 저자 덕화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0-16 11:11:55
책 소개
[사투리 통역사]는 덕화 작가의 초단편소설집이다.
책은 편당 평균 5,000자 분량의 초단편소설 10편으로 구성되어 등교길, 출퇴근길, 잠들기 전 등 바쁜 현대인의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채워준다.
작가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삽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단편소설들은, 편당 읽는데 10분 이상 걸리지 않는 짧은 분량에 비해 긴 여운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덕화
필명으로 '덕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설과 패션을 좋아하는 직장인입니다.
목차
극장 10
녹물 22
밤의 사무실 40
사투리 통역사 56
옷의 시간 74
캡슐 커피 88
꽃샘 추위 96
미지근한 맥주 108
이름 116
기분 나쁜 폭우 130
본문
2,050년 강남역 사거리
쾅!
(김모 씨, 서울, 싼타페 차주) '아 뭐야 진짜! 차선도 제대로 안 보고 운전하나... 어? 뭐야 대구 번호판이잖아, 더럽게도 꼬이네! 진짜'
으레 접촉사고가 나면 우선 차에서 내려 상태를 차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상대 운전자와 시시비비를 가리기 마련이지만 김 씨는 상대 차량의 '대구'번호판을 확인하고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핸드폰을 꺼낸다. 그는 보험회사, 경찰, 그리고 '한국사투리통역공사' 순으로 전화를 돌린다. 5분 정도 지나 사고 현장엔 보험회사 직원이 도착했고 곧이어 교통경찰관이 도착했지만, 그들은 주변 차량을 통제할 뿐 누구도 양쪽 사고 차량 운전자와 대화를 하거나 사고 경위에 관해 물으려 들지 않는다. 10분 정도 더 지난 후에 통역공사 직원인 사투리 통역사가 A가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관은 양쪽 운전자에게 사고를 조사하고 보험회사 직원들은 운전자의 사고처리 일정과 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을 설명해준다. 물론 그 모든 대화는 사투리 통역사를 A를 통해 이루어진다.
- 사투리 통역사, 26페이지 중에서 -
'검사 측 심문하세요'
인간 판사의 지시에 인간 검사는 일어나서 내가 마치 살인이라도 저지른 것 마냥 몰아치듯 추궁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나를 대변해줄 뱀파이어 변호사는 항소심 시간에 해가 너무 강하게 내리쬔다는 이유로 변론을 거부했다. 아마 자신의 관 속에서 핸드폰으로 속 편하게 재판과정 중계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모든 재판과정이 뱀파이어인 나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재판부에서 모든 재판을 해가 중천에 떠있을 시간에 잡는 것 자체가 썩 유쾌하진 않았다.
'피고는 철저히 계획적으로 본 사건을 계획했습니다. 우발적이 아니라 피해자를 물기 위해 약 3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3개월 동안 피해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경계를 풀게 하고 심지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물기 전 식사 시간도 아닌데 양치와 가글까지 하면서 철저하게 범죄를 준비했습니다. 피고는 본인의 범죄행위가 계획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십니까?'
사랑도 그 범죄행위에 포함이 된다면 계획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답하기 전에 반대편에 앉아 있는 K를 3초간 지그시 바라보았다.
- 밤의 사무실, 10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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