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살아질 수밖에 없는 삶, 그리고 짧게 스치는 단상

<사라지는, 살아지는> 저자 안리타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19-10-12 00:36:04


책 소개


[사라지는, 살아지는]은 안리타 작가의 단상집이다.


작가는 사라지고 살아질 수밖에 없는, 지치는 현실에서 돌아와 매일 산책을 하며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받았다. 그 속에서 짧게 스치는 단상을, 그들의 언어를 발견하고는 글로 써 내려갔다.


안리타 작가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단상집 [사라지는, 살아지는]은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안을 줄 것이다.


[출처: 다시서점]

저자 소개


저자: 안리타


목차


총 128페이지


본문


잘 사라지는 중입니다. 어쩌면 사라지는대도 사라지고 싶어서 살고 있는다 해도, 살고 싶어서 이렇게 짓거리나 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떠나지 말라고 해도 떠나는 이 의지와 무관한 채 살아지는 숱한 계절들을 통과하며 잘 사라지는 일.


그대와 나와 바람과 눈물과 꽃과 노래와


열병과 오한을 깍지 낀 채 마치 기도문을 외듯


이토록 간절히 속삭이며 잘 살아지는 일.



네,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지고 살고 싶은 날에도 살고 있는, 이런 알 수 없는 생의 한가운데를 오래 서성입니다. 단지 우리 잘 사라지기로 해요.


그리고 우리 잘 살아지기로 해요.


- '사라진다, 살아진다', 5페이지 중에서 -


앞으로 이 계절은 나를 몇 번이나 찾아올까요?


알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 날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 떨어질 꽃잎은 꽃잎도 모릅니다.


우리의 내일처럼요.


우리는 살아야 하고 꽃잎은 꽃을 열 뿐입니다.


알 수 없는 채로 해야 할 뿐입니다.


- 알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4페이지 중에서 -


글을 쓴다는 것은, 소복하게 쌓인 흰 눈을 처음 걸어보는 것처럼 지면 위에 조심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와도 같다.


그렇게 걷고 걷다 보면, 발아래 온기를 따라 풀들도 자라고 꽃들도 피겠지. 꽃잎 위에 나비도 앉고, 새 한 마리 찾아와 구름을 쪼아 대기도 하겠지. 빗방울이 한껏 정밀묘사하고 나면, 마음에는 다 자란 풀들이 온갖 녹음을 뽐내기도 하겠지.


- 쓴다는 것, 7페이지 중에서 -


너는 내게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가장 작은 마을에서 평생 꽃잎을 닦는 일을 할거야.


꽃들의 언어를 해석하며 시를 쓰는 생을 살겠지.



아니다. 차라리 꽃으로 태어나자.


아무도 살지 않는 숲속에서 원 없이 피고 지자.


- 꽃으로 태어나자, 11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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