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작지만 소중한 당신의 한 걸음을 응원하기 위해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저자 이내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0-10 23:15:29
책 소개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는 노래하며 글을 쓰는 이내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책은 작가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것이다.
'길 위의 음악가', '어디서나 동네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내 작가는 전국의 작은 책방과 카페를 여행하며 사람들과 풍경을 마음에 담고 눈에 새겼다.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것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고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고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일지 언정, 불편은 상상력이 되고 재미가 되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게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내 작가의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는 이제 시작하고 한 걸음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내
"길 위의 음악가, 어디서나 동네 가수, 일기와 편지로 노래를 만들어요. 가깝고 편하고 따뜻한, 목욕탕 같은 노래를 불러요."
이렇게 소개하며 전국의 작은 장소들에서 노래했다. 다녀오면 그 이야기를 조잘조잘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기록했다. 일기와 편지가 노래가 되었듯, 기록된 이야기들은 책이 되었다. 한 걸음만큼의 용기를 내자, 다독이며 걸어온 삼십 대의 가운데에서 슬쩍 뒤를 돌아보니 작은 발자국들이 보인다. 그와 그녀와 너와 내가 함께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 걸음의 용기를 노래한다.
1집 지금, 여기의 바람
2집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3집 되고 싶은 노래
손바닥 소설 《작은 집》 가사詩집 《수전증》
목차
추천사 7 / 쏟아지는 생각을 멈추지 않으며 12 / 일단은 어쨌든 조만간에 20 / 니가 있는 마을 28 /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36 / 볼 수도 만질 수도 설명될 수도 없는 42 /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면 50 / 오늘은 희망을 잠시 58 / 엄마와 3일간의 기차여행 64 / 자주 만나는 건 아니지만 언제 만나도 한결같은 72 / 만나고 배우고 이야기하고 웃고 80 /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함께했던 96 / 경계 없이 손 내밀 준비가 된 102 / 부족함은 상상력이 될 수도, 불편함은 재미가 될 수도 110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존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116 / 햇살이 좋으니 산책을 하자고 122 / '가장 무용(無用)한 시간'으로 지금을 견디겠노라며 128 / 늘 노래가 흘러넘치기를 134 / 일상을 노래로 만들고 140 / 고마움이 쌓여서 다음을 146 / 두려운 것을 마주했더니 예쁘고 반짝이는 154 / 기타 한 대와 노래만 가지고도 160 / 계속해서 걷고 이야기하고 168 /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결과물 174 / 폐를 끼칠 수 있는 용기 180 /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186 / 오래된 매일을 노래할래 192 / 허술한 장소에 모두 모여 온기를 200 / 누군가의 시간과 기억을 빼앗긴 자리마다 206 / 부산발 진주행 212 / 연극이 끝나고 난 후 218 / 이 꾸준하고 번거로운 역할에 대하여 224 / 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230 / 되고 싶은 노래 236 / 에필로그 245
본문
서른 무렵에 기타를 시작했다. 몇 년 흐르면서 내 노래가 생기고 소담하게 모인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나를 한번 음악가라고 쑥스럽지만 불러보자. 이왕 역마살이 가득하니 궁금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여행자의 공연을 꾸려보자. 이렇게 생각했더니 신기하게도 이곳저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진짜 노래여행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한 기록하자. 자연스러운 다음 생각이었다.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라고 이름도 지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두근두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언제나 두근두근. 누군가가 자신을 '길 위의 철학자'라고 표현해서 맘에 쏙 들었는데 이제 나 자신을 '길 위의 음악가'라고 불러보자, 하니 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만 같은 봄이었다.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기울어졌다. 이렇게 쓰고 나니 한참을 뭐라고 이어나갈지 몰라 모니터 위에 커서만 깜박거린다.
4월엔 미리 계획해둔 공연이 꽤 있었다. 몇몇 뮤지션이 공연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분노와 슬픔이(혹은 분노로 표출된 슬픔이) 온 나라에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나는 공연을 취소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이제 막 공연을 다니기 시작한 내 욕심인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과 일단 만나서 마음을 나누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고 불편함을 안고 작은 공연들을 이어 가기로 했다.
사고 며칠 후 공연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생각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길을 걸으며 문득 횡단보도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어린이를 위해 교통 지도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들을 보았다. 저분들이 자기 일을 놓지 않았듯, 이제 막 음악가라고 부르기 시작한 나도 나의 일을 계속 시작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어보았다.
- 쏟아지는 생각을 멈추지 않으며, 1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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