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들의 손끝에 열광하는 이유
줄리 앤 줄리아 x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Jess
kwonho37@daum.net | 2020-09-05 17:25:00
‘삼시세끼’ 부터 시작해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 요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TV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추세다. 다른 이가 기깔나게 요리하고 맛깔나게 음식 먹는 모습을 아무리 빤히 들여다본다 한들, 스크린 너머로 그 냄새나 맛이 전해지는 것도 아닌데 소위 ‘쿡방’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은 요리 영화계의 대표주자인 [줄리 앤 줄리아], 그리고 제목서부터 입 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책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통해 그 해답을 파헤쳐볼까 한다.
실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줄리’와 ‘줄리아’ 두 여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먼저 2002년, 뉴욕에 살고 있는 줄리는 전화상담원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비전 없는 직장에서 판에 갇힌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낙은 요리이다. 퇴근 후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하루의 안 좋았던 일들을 날려 보내던 줄리는 남편의 권유로 인해 요리 블로그를 시작하고, 365일 안에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프랑스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524개 레시피를 모두 만들겠다는 도전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1949년, 처음 요리를 시작하게 된 줄리아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남편을 따라 파리에 가게 된 그녀는 취미 생활로 요리를 시작하게 되고, 여성 최초로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에 지원한다. 뜨거운 열정과 타고난 낙천성으로 빠른 기간 안에 프랑스 요리에 통달하게 되는 그녀는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을 만나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법’ 책을 출판하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이처럼 두 여인은 각각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 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펼쳐지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은 당장이라도 프랑스로 떠나고 싶게 만들 만큼 매혹적이다.
잠시 눈을 돌려 이번에는 중남미, 멕시코로 향해보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열두 개 목차는 ‘장미꽃잎 소스를 얹은 메추라기’, ‘호두 소스를 얹은 고추’ 등 생소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요리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리에 대한 책일까 싶지만, 사실은 환상적인 요리들이 완벽하게 녹아든 열렬한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아름다운 소녀 티타는 건실한 청년 페드로와 사랑에 빠지지만, 막내딸이 어머니를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전통 때문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
페드로는 조금이라도 티타와 가까이 있고 싶어 그녀의 언니와 결혼식을 올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위험한 사랑은 시작된다. 티타는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담아 요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까지 묘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평범하지 않은 설정에 중남미 문학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이야기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고. 요리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세한 레시피는 진한 풍미를 더한다.
우리가 맛난 음식이 잔뜩 등장하는 대중매체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요리를 하는 과정, 혹은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감정의 정수는 스크린 혹은 종잇장 너머까지 흘러나와 우리를 따스하게, 포근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감싼다. 잠깐, 그러고 보니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 는 표현이 바로 여기서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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