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단편집 l 혼자 가는 먼 집 l 고현진

독립출판물 읽어주는 뮤즈TV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20-06-15 15:37:00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글을 쓰는 능력은 출근길이 반복되며 퇴화 되고 있었다. 글을 쓰게 된 건, 훨씬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나의 놀이였지만 처음의 학부는 호텔경영과였다. 공부를 마치고 회계팀에서 근무를 하면서 조금만 더 늦으면 ‘나의 삶이 부정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여름에 부랴부랴 편입 준비를 하고 운이 좋게 그 다음해에 편입이 되어 문예창작을 공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게 배우는 것 이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몰랐었다. 치기 어린 생각으로 글을 쓰겠노라 다짐만 했었지, 나는 좀 더 시간을 들여 쓰는 일에는 안일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큰 출판사가 아닌 이상, 작은 출판사들은 일의 강도가 높고 페이는 형편없었다. 그런 와중에 글이 써질리 만무했다. 나는 ‘고급 독자’ 축에도 못 낄, 쓰는 일과 무관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힘들수록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내 안에 이야기만으로 풀어질 무언가가 있다는 답답함이 늘 맺혔다. 학창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선을 읽으면서,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 가사를 읽으면서, 고등학교 때 두통으로 혼자 운동장에 나와 앉아 바라보던 어린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상의 어떤 매개체를 핑계로 나는 글이 참 쓰고 싶어진다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내가 편집한 글을 누군가는 서점에서 편안하게 읽게 될 터였다. 그 여유로운 책꽂이로 나는 미처 손을 뻗지도 못하고 일에 시달리던 나날 중에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써야만 하겠구나.


글을 쓰려고 앉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내 안의 이야기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야기가 있다. 나는 누구나에게 있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내 안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준다면 참 고마웠고,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참으로 고개를 끄덕일만 했다.


나의 글은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쓰이는 것이 많았다. 굴삭기로 지난 시간을 파내려가듯 드러나는 어린 날의 이야기는 나조차 잊었던 기억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줬다.
나의 기억들로부터 시작된 지난 이야기가 읽는 모두에게 어느 날을 회상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하며 적어보려고 한다.


그렇게 연재하게 될 이야기는 나의 유년시절에게 건네는 인사,
“안녕, 나의 지난 이야기들.”



이 이야기를 읽고 떠오를 당신의 이야기에게 건네고픈 한 마디,
“안녕, 당신의 지난 이야기들.”


우리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믿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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