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7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서울에서 직장인을 살아간다는 것' 박인경작가

일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 모든 사람이 나답게 살 수 있기를

강문영

kwonho37@daum.net | 2020-06-05 13:25:00

'힙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작가님이 바로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박인경 작가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옥탑방책방에서도 처음으로 완판된 책이니만큼, 독립출판으로 냈던 것이 워낙 잘 팔리기도 했고
현재는 빌리버튼 출판사를 통해 내용과 디자인이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편집자 P가 준비했던 질문 이외에도 작가님 스스로 추가 질문들을 준비해오시는 적극성을 보고 '힙한' 느낌이 어디서부터 오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을 들여다볼까요?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저자 박인경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AHTMQDLEK.[출처: 강문영 기자]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가 박인경(이하 박)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작년 여름에 독립출판으로 발간하고, 얼마 전에는 출판사와 계약하여 재판하게 된 박인경입니다. 저는 글이라는 수단으로 제 안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솔직한 사람이나 순수한 표정같이 날 것 그대로의 마음에 약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런 이유로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4년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보육교사 일은 잠시 쉬고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P /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소개해주신다면
박 / 서울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일상적인 생각과 반복되는 감정을 기록했어요.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고됨과 치열함 속에 작은 여유와 소소한 기쁨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감성 에세이에요. 작년 여름에는 독립출판으로 출간했었고, 올해는 ‘빌리버튼’ 출판사를 만나 추가된 내용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더욱 풍성하게 구성하여 다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형서점에서도 제 책을 보실 수 있어요.

P / 독립출판과 기성출판 양쪽을 모두 경험해보셨는데, 느낌이 각기 다를 것 같아요.
박 / 독립출판 때는 제가 책방에 일일이 찾아가 개별적으로 입고했던, 힘들면서도 보람찼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대형서점 에세이 코너에 제 책이 진열된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P / 원래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박 / 2~3년 전에 우연히 홍대 ‘짐프리’ 서점에 들어갔다가 독립서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개성 있는 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흥미를 느껴 주말마다 놀러 가듯이 여러 독립서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일상적인 소재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매료되어 애정이 생겼고, 한두 권씩 모으다 보니 어느덧 20권이 넘는 독립출판물이 집에 있네요.

P / 그렇다면 독립출판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 / 있는 그대로의 날 것. 순수한 창작물이라는 점이 매력 같아요. 아무래도 기성출판물은 상업성과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는데 반면에 독립출판물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걸 우선으로 해서 개성 넘치는 책이 많아요. 친숙한 느낌도 강하기도 하고요.

P / 책을 만드신 계기가 무엇이신가요
박 / 원래 혼자 글을 써보는 정도에 만족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은 없다가 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관심을 두시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점점 남들과 공유할 글을 올리게 되었죠. 그랬더니 지인을 넘어 새로운 사람들도 공감해주시고 계속 찾아봐 주셨어요. 그때부터 글에 관심이 더 생기기 시작했고요. 독립출판물은 자기 의지만 있으면 만들 수 있잖아요? 저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거기에 대한 기록들이 쌓이니, 그것들을 모아 독립출판으로 내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찾아가 4주 동안 클래스를 수강했었어요.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을 만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유통이나 디자인 등까지도 배우게 되었죠. 판매해보자 해서 50권을 만들었고, 추가로 300권을 더 만들어서 판매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다른 분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저자 박인경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AHTMQDLEK.[출처: 강문영 기자]



P / 그럼 그 수업에서 유통도 배우셨는지
박 / 포장도 하나하나, 박스 같은 것도 1cm까지 재가면서, 일일이 포장했어요. 제 책을 고객들에게 보내고, 스스로 책 입고 의뢰도 해가면서 일련의 과정을 짧고 굵게 배웠어요. 짧은 시간이다 보니 구체적인 교육은 아니었지만, 독립출판을 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마감기한을 준다는 자체만으로 책을 만드는데 탄력을 가져다준 수업이었습니다.

P / 자신의 책을 내는 일이 버킷리스트에 있으셨나요
박 / 네. 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욕구로 인해 미술도 하고 싶었고, 사진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됐고, 또 그 사진에 맞는 글을 올리고 싶어져서 글을 쓰다 보니 주체가 사진에서 글로 넘어가게 된 거예요. 사진이나 그림 그리기는 취미 생활로 했었지만,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었는데 글은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왔고, 그것을 통해 자기표현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컸어요.

P /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신다면
박 / 독립출판물을 만들 때는 한 달 동안 직장생활과 병행 하면서 책을 쓴 거라 시간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퇴근 후나 주말에도 원고수정을 하고, 디자인 제본을 알아보고, 배송까지 해야 했죠. 직장생활과 출판을 동시에 한다는 게 어려웠지만, 그 과정이 직장생활에 활력을 가져다주었어요. 몸은 피곤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던 시간이어서 앞으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P /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더 재밌게 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박 / 책의 파트가 출근, 일, 퇴근, 주말 이렇게 네 개로 나뉘어 있어서, 출근길에는 출근 파트를, 퇴근길에는 퇴근 파트를, 주말에는 주말 파트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이 책의 제목이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지만, 지역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실 수 있는 이야기예요. 타향살이 하는 직장인의 애환과 서울살이의 치열함을 강조하고 싶어서 제목에 '서울'을 넣었거든요. 그리고 일 파트에서는 아무래도 '보육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언급되는데, 다른 직종의 일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입해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P / 요새 흔히 말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맞추기 위한 팁이 있다면
박 /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가 끝이라 주중에는 내 시간을 갖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에 일부러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메모를 하는 등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퇴근해서도 집에서 그냥 쉴 수 있지만, 카페에 나와 일기를 쓰거나,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는 했어요. 자기가 아마 알 거에요. 자기한테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 나 자신에 집중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P / 독립출판업계에 바라는 점 혹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박 / 아직도 많은 분이 독립출판을 잘 모르세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나중에 독립출판도 인디밴드나 인디음악처럼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은 분이 편하게 글을 많이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P / 영감을 받거나 내 시간을 갖기 위해 특별히 찾으시는 곳이 있나요
박 / 카페 가는 걸 좋아해요. 카페에 가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요. 그 공간에서는 오롯이 제 시간을 갖는다는 기분이 들죠. 카페에서 글을 쓴다던가,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하고는 해요. 또, 최근에는 제주에서 100일정도 지내다 왔는데요. 애월에서 마음에 꼭 드는 카페를 만났어요. 분위기도, 음악도, 드립커피도, 사장님과의 진솔한 대화도 너무 좋았지요. 그 공간에 가면 나의 어떤 감정이든 수용해주는 느낌이 들어 위안을 받았어요. 지금은 서울로 다시 올라왔지만, 아직도 그곳이 그립네요.

P / 다음 작품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박 / 제주에서 100일 정도 지내면서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하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50개 정도 연재했었는데요. 그때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제주에서의 기행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제주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마주하고 발견한 것들을 기록한 글이에요. 원고 내용을 추가해서 두 번째 책으로 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P /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박 / ‘내가 나 다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남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하잖아요. 우리가 모두 다르게 생기고 다양한 성향을 가진 것처럼, 삶의 모습도 다양한 방식이 있겠죠? 모두 비슷한 길로 가려고 하는 것, 누군가 정해놓은 삶의 방식에 따라가려고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아쉬워요. 나답게 살기 위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겠죠.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 모든 사람이 나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쓸 때 장소와 시간,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박인경 작가님.
독자분들도 그렇게 ‘나 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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