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연재 11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스르르 미소가 지어지는 '책방비엥'
책이 어렵고 조금은 서툰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곳
강문영
kwonho37@daum.net | 2020-09-05 13:23:00
너무 좋다
마냥 좋다
정말 좋다
흔히 '좋다'는 말을 다양한 부사를 붙여 더 좋음을 말한다
하지만 때로는 '좋다'
이 말 한마디가 충분할 때도 있다
그저 '좋다' 한 마디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곳
뭐 하나 빠지지않고 잘 어우러져 기분 좋게 미소 지어지는 곳
'책방비엥'을 다녀왔다
Q. 책방비엥은 무슨 뜻인가요?
A. 저희 건물 1층에 쿠아레비빵집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은 원래 북카페였는데, 제가 원래 독립출판물에 대해 관심이 전부터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가에 독립출판물을 놓았는데 주민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이게 무슨 책이냐고' 하시길래, '독립출판물을 제대로 소개해야 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카페 한 켠에 서점을 하기 시작했어요. '비엥(bien)'이 프랑스어로 '좋은'이라는 뜻으로 좋은 책방, 좋은 서점이라는 의미예요.
Q.제가 가본 서점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책이 정말 많이 있어요. 그런데 서점과 북카페의 경계가 조금 모호한 것 같기도 하네요.
A.언뜻 보시기에는 전체적으로 북카페 같은데 입구 쪽에 벽 한쪽만 서점으로 꾸며서 책을 사가실 수 있고, 안쪽은 카페라 커피 드시면서 책을 읽어보실 수 있게 구분되어 있어요. 보시면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이 아닌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책은 위에 도장이 찍혀 있어서 구별할 수 있게 했어요.
Q.장르 구분 없이 독립출판물을 모두 입고 받는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A.처음에 서점을 운영할 때는 입고 문의를 주신 분들이면 거의 다 받았어요. 왜냐면 책들이 별로 없어서 일단 다 받았거든요. 하하. 그리고 독립출판물이라는게 딱히 장르라고 구분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에세이, 시집은 물론이고 사진집, 여행집 등 다양하게 받았는데 지금은 책이 많이 들어오다보니 공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입고 문의를 받을 때 이미 저희 서점에 있는 책과 비슷한 책보다는 새로운 책들을 조금씩 선별해서 받기 시작했어요.
Q.제가 알아보니까 은평구에는 독립서점이 책방비엥 하나 있더라고요. 마포나 해방촌처럼 독립서점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서점들끼리 같이 작업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서점을 하면 더 시너지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북카페를 은평구에서 시작하셔서 서점도 같이 이 곳에서 시작을 하신건가요?
A.사실 제 디자인 사무실은 중구에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작업 때문에 은평구를 오게 되었는데 이 곳 주민분들이 너무 좋으신거예요. 그리고 은평구로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은평구에는 저희 서점이 독립서점으로 유일해요. 건너편에 헌책방이 있는데 거기는 저희와 조금 성격이 다르고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은 저희뿐인데 그래서 은평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았어요. 은평구가 도서관이 많이 있고 잘 되어있는데 저희가 독립출판물을 도서관에 위탁하기도 했고, 유일해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나 사업들을 할 수 있는게 좋은 것 같아요.
Q.최근에 '여행지에서 만난 물건'이라는 주제로 플리마켓을 하셨더라고요. 어떠셨나요?
A.여행을 가면 기념품이라고 해서 물건을 하나씩 사오게 되잖아요. 그런데 오래두다보면 딱히 쓸데는 없고 추억팔이는 할 만큼해서 버려야하나 싶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획하게 되었고, 꽤 반응이 좋았어요. 저희가 1층에 빵집이 있고 지하에 빵공장이 있는데 그 공간을 활용해서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Q.플리마켓을 하시면서 인상깊었던 셀러도 있었을 것 같아요.
A.저도 그렇지만 여행을 가면 먹을 거를 기념품으로 많이 사왔거든요. 그래서 분명히 여행을 다녀왔는데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는거에요. 먹을 거는 다 먹어버리고 남는게 없으니까. 그런데 셀러분들 소개 중에 여행을 가면 술을 많이 사오기 때문에 빈 병이나 뚜껑만 남아있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몽골에 다녀오신 분이 양털 제품들을 판매를 하셨는데 인기가 좋아서 기억이 남았어요. 이번 플리마켓은 기념품에 담긴 여행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더 의미있던 것 같네요.
Q.인스타그램을 보니까 플리마켓처럼 책방비엥에서 전시와 강연과 같은 행사들을 많이 기획하시더라고요.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으신가요?
A.행사는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획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책 선물하실 때 북커버를 씌워서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북커버 원데이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수강하시는 분들이 이런 의도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리고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는 독서모임이 있는데요. 벌써 1년 정도 되었네요.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이야기의 대부분은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더 많답니다. 하하.
Q.책방비엥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 책방지기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방지기님은 어떤 계기로 책방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셨나요?
A.저는 쉽게 말씀드리면 여기로 취직을 한거예요. 대학 때 국문학과를 다녔는데 책 읽는게 좋아서 갔는데 글을 분석하는 것만 4년 내내 배웠어요.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글을 쓰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하. 국문학과라고 하면 다들 물어보시더라고요. 글 쓰는 거 좋아하냐고. 사실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책을 좋아해서 국문학과를 진학을 했는데 막상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가르치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걸 느끼면서 포기를 하게 되었죠. 그리고 졸업을 하면서 구직 활동 중에 북앤카페 쿠아레를 알게 되었는데, '북카페니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 책방이 생기면서 일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Q.북카페에서 일을 하니까 책을 많이 읽으셨을 것 같아요.
A.보통은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요. 서점이 생기면서 할 일이 많이 늘었는데, 책 정리는 물론이고 메일 확인도 해야하고 재고관리도 해야하고. 카페 업무 외에 서점에서 해야 할 부수적인 일들이 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줄었어요. 북카페만 운영을 했을 때는 카페 업무를 다하고 손님이 안계시거나 커피 주문이 없을 때를 이용해서 책을 읽곤 했는데 서점일이 생기면서 그때만큼 책을 읽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독서모임을 통해서 독서량을 채우고 있어요. 하하.
Q.국문학과 전공이라면 흔히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었을 거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방금 전에 손사래 치시면서 저한테 이런 질문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하셨는데요. 하하. 그래도 빼 놓을 수 없는 질문이죠. 책방지기님은 서점 운영 전부터 책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나요?
A.이런 질문도 정말 많이 받았었는데요. 저희 과 졸업생들 중에 작가 지망생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쓰는 건 전혀 아닙니다. 하하. 독립출판물을 보면 '나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일기는 꾸준히 쓰려고 하고 따로 끄적이기도 했었는데 제대로 책을 내야겠다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어요.
Q.책방비엥과 같은 독립서점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는데, 책방지기님은 독립출판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독립출판이라는 게 개인이 원고부터 입고까지 직접하기 때문에 거쳐야할 것도 굉장히 많고 신경 써야할 부분도 많은 작업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죠. 틀에 박히지 않고 신경 쓴만큼 드러나는 게 독립출판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Q.그렇다면 책방지기님에게 '책'이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나를 좀 더 알게 되고,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나와 같은 꿈을 꾸었고
나와 같은 이유로 다른 꿈을 꾸고 있고
지금은
나와 같은 시간에서 꿈을 향해 가는
책방지기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이 어렵고 조금은 서툰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곳
'책방비엥'에서 당신의 취향저격인 책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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