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이야기
<경찰관속으로(부제: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 저자 원도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09-25 18:10:21
책 소개
매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파출소-지구대, 동네마다 있고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경찰관. [경찰관속으로]는 늘 봐왔지만 깊게는 알 수는 없었던 현직 경찰관인 원도 작가가 쓴 글이다.
작가는 '인구가 한 명 줄어버린 관내를 아무렇지 않게 순찰 돌아야 하는 직업'.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름 없는 사람을 만나고 폭력에 노출되고 부당함에 맞서다 쉽게 부서질 수도 있는 이들이 경찰관이라고 말한다.
[경찰관속으로]는 경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이자, 경찰관으로서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결코 지나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과연 죄란 무엇이고 형벌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있으며, 경찰관으로 일하며 부딪힌 한계와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책 제목이 '경찰관 속으로'이기도 하지만 '경찰 관 속으로'이기도 하다.
책은 경찰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상처받은 이야기, 가슴에 묻어 둘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언니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풀어냈다.
개정판에는 10편의 글이 추가되었으며 변영근 작가의 일러스트가 표지에 사용되었다.
독자들은 [경찰관속으로]를 통해 경찰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미와 노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원도
집에서 10분 거리 여중, 30분 거리 여고 졸업, 50분 거리 대학교 철학과 자퇴. 그리고 현재, 집에서 5분 거리 파출소에 출퇴근 중.
걸으면서 보도블록에 낀 때와 그 틈을 비집고 피어난 잡초를 보며 이 글을 썼다.
목차
여는 글 - 언니에게 11
1장 산 사람
양치기 소녀 18 / 게이를 봤어요 26 / 말로 30 / 목숨 대금 36 / 당신이라는 존재 50 / 천 원짜리 인생 58 /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 66 / 찢긴 무지개 다리 74 / 사라져줘 제발 78 / 강늡때기 86
2장 죽은 사람
절규 98 / 친절한 유서 102 / 나는 살 가치도 없다 106 / 1980년 2월 23일 110 / 사람이 죽는 때 116 / 나는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니다 122
3장 남은 사람
그들이라는 파편 132 / 민들레 인생 142 / 늙지 못한 아이들 150 / 경찰 로또 154 / 비겁함을 배운다 160 /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168 / 그럼에도 불구하고 174 / 그녀가 처음 울던 날 182 / 안녕 언젠가 190
맺는 글 - 목소리는 이어져야 하고 195
본문
언니, 정말 끔직한 일이었어.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남자아이가 넘어진 자리위로 아이의 머리보다 수십배는 큰 25톤 트럭 바퀴가 지나간 일은.
인도에서 아동용 자전거를 타다 차도로 진입해버린 아이를 트럭 기사는 미처 별견하지 못한 채 계속 운행했고, 트럭 바퀴에 깔려버린 아이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어. 아이를 뒤따라오던 아이의 어머니는 그 현장을 보고 달려와 절규하면서 여기저기 벚꽃처럼 흩날린, 아이의 부서진 뇌 조각들을 쓸어 담으면서 정신없이 아이의 이름을 외쳤다고 해. 현장에 출동했던 선배가 내게 들려준 말이야. 나는 선배가 울음을 참으며 짂어 온 현장 사진을 끝끝내 보지 못했어.
아이의 어머니는 결혼이주여성이었는데 나이 많고 병약한 남편이 일찍 죽는 바람에, 머나먼 타국에서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잡지 못한 상태로 두 아이를 위태롭게 키워왔다고 해. 죽은 남자아이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더 있다더라. 사건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사정이었어.
나와 나이가 비슷했던 어ㅓ니라는 이름의 그 여자.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한국에서도 남쪽, 그 남쪽 중에서도 아주 못사는 동네에, 그 못하는 동네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낙후된 집에서 자신과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어린 두 아이를 남편 없이 키우다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끔찍한 사고로 아들마저 잃게 된 그 여자의 삶. 언니, 난 한동안 들은 적 없는 그 어머니의 절규가 들리는 듯해 저절로 눈물이 고이는 날도 많았어.
- 절규, 68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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