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모티브로 한 여섯 작가의 소설 모음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br>저자 고민정, 고정선, 김호영, 문진화, 원리아, 전요한

오도현

kwonho37@daum.net | 2019-09-24 23:04:09


책 소개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자화상'을 모티브로 한 여섯 작가의 소설 모음집이다.


책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무엇일지, 6명의 작가가 오랜 고민 끝에 자신만의 언어로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문진화 작가는 우현히 훔쳐본 언니의 일기장 속에서 자신에 대한 내용을 발견하고, 언니의 말에 하소연하듯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을 슬그머니 풀어놓는다.


전요한 작가는 10대 시절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여섯 작가의 투박하지만, 그 어떤 작가보다 진실된 글로 그린 자화상을 만나볼 수 있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고민정, 고정선, 김호영, 문진화, 원리아, 전요한


목차


문진화 ㅣ 언니의 일기장 - 8



고정선 ㅣ 일상 - 44



원리아 ㅣ 1991.09.07. - 72



고민정 ㅣ 망나니가 되고 싶은 개미 - 96



김호영 ㅣ 디어 베트남 - 120



전요한 ㅣ 시적비극 - 152


본문


언니는 나를 힘들게 했으며 우리는 성격, 외모, 행동조차 180도 달랐다. 언니는 외로움을 심하게 타고, 까다롭고 깐깐하며, 긴 머리에 하늘거리는 치마를 좋아하고, 똑똑하고 성실해 세간에서 말하는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하지만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매사에 느긋하고, 록밴드 티셔츠를 입고 베이스 빵빵한 스피커로 갱스터랩을 듣는 걸 좋아하고, 평범한 것은 죽어도 싫었다.


남들은 자매끼리 싸우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며 아옹다옹 지낸다는데, 이런 틈 덕분에 우린 몇 번 싸워볼 기회도 없었다. 심적 거리라기보다는, 항상 옆에 있지만, 만나지 못 하는 수평선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 일기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언니는 얼마 전에 의사인 형부와 결혼을 해서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전까지는 나와 같이 살고 있었고, 난 '드디어 인생이 펴는구나!' 하고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명분을 얻어 독립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으니까. 예전에 몸살로 앓아누워 있는데, 아플 때는 몸을 움직여야 낫는다며, 방 청소를 시키는 언니를 보고, '아, 이 집은 탈출이 답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힘들고 궂은일을 싫어하는 언니의 성미 덕분에 창고 정리는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되었고, 거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까만 가방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회색이었다. 먼지를 갑옷처럼 두르고 있었으므로···.) 아이패드와 스마트폰 덕분에 구닥다리가 되어 버린 L*노트북이었다. 배터리는 남아있는지, 전원은 켜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언니 나, 이거 주면 안돼?"


- 언니의 일기장, 10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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