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기획: 캘리시인을 찾아서] 7부 시가 노래된다
캘리그라피와 시 그리고 영상이 만나다
이용환
kwonho37@daum.net | 2020-06-23 15:56:00
캘리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아니 캘리작가들의 손끝 재능은 어디까지일까. 그림과 시 음악이 하나 되니 오랜 여운이 되었다. 대중적이지 못한 시의 부족함을 감각이 더해져 몰입감을 높여지는 효과가 이어진다. 짧게 제작되었지만 내용은 짙다. 요즘 유뷰브를 통한 영상이 대세이듯 시의 영역에서도 다변화된 전달이 감미되면 묻힌 글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성 있는 시의 영상을 한번 만나보자.
[출처: 사진/ 시 : 용하, 캘리 : 꽃비캘리]
술
체질인 것 같아요
소주 1병을 못 먹어요
아파요 몸이
소주 2병째에요
아파요 맘이
체질이겠죠
먹을 수 있어도 꼭 1병 이상을 몸이 견뎌내지 못하는 체질. 그런데 맘은 몸보다 더 아픈 체질을 타고났다보다. 1병으론 달랠 수 없는 그 보고픔을 목축 인다. 그 남자의 그 여자 이야기가 아닌 모든 사랑의 이야기가 된다. 한잔을 채우는 시간에 시가 채워지고 그림은 순간을 따른다. 우리의 이별은 술자리에서 진짜 체질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날의 흘린 눈물은 진한 알코올 냄새가 난다. 마음이 더 이상 마실수 없는 술을 토해낸 것이니까. 그렇게 라도 그 빈자리 채우고 채워야 했으니까.
[출처: 사진/ 시 : 전경섭 , 캘리 : 꽃비캘리]
귀천도애
여전히 나를 기다릴
보고 싶은 사람아
아름다운 세상에서
그대만은 아프지 마시오
흐르는 세월도 야속한데
혼자인 지금도 서글픈데
사는 날까지
그대만은 아프지 마시오
세월 따라 이 몸도
지치고 지쳐
세월의 흔적 따라
모습은 변하였지만
그대 향한
마음만은 깊어졌으니
그대만을 사랑했던
나를 잊지 마시오
나 먼저 먼길 떠나
닿지 못하더라도
사랑하고 함께한
나를 잊지 마시오
자꾸만
눈이 감기오
눈앞에 그대는
아련하기만 한데
이별이 아니다. 숨의 끝자락까지 한 사람의 향을 잊지 못하는 말로 이내 표현 못할 사랑이다. 시간은 그리움을 쌓아 그 무게 짊어지며 세월을 보낸 추억은 하늘로부터 잰 키가 더 커져있다. 이제는 단 한순간도 헤어지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다. 아련함을 달랠 마지막 편지가 되어서. 부디 한송이 꽃을 위해 바람이 되고 해가 되려 했던 나를 잊지 마시오. 혹한 계절이 와도 쓰러지지 마시오. 내 마음 자연이 되어서 그대를 늘 품고 있으니 아프지 마시오. 보이지 않는 표정이 보고픔이 흐른다. 하늘 향해 손 내밀어 그대의 안부를 더 손짓한다. 제자리에 서서 그대에게 잠긴 생각을 보고픔이 한걸음 나아가 뒷모습으로 슬픔을 감 줘 버렸다. 그대 뒷모습은 땅이 그리고 하늘이 잊지 못한다.
[출처: 사진/ 시 : 한봄일춘 , 캘리 : 꽃비캘리]
신경끄기
젊어서는 모든 게
중요해 보였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내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남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도 없음을 안다
고만고만한 삶
기꺼이 신경 쓸 것들을
더 사랑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덜 사랑하리
외면할 수 없었던 사실들. 어렵게도 어려운 나이가 되어서 쯤 알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그토록 너를 의식하고 나를 외면해야 했던지. 어쩌면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것은 아녔을까.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나를 사랑해주길 바랬던 걸까. 도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대들에게 꼭 안겨주고 싶은 이야기니까. 이 마음 하나는 결코 신선한 게 아니다. 오랜 세월이 안겨준 마음이라 간직하고픈 적적 함이다.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번쯤 품고픈 메시지다. 기꺼이 신경 쓸 것들을 더 사랑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덜 사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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