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을 글로 쓰는 것

<간지럼 태우기> 저자 양다솔

김미진 기자

kwonho37@daum.net | 2019-09-19 16:25:20


책 소개


[간지럼 태우기]는 양다솔 작가의 수필집이다.


굳어진 몸과 마음에, 간지럼 태우기.


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을 글로 쓰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양다솔 작가가 10년 동안 써온 수필 중 좋은 것들을 선정하여 책으로 나왔다. 책에는 이슬아 작가의 수필집 [일간 이슬아]의 친구 코너에 수록되어 많은 이들을 울렸던 모녀전철, 너의 단편 외 21편이 수록되어 있다.


양다솔 작가의 [간지럼 태우기]는, 작가가 전하는 날 것 그대로의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간지럽힐 것이다.


[출처: 오혜]

저자 소개


저자: 양다솔


목차


총 190페이지


본문


아빠를 쏘아보고 있던 엄마는 별안간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나는 말했다. 결혼 같은 거 안 할지도 모르는데 뭐. 아빠는 미안하지만 그건 너무 작은 일이잖아. 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사실 내가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면 결국 아빠가 나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었다. 엄마는 아랑곳 않고 신부가 된 내가 홀로 입장하게 될 비극에 대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했다. 내 대학 등록금 얘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입에서 가지 마요, 당신이 없으면 난 못 살아요. 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왜냐하면 엄마와 이십년을 한 집에서 살아온 저 허여멀건한 남자는 딸의 결혼 입장을 되풀이하여 얘기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이나 대학같은 것은 아무상관이 없었다. 나의 어머니는 첩의 딸로 태어나서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고, 가난하여 대학도 나오지 못했는데도 스스로 이런 가정을 꾸려냈었으니까. 아주 어린나이부터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철없는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를 벌어 먹이며 살아왔었으니까. 그러나 그러므로 나의 어머니는 때로 당연한 사랑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여자의 말들은 계속해서 남자를 빗겨갔다. 마치 당신이라는 존재는 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자격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결국 여자는 가지 말라는 말을 하는 대신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자신의 몸을 던지려고 했다. 자신의 딸의 결혼식 날 같이 입장 해줄 아버지가 없는 것이 죽을 만큼 싫었던 것일까. 나는 그런 엄마를 한 평생 본적이 없었다. 그녀는 반찬통 혹은 책을 바닥에 내팽개치거나 의자를 바닥으로 세차게 던져서 종이처럼 짜부라트린 적은 있었지만 자기 자신만은 던진 적이 없었다. 남자가 일어나서 여자를 말리는 동안 나는 미동도 않고 있었다.


- 파더스 어드벤쳐, 3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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