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11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매일의 기분' 김동훈 작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라면 먹을 때 받침대 없으면 라면 받침대로 쓰고 책상 흔들거리면 밑에 깔아도 좋아요.
강문영
kwonho37@daum.net | 2020-03-12 15:38:00
작가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출판사에서 3년 정도 일한 출판노동자입니다. [매일의 기분]은 작년에 원치 않는 퇴사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때,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에세이를 세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쓰기 시작했어요. 다시 취직을 하게 되면서 전부터 써왔던 에세이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독립출판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부터 편집까지 제 손으로 책을 만들게 되었죠.
책을 만들기 이전부터 독립출판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네. 전부터 독립출판을 알고 있었어요. 북촌에 있는 출판사에서 일을 했었는데 주변에 독립서점이 많이 있어서 알게 되었죠.
출판사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나만의 책’을 출판하고 싶으셨을 것 같아요.
독립서점을 알고 나서부터 서점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동안 써 온 글도 있었기 때문에 책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소소시장을 가 본 이후로 참여해 보고 싶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퇴사 후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치 않은 퇴사로 인해 공백기가 생기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직접 써보고 싶었고, 책을 쓰면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개월 동안 약 100편의 에세이를 쓰셨는데, 작품에는 15편만 담으셨어요. 선정할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너무 쉬웠어요. 100편 가까이 썼지만 생각보다 맘에 드는 작품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SNS에 가볍게 올리는 글과는 느낌이 달랐거든요. 책으로 직접 만들려고 보니 제 나름의 선정 기준도 높아지고 좀 더 신중해지더라고요.
매일 어떤 글을 쓰셨어요?
처음에는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100편 중에 50편은 여행 이야기를 쓰고 나머지는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썼어요. 그런데 책 리뷰를 써서 책을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매일의 기분]에 싣지는 않았어요. 당시 퇴사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출퇴근 시간이 길었어요. 주로 그 시간에 드는 생각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시 글로 정리를 했죠.
[매일의 기분]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있으신가요?
생각나는 글을 모아둔 카테고리에 제가 즉흥적으로 ‘매일의 기분’이라고 썼더라고요. 나중에 책 내려고 다시 보니까 마음에 들어서 제목으로 쓰게 되었죠.
[매일의 기분] 출판 과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3개월 동안 써온 약 100편의을 선정하고 3~4번의 수정 과정이 있었어요. 제가 회사 다니면서 배운 디자인으로 편집까지 직접 했죠. 첫 작품이다 보니 1부터 10까지 전부 다 제가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진도 직접 찍은 사진으로만 실었고 삽화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나름 직접 그려서 넣었어요. 원고 정리하고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렸는데, 갑자기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서 출판을 해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3주 정도 펀딩을 받고 출판을 했는데 1인 출판사를 하고 싶어서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들이 책을 쓰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아요.
독립출판과 펀딩 모두 처음이셨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펀딩으로 150부 정도 출판을 했는데, 그중 50부가 지인들이고 100부가 전혀 모르는 분들이 펀딩을 해주셨어요. 제가 SNS를 크게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제 책만을 보시고 펀딩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그런데 굉장히 부담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견본으로 50부를 먼저 출판했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두 번째로 출판한 100부도 수정할 부분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본이 나오게 되었어요.
출판한 지 2달 정도 되셨는데, 서점에 많이 입고하셨나요?
대형서점 입고는 힘들 것 같아서 현재까지 독립서점 약 25곳 정도 입고한 상태예요. 입고하면서 신경 썼던 점은 지역별로 고르게 배포하는 거였어요. 제가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보니 서울과 지방의 문화적 차이가 크더라고요. 지방에도 독립 서적을 많이 알리면 좋을 것 같아서 고루 알아보고 입고를 했죠.
머리말에 ‘[매일의 기분]은 점수를 매기자면 70점이다.’라고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출판사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면서 보니 편집, 디자인, 출판 등 각 분야에 실력 좋은 분들이 많으세요. 저는 여러 분야의 일을 하면서 출판 과정에 있어 이것저것 다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분들에 비해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긴 하지만 책 만드는 과정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70점이라는 점수를 주었던 거죠.
사람들이 편하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분량을 120페이지로 정하고 쓰셨다고 하셨네요.
요즘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는 시대에서 두꺼운 책은 안 볼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처음에 지인들에게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인들에게 두꺼운 책을 선물하면 부담일 것 같았어요. ‘끝까지 다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많이 담아낸 글을 쓸 수도 있는데 일부러 그런 글을 다 빼고 담백하게 읽을 수 있는 글만 골라서 넣었어요.
[매일의 기분] 대부분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니시나요?
회사 다니기 전에는 많이 다니려고 했어요. 여행 중에 힘들고 나빴던 일도 있었겠지만 저는 다녀오면 좋았던 기억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다니고 있는 요즘에는 여름휴가 포함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여행을 가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첫 해외여행인 ‘태국’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태국 여행 때, 숙소도 잡지 않고 특별한 계획 없이 떠나셨다고 하셨는데 원래 여행 스타일이 즉흥적이신가요?
처음이라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엔 여행 가기 전에 숙소도 꼼꼼하게 찾아보는 편인데, 태국 여행 때는 책을 보니까 현지에 가서도 쉽게 숙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갔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방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고생을 했죠.
태국 여행 숙소와 더불어 워킹홀리데이 때 룸메이트의 불편함을 통해서 ‘집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작가께서 생각하는 편안한 집은 무엇인가요?
책에 나오는 친구 M이 한 말이었어요. 워킹홀리데이 때는 저녁에 일을 하고 집에 가려면 밤에 활동하는 룸메이트 생각에 가기가 싫더라고요. 편안한 집은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이 편안한 집인 것 같아요.
‘알프스에서의 맥주 한 캔’에서 여행의 교통수단 중 대표적으로 기차 이야기를 하셨는데, 작가께서 생각하는 ‘기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정한 속도로 정해진 선로를 따라가는 기차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다른 교통수단을 타면 멀미를 하는데, 기차는 멀미가 없어서 편한 것 같아요.
‘여행의 아이러니’에서는 ‘여행이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여행은 어떤 여행이셨나요?
하루에 6~7시간씩 걸어야 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장 힘들었어요. 약 800km를 30일 동안 걷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첫날이니까 다들 기대를 품고 갔는데 가자마자 정말 힘들었어요. 가장 힘든 코스가 3개 정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첫날에 있거든요. 사람들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오는데 첫날에 정말 힘들어서 다 버리면서 스스로 내면의 바닥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책 중에 ‘겸손을 배우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첫날부터 힘든 코스를 지나고 보니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내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았구나.’하면서 겸손해지는 내용을 썼어요. 순례길 중간에 짐을 버리는 곳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져온 짐을 거의 다 버려요. 특히 부피가 큰 책을 많이 버리더라고요. 근데 저는 힘들 걸 알고 짐을 간소화해서 가져갔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버리진 않고 사흘 정도 걸어가면 택배 서비스가 있어서 택배로 짐을 도착지에 미리 보냈어요. 그래도 첫날부터 힘든 고비를 넘기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큰 무리 없이 갈 수 있겠더라고요.
첫 해외여행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제가 첫 해외여행을 늦은 나이에 다녀왔는데, 한 번 다녀와 보니 견문도 넓어지고 경험도 많이 쌓이는 것 같아서 어릴 때부터 여행을 자주 다닌 친구들이 부러워지더라고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쉬는 기간 동안 여행을 자주 갔어요. 그런데 여행도 좋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은 여행과 또 다른 매력이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오게 되었어요.
뉴질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는 어떠셨나요?
워킹홀리데이 가기 일주일 전까지 회사를 다니다가 뉴질랜드를 왔는데 와서도 낮에는 영어공부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너무 아등바등 사는 것 같더라고요. 가기 전에 돈을 모아두고 갔으니까 아르바이트보다는 영어공부에 집중을 하려고 했어요.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 나눠보고 공부하는 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내일로 여행도 두 번이나 다녀오셨는데,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의 차이가 있으셨나요?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의 구분 없이 여행 자체가 행복인 것 같아요. 가기 전에 설레고 다녀와서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으니까요.
마지막 에피소드인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에서 한국의 불친절한 일상으로 마무리를 하셨어요. [매일의 기분]에서 여행은 힘들어도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책의 마무리를 한국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으로 하셨어요.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 원고를 선별할 때 첫 이야기는 태국 여행, 그리고 마지막은 한국의 불친절함으로 하고 싶었어요. 마무리가 말끔하지 않았던 것이 제 성향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가장 제목에 어울리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해요.
3개월 동안 꾸준히 쓴 약 100편의 글 중 15편만 [매일의 기분]에 실으셨는데, 실리지 못한 글 중 기억에 남는 글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마지막에 새로 하나 써서 넣고 싶은 글이 있었어요. 제가 다시 취업을 해서 금요일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전날 목요일 아침에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으면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어요. 전부터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거든요. 보면서 ‘내일부터 나도 저렇게 출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다음 날 출근을 하는데 저는 초행길이라 ‘잘못 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두세 번씩 확인하는데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익숙한 출근길이니까 자연스럽게 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드문데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 매일 아침 출근을 해서 이제는 출근길이 익숙해진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곧 있으면 첫 출근하는 사람이 보기에 자연스러운 출근길을 가고 있는 직장인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그날의 기분을 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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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역시 매일
여행
소중한 기억
한국
한국 사람이라 좋습니다.
워킹홀리데이
무조건 가라.
룸메이트
없을수록 좋다.
다음 인터뷰 예정자인 [진발장 산티아고] 임진아 작가께 릴레이 질문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책을 또 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책을 내고 싶으신가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독자들에게 [매일의 기분]은 어떤 책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라면 먹을 때 받침대 없으면 라면 받침대로 쓰고 책상 흔들거리면 밑에 깔아도 좋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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