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5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눈에 담은 향기' 손정은 작가
여행이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강문영
kwonho37@daum.net | 2019-11-10 14:10:00
여행의 매력은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의 감동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손정은 작가의 작품은 마치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든 생각을 아름답게 담아 놓았다.
아름다운 생각으로부터 아름다운 문체가 나오는 법.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지닌 손정은 작가를 만나고 왔다.
제가 알기로 독립서점 입고만이 아닌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시던데 혹시 책을 출판하시고 이런 인터뷰 자리를 가져본 적이 있으신지요?
처음이에요. 출판을 한지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처음에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왜 나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별로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걱정도 됐어요.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회사에서의 제 모습과 1004호 주인으로서의 제 모습이 너무 다른 모순덩어리예요.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인데..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1004호 주인으로 이 자리에 나왔으니 거기에 초점을 두고 얘기한다면 사소한 거에 감동도 잘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라 그 감정을 꼭 풀어내야 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방법으로든. 그중에 하나가 이렇게 책을 만드는 것, 그리고 글씨를 쓰는 것,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 사진을 찍는 것, 소꿉놀이하듯 이것저것 만드는 것들... 그러고 보니 1004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네요.
인스타그램에 작가께서 캘리그라피로 만든 스탠드를 봤었는데요.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전공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전공은 시각디자인이라 컴퓨터로 작업하는 게 많다 보니 수작업에 대한 갈증이 늘 있어요. 그래서 캘리그라피 공부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 스탠드는 마켓 나갈 당시 제 책을 구매해 주시는 분들께 뭐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발품 팔아 직접 목공소에 가서 나무 제작을 하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책 제목이 [눈에 담은 향기]니까 ‘밤의 향기’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종이에 화이트 펄이 들어간 물감으로 ‘꽃이 없어 이것으로 대신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는데, 낮에는 글씨가 잘 안 보이고 밤에 불을 켰을 때 그 문구가 보여요. 받으신 분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어요. 아직도 그때 목공소에서 제작한 나무토막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젠 그걸로 뭘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눈에 담은 향기]는 어떤 책인가요?
엄마와 처음으로 단둘이 떠난 터키 여행 사진에세이예요. 여행하다 보면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풍경들이 있어요. 간직하고 싶은 풍경들이요. 그럴 때 재빨리 찍은 사진들이에요. 터키의 다양한 풍경을 실었어요. 자연의 경이로움과 제 개인적 심상이 담겨있어요.
어머니와의 첫 여행을 간직하기 위해 책을 출판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 책으로 출판을 하고 싶었던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벌써 편집디자이너 10년 차이고 할 줄 아는 게 책을 만드는 게 유일하니까요.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대부분의 독립출판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이유이기도 할 텐데요,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고 있을 때 현실도피의 수단이었어요. 회사에 속한 손대리라는 사람은 있는데 손정은이 없는 거죠. 현재의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균형을 맞춰가야겠다 생각이 들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나가는 많은 날들 속에 지금 이 시기의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간직하며 살아가는지를 기록해보기로 했어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한 책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엄마와의 여행 이야기를 담게 된 거죠.
그중에서도 독립출판을 통해 책을 발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런 제약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맘대로 하고 싶었어요. 제가 낸 책 표지를 보면 컬러가 없는 종이 그대로의 하얀 배경인데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디자인이에요. 제 ‘한’을 푼 거죠. 왜냐하면 회사에서 컨펌받는 과정에서 하얀 여백은 디자인이 아니라 그들에겐 디자인되지 않은 빈 공간이라 아까운 종이의 영역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매대에서 무조건 튀어야 하기 때문에 컬러는 늘 들어가야만 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심플하고 깔끔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마음껏 했죠. 기획, 마케팅, 배송 등 모두 스스로 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밌었어요.
책을 편집디자인하시는 일을 하셨으니까 이전부터 독립출판에 대해 알고 계셨을 것 같아요.
네. 주변에 독립출판사를 차린 직장동료도 있고 언젠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작업하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야근이 많아서 새벽이 되어야 작업을 시작해서 잠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낮 시간보다 새벽에 하는 그 작업이 오히려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시켜서 하는 일의 차이가 그런 것 같아요. 아직은 돈이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다른 곳에서 돈을 더 벌고 싶어요. 회사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 거죠. 표지에 후가공을 넣으려면 회사를 아직은 그만둘 수 없어요.
소개 글에서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사진으로 가둬놓은 뒤 향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진은 시각적으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데 ‘향기’라는 단어로 감정을 나누고 싶다고 표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도 냄새에 대한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요. 사람에 관해서도 그렇고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그 공간에 있는 향에 더 민감해요. 풍경을 눈으로 보았지만 사진에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향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독자분들 중에 책에서 향기가 나는 줄 알고 냄새를 맡아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향수를 뿌려둘 걸 그랬나 봐요.
작가께서 가장 좋아하는 향이 ‘엄마가 베고 잔 베개의 향’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느낌인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향기들의 대부분은 언제 어떻게든 다시 구현을 할 수 있는데 엄마가 베고 잔 베개의 향은 언젠가 엄마를 기억해야만 하는 날이 왔을 때 다시는 맡아볼 수 없는 냄새,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향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소중하고 맡을 때마다 뭉클하고 애틋한 향인 것 같아요. 간직하고 싶은 향기.
평소에도 여행을 좋아하시는지요? 주로 어느 지역으로 가시나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바로 어디든 여행을 가요. 어수선한 도심보다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걸 좋아해요. 삶이 매번 선택의 연속인데 여행에서만큼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일들을 줄이고 싶은 거죠. 바다보다는 숲을 더 좋아해요. 20대까지만 해도 바다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다를 보면 너무 외롭더라고요. 나 혼자 내버려진듯한 느낌이 드는데, 숲은 나무들이 빼곡해서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주로 혼자 하는 여행이어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누군가와 함께라면 바다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경험하는 걸 좋아해서 여행 계획은 잘 짜지 않는 편이고요.
터키 여행을 다녀오기 전엔 터키를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으셨던 곳인데, 신혼여행이 아닌 어머니와의 여행으로 가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집안이 천주교에요. 엄마랑 여행을 갔을 때가 저도 엄마도 힘든 시기였는데 여행 겸 기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우연히 TV에서 열기구 타는 장면을 봤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언제 갈지도 모르는 신혼여행을 마냥 기다릴 순 없었어요. 터키에서 엄마랑 열기구에 올라 해 뜨는 걸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지금 여기서 누군가 나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면 그게 누구여도 받아줄 것 같아." 그만큼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거죠. 그랬더니 엄마가 "엄마도."라고 말했어요.(웃음)
터키 여행을 다녀오신 후에 여전히 신혼여행으로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시는지요?
아니요, 터키로 신혼여행을 온 커플들이 많이 싸우는 걸 봤어요. 터키는 야간버스로 이동해야만 하는 구간이 있는데 이동시간이 10시간 이상이라 둘 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책 내용에도 보면 '하지만 엄마랑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지금은 신혼여행을 간다면 좀 더 로맨틱한 장소로 가고 싶어요.
여행을 마음 맞는 사람과 가더라도 사소한 다툼이 있을 수 있는데요. 터키 여행에서 어머니와 다투지는 않으셨는지요?
엄마도 나도 서로 배려를 많이 해서 다투진 않았어요. 다퉜다기보단 아쉽고 속상한 순간은 있었어요. 저는 여행을 하면서 돈을 아끼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여기까지 왔으면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해 주의죠. 그런데 엄마는 여행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셨고 제가 돈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안 사도 괜찮아, 이런 거 안 해도 괜찮아.’라고 자꾸 거절하시니까 속상하더라고요. 난 이것저것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조금 짜증을 내긴 했어요.
많은 작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여행 작가는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는가? 입니다. 작가께서는 어떤 카메라를 쓰시는지요?
[눈에 담은 향기]에 실린 사진들은 '파나소닉 루믹스 DMC-LX7'으로 찍은 사진들이에요. 사진을 찍는 방법과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게 아니라 몸 가볍게 가는 게 최고라 생각하고 가벼운 똑딱이 카메라 중에 성능이 좋은 걸 택했어요. 점점 욕심이 생겨서 좋은 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 사진 찍을 때 구도를 많이 생각하고 찍는 편이에요. 책에 어떻게 트리밍해서 담으면 좋겠다 란 생각이 먼저 들어요. 직업병이죠.(웃음)
어른의 기준을 막연하게 ‘서른 살’로 정해놓으셨는데, 서른이 되기 전에 작가께서 그렸던 서른 살의 모습과 서른 살이 넘은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합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서른을 어른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서른이 되기 전에 제 모습과 지금의 제 모습을 비교한다면 정말 달라요. 20대 때는 남들 기준에 저를 맞췄어요. 남들이 보기에 반듯한 직장에 다니면 좋은 것이고 남들 보기에 좋으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보니까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더라고요.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니란 걸 깨닫게 돼서 지금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써요. 흘러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들에게 저의 흐름을 맡기고 싶진 않아요. 그러면서 취향이 뚜렷해진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에 대한. 서른 이후로 계속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잘하기 위한 자기개발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어요. 캘리그라피라던지, 운동, 음악 등에 관련한... '대충', '적당히'가 아니라 부지런히 노력하다 보면 마흔 살엔 직장을 나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그때쯤엔 한 점으로 정리가 되어 무언가 일을 벌이지 않을까 싶어요. 목표예요.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많이 하시면서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독자나 오프라인 활동 중에 에피소드를 듣고 싶습니다.
딱히 뭘 하고 앉아있는 것도 아닌데 마켓에 나가면 에너지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평소에 받을 수 없는 질문들을 받고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거든요. 책 내용 중에 '어렸을 때부터 내가 정해놓은 막연한 기준의 어른은 서른 살이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이를 이미 훌쩍 지나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은 자연과 엄마의 품뿐이다.'라는 글귀를 읽고 "지금 아가씨 마음과 쉰 살쯤 되었을 때 아가씨 마음이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신 아저씨가 기억에 남구요, 제 책을 보시다가 사진과 글에 감동하셨는지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저를 빤히 바라보며 너무 아름답다는 표현을 해주시던 독자분이 기억에 남아요. 그 순간의 교감에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책이 누군가에겐 기억되고 누군가에겐 그냥 흘러가듯 잊혔을 테지만 잠시나마 미소 짓고 위로받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져요.
사진 촬영 외에도 캘리그라피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책을 구매할 때, 캘리그라피 책갈피를 함께 받았는데요. 캘리그라피가 단순히 글씨가 아니라 글씨를 디자인하는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4년 넘게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배워나갈 생각이고요. 알면 알수록 어렵고 정말 공부할 게 많은 분야더라고요. 작업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는데 서체의 분위기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형태적인 면은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요. 사물의 특성을 글씨체에 담을 수 있거든요.
다음 작품을 구상하거나 작업 중에 있으신가요?
이렇게 다음 작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더더욱 무언가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개인 작업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다음 책은 얼마 전에 다녀온 교토에 관한 이야기예요. 낡았지만 정갈한 아날로그 감성이 곳곳에 물들어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눈에 담은 향기] 다음으로 쓴 책이 [Bliss Out 더없는 행복을 맛보다]라는 책인데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프러포즈 장면을 시간순으로 담은 책이에요. 그 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교토를 담은 다음 책도 어떤 주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가 인터뷰 말미에 릴레이 형식의 질문 2가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키워드 질문입니다. 제가 키워드를 드리면 연상되는 것을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음 인터뷰할 작가께 직접 질문을 남기시는 건데요. 같은 독립출판을 하시는 입장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해 주시면 저희가 다음 인터뷰 때 대신 질문을 해드립니다.
향기
향기는 기억의 통로이다.
엄마
엄마는 가장 소중한 사람.
여행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운
여운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고 난 후의 흔적.
어른
어른은 평생 될 수 없는 것.
다음 작가에게 질문을 남기기 전에 이전에 인터뷰 한 [마음을 다하였다] 강민경 작가가 남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부끄럽기도 하고 아쉬웠어요.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인쇄 색감이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르게 나와서 전량 폐기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색감이 터키스러워서 좋다고 말을 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인쇄 수량이 적은 게 아니어서. 하지만 다음 책 [Bliss Out 더없는 행복을 맛보다] 색감 문제로 결국 전량 폐기하고 다시 인쇄했어요. 디자이너다 보니 색감이나 인쇄 품질 부분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보니 결과물은 늘 아쉬워요.
그럼 다음 작가께 질문 한 마디 남겨주시면 됩니다.
언젠가는 마음이 맞는 작가분들과 콜라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분이 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저랑 함께 작업해보지 않을래요?(웃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들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현재의 저는 그게 책이에요. 우리의 삶은 늘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각박한 세상일지라도 그 사이에 꼭 있어야만 하는 것들이 있고요.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창작 활동과 함께 표현해 나갈 계획이에요. 부족한 제 책이 독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 힘내세요!
여행 중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줄곧 카메라를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사진으로 여행을 추억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렌즈가 아닌 눈으로, 피부로, 나의 오감으로 현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순간을 만끽하며 그 순간에 물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순간을 향기로 담아 간직하는 손정은 작가와의 인터뷰 후 아름다움을 꼭 카메라로 담아야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걸 알았다.
느낌, 그 순간에 간직하고 싶은 느낌을 기억하면 된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던지.
향기를 기억하는 방법을 배운 '눈에 담은 향기'의 손정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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