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 기획 연재 4화 : 그들은 왜 책을 만들었는가?] '마음을 다하였다' 강민경 작가

책을 보고 큰 위로가 되었다는 말에 감동받아요. 그것이 제가 책을 낸 이유이기도 했고요.

강문영

kwonho37@daum.net | 2019-11-08 14:08:00

작가는 섬세한 감정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이미지가 강하다.


'마음을 다하였다.'의 강민경 작가는 첫 독립출판물인 'empathy'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담아냈다.


사람은 자신의 어디까지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해답을 강민경 작가의 작품에서 찾았다.


'당신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나도 그랬어요.'라고 위로해 주는 강민경 작가를 만나보았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음을 다하였다]는 ‘불안’, ‘사랑’, ‘일상’ 3가지 주제로 쓴 글입니다. 독자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계기로 쓰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즉흥적으로 정하게 되었는데 예전에 소소시장에 나갔을 때였어요. 책을 거의 만들고 제목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단순히 생각해 보니까 제 마음을 다 표현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즉흥적으로 [마음을 다하였다]라고 짓게 되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구나라는 공감을 많이 했었고 예전에 잊고 있던 감정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 글도 다른 사람들이 읽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던 책입니다.


'마음을 다하였다' 저자 강민경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독립출판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마음을 다하였다]는 두 번째 책인데요. 사실 첫 번째 책을 내고 나서 두 번째 책을 내야겠다는 의무감이 있었어요. 예전에 썼던 글들을 선별해서 만든 책이에요. 첫 번째 책을 내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어요. 제 인생 목표는 저의 이름을 건 콘텐츠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동안 아프기도 했었고 심하게 감정 변화를 겪으면서 쌓인 감정들이 분출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글들을 손글씨로 적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올린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점차 생겨나면서 꾸준히 업로드를 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제 글을 쌓아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물 워크숍을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원래 콘텐츠를 만드는 목표가 있어서 한 번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신청하게 되었죠. 저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려는 목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서 작품이 나오게 도와주셔서 완성을 하게 되었고 그게 제 첫 독립출판물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다하였다.’ 같은 경우에는 ‘불안’, ‘사랑’, ‘일상’ 3가지 주제로 글을 쓰셨는데, 첫 작품 ‘empathy’는 출판 이전에 써 놓은 글들을 담은 책이라고 하셨어요. 평소에 써 둔 글을 선별하거나 편집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empathy’ 같은 경우에는 세분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루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여러 가지인 것처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하루에 느낄 수 있는 감정별로 담으려고 했어요. 어디를 봐야겠다가 아니라 아무 페이지나 펼쳤을 때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서 페이지 번호도 적지 않았어요.



독립출판을 하신 지 3년 정도 되셨는데 독립출판을 하시고 뿌듯했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저를 찾아와서 공감을 많이 했다, 큰 위로가 되었다는 댓글을 보면 감동을 받아요. 제가 책을 낸 이유이기도 했고 시간을 내서 제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게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두 작품 중 어떤 게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나요?


[마음을 다하였다]가 반응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재인쇄를 해서 [empathy]보다는 좀 더 판매가 되었어요. [empathy] 같은 경우에는 책이 다 팔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가진 책을 보고 나서 저나 책방에 개인적으로 문의를 주신 적이 있었어요. 워낙에 소량으로 찍어낸 거라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



‘마음을 다하였다.’는 작업 기간이 얼마나 되셨는지요?


5주 워크숍으로 완성된 [empathy]보다는 오래 걸렸어요. 원래 하던 일이 있어서 시간을 쪼개서 작업을 했어요. 콘텐츠는 시간을 내서 쓴다기보다는 갑자기 떠오르는 감정을 글로 쌓아두고 있던 상태에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2~3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콘텐츠는 평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놓은 글을 쓰신다고 하셨는데, 작가께서 평소에 어떻게 글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공상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항상 생각을 하고 드라마처럼 상상도 해 보는 편이라 어느 정도 글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메모를 해 두는 거죠. 그리고 책을 만들 때는 메모를 해 둔 글을 편집하고 다듬어서 작업을 해요. 원래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요. [empathy]를 만들기 전에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것들이 있어서 글로 남기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제 머릿속에 남겨두곤 했는데 그러면 잊어버리게 되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글감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곤 해요.



[empathy], [마음을 다하였다] 모두 페이지 별로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담겨있는데요. 이런 글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어서 쓰게 되었는지요?


문득 생각나는 경우가 많아요. 잠자기 직전이 생각이 가장 많긴 해요. 아무런 생각을 안 할 때가 거의 없고 특히 잠자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상을 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드라마를 보던 친구 이야기를 듣던 제가 겪었던 일들 중에서 현재 겪었던 일보다는 그 감정을 느꼈던 예전 감정을 글로 많이 쓰곤 해요.



작가께서 책을 평소에 많이 읽으시는지요? 어떤 장르의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책을 매일 읽으려고 하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겠다가 아니라 그때 꽂히는 책을 빨리 읽는 성격이에요. 기억에 남기고 싶으면 기록을 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기도 해요. 성격이 급해서 어릴 때부터 책을 빨리 읽었고 그래서 두세 번씩 책을 다시 읽어요. 분야를 정해서 읽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읽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을 다하였다' 저자 강민경 작가가 강문영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보니까 오프라인 활동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활동하시면서 어떤 독자들이 기억에 남으셨는지요?


광주에서 오신 분이셨는데 제 책을 인스타그램에서 보셨나 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마켓에서 책을 한 장씩 차분히 보시는 분들께는 책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말을 걸지 않아요. 보시면서 책을 좋다고 하시고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두 권을 구매하시더라고요. 즉흥적으로 책을 보다 보면 감상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진지하게 책을 감상해 주신 마음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작가께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글로서 표현을 잘하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은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굉장히 솔직하려는 편이에요. 예전에 미니홈피에 글을 쓸 때도 그런 편이었는데 지금 보면 정말 오글거리거든요. 그 이유가 완전히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이는 일기다 보니까 엄청나게 솔직할 수 없고 포장하게 되니까 그 과정에서 오글거림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를 볼 때 이게 포장으로 덮여있는지 아닌지 좀 잘 아는 것 같아요. 제가 많이 포장을 해 봤기 때문에 포장지를 잘 알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포장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데 저는 그것 또한 솔직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포장을 해서 내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간에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일 수 있으니까요. 오글 거리는 것 자체도 솔직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감정들은 포장하면 할수록 빛을 잃는 것 같아서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글을 쓸 때 수정을 많이 안 하려고 해요. 수정을 한다는 건 처음 썼던 감정을 포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맞춤법이라든지 맥락에 맞지 않는 부분은 편집을 하지만 거의 초고 그대로 실으려고 해요.



최대한 솔직하게 글을 쓰신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까라는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8, 90% 정도는 솔직하게 쓰는 편이에요. 전부를 보이기 위해서는 깊은 내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독자에 입장에서 봤을 때 사람의 날것을 마주했을 때 불편할 때가 있어요. 그런 내면은 잘 가다듬고 세련되게 만들었을 때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저는 그런 내공은 부족한 것 같고 전부를 보여드리기 위한 용기도 부족한 것 같아요.



‘쓰기 과정’에서 ‘쓰고자 하는 시도로 얼마만큼 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다독였다.’라고 표현하셨어요. 불안했던 순간에 글을 쓰면서 많은 위로를 받으셨나요?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에 대해서 좋고 나쁨의 기준을 정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불안도 행복만큼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 감정에 대해서 부정을 한다거나 ‘잘 될 거야, 불안해하지 마.’라는 긍정적인 말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행복만큼이나 내 감정이기 때문에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좋긴 하지만 행복만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이 불안하고 나쁜 감정을 갖게 되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르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잘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힘든 상황에서도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이가 애를 쓰는 곳이다.’라고 세상을 표현하셨어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문장에서 ‘하찮은 풀 이파리마저 무거운 이슬을 견뎌내는 곳이 세상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문구를 보고 요즘 사람들이 힘든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생각이 났거든요. 작가님은 어떤 의미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글을 썼을 때가 월급쟁이로서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였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사 현장을 보고 지금 내가 힘든 것이 누구나 겪는 무게이고 내가 겪어야 하는 무게이므로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르긴 했었는데 이것 또한 이겨낼 수 있는 무게라고 생각을 해요. 그 글은 극복하자는 메시지보다는 힘들다는 느낌을 쓰고 싶었어요.



저희가 인터뷰 말미에 릴레이 형식의 질문 2가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키워드 질문입니다. 제가 키워드를 드리면 연상되는 것을 한 줄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음 인터뷰할 작가분께 직접 질문을 남기시는 건데요. 같은 독립출판을 하시는 입장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해 주시면 저희가 다음 인터뷰 때 대신 질문을 해드립니다. 먼저 키워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시간


잡고 싶지만 잡히지 않은 무언가


여유


밥처럼 꼭 가져야 하는 시간


홀로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시간


사랑


꼭 행복하지만은 않은 시간


기억


객관적으로 다듬어진 감정



이전에 인터뷰 한 [달의 뒤편으로 와요]의 최병호 작가가 남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있을지 없을지는 인간의 판단이긴 하지만 저는 있을 것 같아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기 때문에.(웃음)



그럼 다음 작가께 질문 한 마디 남겨주시면 됩니다.


자신의 책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책을 내고 나서 자신의 책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궁금해요.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보이는 거잖아요. 그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 궁금해요.



그렇다면 작가께서는 자신의 첫 독립출판물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요?


생각보다 덤덤했어요. 이제 더 이상 나만의 감정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쓸쓸하고 외로워지기도 했어요. 저 혼자만 갖고 있던 감정이 떨어져 나온 기분이라 허전한 거죠. [empathy] 같은 경우에는 첫 작품이라 설렘이 더 커서 내 자식 같은 반면에 ‘마음을 다하였다.’는 많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후 '마음을 다하였다.' 한 권에 복잡한 감정을 가다듬어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했을지 가늠해 보았다.


그 당시 무겁게만 느껴졌던 감정을 시간이 지나 웃으며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모습에서 작품처럼 솔직하고 시원한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일상에 깃든 외로움과 슬픔에 위로를 건네는 강민경 작가와의 마음을 다한 인터뷰였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