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참모습을 신랄하게 까발린 B급 알바 일지

<알바의 품격> 저자 정나영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19-08-30 19:27:33



책 소개


[알바의 품격]은 정나영 작가의 30일간의 지방의회 알바를 신랄하게 까발린 에세이다.


퇴사하고 백수로 지내던 중 10년 만에 하게 된 지방의회에서의 아르바이트. 작가는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높으신 분들의 품격 없는 언행을 보며 '인간이 기품이 있어야 하고 이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한다.'는 괴테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일지를 기록하였다.


작가는 이 책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기가막힌 일이 너무 많이 생겨 도저히 기록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고 말한다.


30일 동안 지방의회에서 겪은 일들을 거침없이 말하며 진상 의원들을 비판하는 시니컬한 작가의 일지에서 재미와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한편으론 진정한 현실의 참상에서 비롯된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지방의회의 진정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힘든 알바 혹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임금노동자라면 [알바의 품격]은 그 호기심과 공감, 위안을 동시에 채워줄 것이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정나영


목차


총 62페이지


본문


어제 하루에만 커피 20잔. 오늘은 지금까지 20잔쯤 내렸다. 오늘은 의회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가 있어 의원들이 종일 있는 날이라 거의 50잔은 내릴 것 같다. 커피를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문제는 이걸 의원에게 묻지 않고 알아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찜해놓은 머그컵에만 마시는 사람, 차가운 우엉차만 마시는 사람, 감잎차만 달라는 사람, 연한 커피만 마시는 사람 등등 이걸 묻지 않고 줘야 돼서 의회 주무관들 인수인계는 업무보다 의원 취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간식도 원하는 게 다 달라서 단무지 뺀 김밥만 주문하는 사람이 있고 삶은 계란 원하는 사람, 도라애몽 캐릭터 그려진 치즈과자만 먹는 사람도 있다. 주무관들은 이걸 제일 신경 쓰는데 관찰자 입장인 나는 너무 신기하고 어이없고 화나고 짠해서 최대한 도와주고는 있다.


오늘 아침에는 진상 도의원 하나가 주무관에게 서류를 던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료를 요청해서 그걸 받아다 줬는데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야! 공무원 니가 감히 도의원이 시킨 일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 이러면서 욕을 하는데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는 거다. 과장님이 가서 말리면서 챙겨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주무관님은 밥맛도 잃어서 점심을 거르고 말았다. 점심 예약한 식당에 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놓쳤다며 어떻게 식당까지 가냐는 길 잃은 도의원을 식당까지 자차로 모셔다 드리는 것으로 주무관의 점심시간이 끝났다. 알바생인 나의 점심시간도 얼결에 날아갔다. 점심시간이 90분이라 밥 먹고 한 시간쯤은 산책하면서 보낼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 개념 없는 의원들이 아무 때나 왔다 갔다 해서 직원들 점심시간도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 Day 2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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