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이고 시적인 어린 날의 연애편지
<답장, 내가 좋아한 계절에게> 저자 시샘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19-08-26 22:59:12
책 소개
시샘 시인의 [답장, 내가 좋아한 계절에게]은 처음 좋아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한 사람에게 보냈던,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모아 만든 시집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던 순간이 계절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던 시인은 7개의 계절을 동안 쓴 68편의 답장을 시집에 담았다.
시인은 말한다.
"이유를 찾기 전에 이미 좋아해버리고, 재지 않고 넘치듯이 내어주며, 상대만을 유일한 운명처럼 믿어버리고, 한 번도 끝을 의심하지 않으며 용감하게 사랑하던, '그때의 나'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시샘 시인의 시집 [답장, 내가 좋아한 계절에게]를 통해 독자들은, 시인만의 소박한 문장으로 가득 채워진 그리움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글: 시샘
좋아하는 것은 꽃이에요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은 꽃이에요라고 말할 때의
찰나에요
목차
가을 /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깊어져 가는 가을엔
누구나 어른이 된대요 5p
겨울 / 겨울이에요,
초콜렛을 보내도 녹지 않는 계절이에요 27p
봄 / 우리의 때가 이토록 제멋대로예요
그런데 아, 참 봄스럽잖아요 47p
여름 / 비가 오는 계절엔
비 만을 원해야 해요? 69p
다시 가을 / 단어는 닳지 않고 깊어진다는 걸
한 바퀴를 돌고 온 가을 앞에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91p
다시 겨울 / 겨울에 꽃을 피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는 것 뿐이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111p
다시 봄 / 여름도 좋고 가을도 좋고 겨울도 좋지만,
할 수 있다면 봄이 되고 싶었어요 131p
그리고 여름 / 69번 째 답장 155p
본문
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엔
여섯 개의 방에 각각 하나씩의 피아노가 있어요
나는 늘 오른쪽 편, 제일 첫 방에서 피아노를 쳐요
그 방의 피아노가 음이 가장 온전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에게도 꼭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건반이 무거워서 칠 때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처음에는 이 점이 참 싫었는데
어느 날은 그조차도 좋았어요
온전히 아름답다면 나만 사랑할 수 있었겠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피아노를
누구나 가장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내 피아노에서만 피아노를 치진 않는 거예요
나는 이때 당신이 나와 꼬옥 맞다고 느껴요
당신의 온전한 음을 좋아해요
힘들이지 않고는 칠 수 없는 무거움도
나는 좋아해요
그렇게 나는 오늘도
오른쪽 편, 제일 첫 방에서 피아노를 쳤어요
- 겨울 / 16번 째 답장, 39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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