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기획: 캘리시인을 찾아서] 4부 노래 가사도 시다

윤빛캘리, 열음캘리, 늘솜캘리 작가

이용환

kwonho37@daum.net | 2019-11-13 19:17:00

뜨겁던 여름이 반가운 계절을 났다. 캘리의 파급력이 시의 생명력을 뜨겁게 타오르게 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감춰져 있던 문장이 음지에서 양지의 빛을 받기 시작하고 또다시 그 문장은 또 다른 손끝으로 전해져 sns를 항해한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태초의 목적이 그 은혜로운 순간을 기적적으로 체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라는 장르는 모든 세대들에게 낯설다. 성인이 되어서는 독서의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시를 읽을 여유가 없다. 그러나 시대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상실될수록 시는 읽혀야 한다. 그래서인지 세상이 달라졌다. 많은 어록 같은 명문장이 인터넷을 통한 공유와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도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하지만 그 반면에 부작용도 생겨났다. 쉽게 읽히는 대신 오래 기억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생겨났다. 너무도 짤막한 생각의 잔여물이 쌓여갔고 좋아요는 좋아서가 아닌 우정이 되어가는 것처럼.


그러나 다행이다. 시가 캘리의 영역과 만나 오래 기억될 명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한번 지나갔을 글에 또다시 숨이 붙어 또다시 누군가의 마음으로 옮겨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더 퍼질 것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글의 감성이 더 짙고 힘 있는 글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커져간다. 편하게 글을 쉽게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그 가치가 옅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캘리를 통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작은 문화가 생겨났다. 분명 캘리 작가들 또한 아무런 글을 작품으로 담지는 않을 테니까.


[출처 : 사진 / 시 : 용하, 캘리 : 윤빛캘리 ]

아메리카노


당신 꽃 같아서


내 맘 꼭 같아요


당신 주문한


아메리카노


시럽을 넣더라도


나도 아메리카노


커피 하면 떠오르는 아메리카노. 정작 처음 그 맛을 음미할 때면 쓰다. 쉽게 맛을 음미할 수 없이 왜라는 의문사만 맴돈다. 그러다 아메리카노를 즐겨먹는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 시간을 공유했고 그가 즐겼던 모든 일상에 나도 자연스레 채워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즐겨먹던 아메리카노를 같이 주문하면서 맛을 알아간다. 시럽을 넣어서 시작된 사랑은 그 시간 자체가 달달했기에 점차 시럽 없이도 고유의 맛을 청아하게 느끼게 된다. 결국 그 쓴맛이 상쾌함이란 걸 알게 되더라는 것. 그 만화 같은 이야기가 정말 이쁜 그림같이 묻어났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옆 작은 시럽이 사랑스럽게 웃고 있다. 빨대 사이에 묻어난 흔적은 하트가 연상되듯이 달콤함이 넘쳐흘렀다. 어쩌면 사랑이 오래 추억되는 이유는 만화 같은 순간을 꿈꾸듯 두 사람은 함께 그려봤기 때문일 거다.


▲시 : 양광모, 캘리 : 열음캘리

나의 그리움은 밤보다 깊어


그대를 생각하기엔 하루가 짧고


그대를 사랑하기엔 일생이 짧다


어둠이 내려 앉기 전 새벽 밝아오니



그대를 향한 그리움 밤보다 깊다


인생이 짧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대를 사랑했기 때문에. 하루를 초와 분 그리고 시간으로 나눈 이유조차도 헛되이 사랑을 흘려보내지 말라며 곳곳에 긴 여운을 되새기라는 것이겠지. 그 영원할 것 같던 시간에 당신이 없다면 어둠 조차도 그리움 앞에서는 빛처럼 밝아 보일 뿐이다. 밤은 제아무리 깊어도 날 밝은 새벽보다 깊지 못하지. 당신은 날이 밝아도 어두워도 그리움은 깊어만 가는 것을. 밤하늘에 보름달 하나 덩그러니 있다. 어쩌면 다시 찾아올 아침이라 할지라도 한순간도 잊지 못하는 모나지 못한 둥근 그리움이 뜬것이겠다. 그저 보고 싶다는 마음만 어둡지 못한 밤이다.


[출처 : 사진 / 글 : 김지평 작사 / 패티김 노래, 캘리 : 늘솜캘리?]

인생은 작은배




구름은 바람없이 못 가네


천년을 분다 하여도


인생은 사랑없이 못 사네



하루를 산다 하여도


지금 우리들이 타고가는


시간이라 하는 무정한 배


미움을 싣기엔 너무 좁아요


그리움만 실어요



구름은 바람따라 떠나도


별빛은 그 자리 있고


인생은 세월따라 떠나도


사랑은 그 자리 피네



지금 우리들이 타고가는


시간이라 하는 무정한 배


미움을 싣기엔 너무좁아요


그리움만 실어요



구름은 바람따라 떠나도


별빛은 그 자리 있고


인생은 세월따라 떠나도


그 마음 그대로 피네


시와 가사는 무엇의 경계인가. 마음을 노래하는 데 있어서는 분명 구분이 없다. 캘리가 명언이나 어록 혹은 명 시만 담지는 않는다. 필자도 몰랐을 패티김의 노래 가사가 지금 보니 문장 자체로도 깊은 울림이 있다. 저 높은 산이 한없이 높아 보이는 것은 홀로 저산을 바라보았기 때문이겠다. 둘이라면 못 오를 산이 어디 있으며 떠나지 못할 곳이 어디 있을까. 산 위에 떠오른 가장 빛나는 해를 홀로 보이기에는 너무도 아깝지 않을까. 구름조차도 바람 없이는 떠다닐 수 없듯이 외로움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겠다. 모든 것이 세월 따라 흐르고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꼭 누군가와 함께 하고픈 간절한 사랑 그 하나겠지. 별이 되어서라도 꽃이 되어서라도 한 사람의 마음을 향하는 바람은 늘 선선히 그곳에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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