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의 필리핀] 4회
나의 선생님, 헨젤
김주연
kwonho37@daum.net | 2020-07-17 23:49:00
나에겐 잊지 못할 선생님들이 있다.
어떤 선생님들은 내게 가족 외 타인으로서 최초의 사랑, 환대를 보여준 사람도 있었고 어떤 선생님들은 그저 꾸중하고 혼낸 기억으로 남겨져있다. 이런 나에게 중학교 때 만난 한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으로 남아있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헨젤 선생님이다.
필리핀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영어는 전혀 못했고 사춘기에 막 들어가서인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뭔가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신념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필리핀 영어 연수 때 한 선생님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냥 말도 안통하고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하루도 안 되어서 내 이름을 외워준 것을 시작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공부 가운데서 제대로 못 쫓아간 나는 나머지 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런 나를 위해 따로 시간 내어서 가르쳐주었고 많은 격려를 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그렇게 정직한 격려와 응원은 이후에도 받기 어려운 것이었다. 선생님은 정말로 날 도왔고 3주의 시간이 마칠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3주의 시간 후 선생님은 편지와 함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난 그 다음 해 영어 연수까지 선생님과 연락하게 되었다. 그때 난 영어가 너무 어렵고 힘들었지만 선생님하고는 연락하고 싶어서 결국 사전을 계속 보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잠시 간 필리핀에 다시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필리핀에 처음 가거나 영어권 나라에 연수 또는 유학을 가면 우린 학교에 있는 선생님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외 선생님(tutor)이다. 필리핀에 처음 오면 사람들은 거의 매일 개인 선생님들로부터 수업을 받고 정규 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필리핀의 시간 임금은 저렴했기에 사실 누구나 쉽게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긴 시간 배우게 된다. 처음 간 나라에서 가장 처음 그리고 오랫동안 보는 사람이 이 선생님들이기에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서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바뀌게 된다. 나는 다행히 헨젤 선생님을 만나서 필리핀에 유학까지 결정하게 되었지만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씩 이상한 선생님을 만나서 유학을 가지 않게 되었다면 난 뭐하고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더 나의 선생님께 고맙게 된다. 한국에서 여러 고민, 갈등 가운데 있던 난 내 이름을 하루 만에 외워주고 격려와 응원을 멈추지 않고 떨어져있을 때도 연락해준 선생님 덕분에 필리핀에 갔고 8년을 보내고 왔다. 부디 지금도 여러 나라로 잠시 떠나거나 유학을 가는 사람들한테도 좋은 첫 선생님들이 있길 바래본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헨젤 선생님은 그저 처음에 만나고 연락한 선생님으로 관계가 마치지 않고 8년 유학 생활 동안 같은 교회 다니고 같은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친구 같은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필리핀이 그리워질 때 중-고등학교 시절이 기억날 때 연락해서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낯선 나라 필리핀에 갈 수 있었고 살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선생님은 반드시 들어간다고.
[뮤즈: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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