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획자의 흔한 생활] 3회

게임적 허용

레제

kwonho37@daum.net | 2020-03-18 00:19:00

최근에 다시 삼국지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삼국지 게임을 할 때 있었던 슬픈 일화가 있어서 글을 써본다.



한창 유비로 플레이를 하던 중이었다. 당시의 상황은 유비가 막 원소에게서 도망을 쳐 유표에게 의탁하고 신야성에서 서서를 등용하여 조인을 물리친 직 후였다.



이 후에 연의를 보셨던 분은 알겠지만 조조의 계략으로 서서를 조조에게 보내주게 되는데 당시 게임에서도 그 이벤트가 진행이 됐다.



서서 : 제가 지금 비록 조조에게로 가지만 조조에게는 절대 도움을 주진 않을 것입니다.. 블라블라



유비 : ㅠㅠ



서서 : ㅠㅠ 부디 건강하십시오.



이벤트가 끝나고 서서는 조조의 세력으로 이동이 되고 (게임의 시스템 상 조조의 장수로 소속이 바뀌도록 되어있었다.) 유비는 서서가 추천해준 제갈량을 찾아해매던 그 때.



AI가 플레이하는 조조의 군대가 신야성을 침공한다는 알림이 떴고 얼마나 몰려오나 확인을 하는 순간..



조조군 대장 '서서'



특정 장르의 게임을 하다보면 간혹 이런 경우가 생길 때가 있는데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뿐 만 아니라 유저 개개인의 플레이 내용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획자가 짜 놓은 상황과 상충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예를 들어 보스를 잡으러 갔는데 이미 유저의 파티에 보스 캐릭터가 있다던가 하는…)



위의 경우 게임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스템과 중요 이벤트를 강제로 보여줘야 하는 스토리 이벤트의 괴리가 만들어낸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유비 : 아니 댁이 거기서 왜?


서서 : 네 이놈 유비야 어서 목을 내놓아라!


유비 : 어제만 해도 건강하라고….


서서 : 아 몰랑.



당시 한참을 분노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뮤즈: 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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