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그 심오한 세계에 관하여] 4회
태어나 처음 마주 본 너무 따스한 그 눈빛
박정은
kwonho37@daum.net | 2020-03-17 23:19:00
#4. 태어나 처음 마주 본 너무 따스한 그 눈빛.
덕후들에게는 일년에 생일이 여러 날쯤 된다. 내 생일 그리고 멤버들의 생일. 멤버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트위터에는 여러 이벤트 안내 공지가 뜨기 시작한다. 일명 생일 투어 시즌이 된 것이다. 저번 달은 나의 아이돌의 데뷔 날이었다. 이 또한 덕후들에게는 축하해야 할 기념일! 방문할 카페 목록을 짜서 홍대로 카페 투어를 떠났다. 저 멀리 나의 아이돌의 배너가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이벤트를 하는가 싶어 흘끔흘끔 보고 지나친다. 요새 번화가 쪽 카페 앞에 아이돌 배너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이벤트들은 소속사와는 상관없이 팬들이 온전히 사비를 들여 진행하는 이벤트다.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 시키면 예쁜 컵홀더와 포토카드(덕후사전: 선물은 진행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까지 준다. 이런 선물들은 팬들이 멤버들의 사진 또는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컵홀더를 직접 발주하고 카페와 협력하여 음료를 주문하였을 때 선물해주고 있는 것이다. 컵홀더 뿐만 아니라 카페 내부에도 아이돌의 사진을 걸어준다. 카페에서는 이벤트를 찾아온 팬들을 위해 아이돌의 노래를 틀어준다.
내가 좋아한 것들로 가득한 공간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사진을 둘러보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작게 웃음을 짓는다.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관련도 없던 사람들이 감정을 공유하고 선물을 나눠 갖는다는 게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
생일 이벤트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팬들끼리 모금하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한다. 아이돌 팬들처럼 기부를 많이 하는 단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름을 쓰지 않고, 가수의 이름이나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를 하곤 한다. 혼자였으면 쉽지 않았을 일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하는 사람들. 이러니 덕질을 끊을 수가 없다. 나는 아이돌과 그 팬들을 덕질한다.
- 오늘의 추천곡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당신에게 바치는 노래, 태연의 “make me love you”
[뮤즈: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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