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정스타] 1회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던 집사

뮤즈 조나단 작가

조나단

kwonho37@daum.net | 2020-07-09 17:22:00

지난 2~3년간 랜선 집사로서 나는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귀여운고양이 사진들을 모조리 섭렵했다. 내가 SNS를 하는 이유가매일같이 올라오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 때문이었으니, 말 다했다.


심지어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 집에(주인은 초대할 생각도 없었는데) 내가 먼저 가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초대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지인의 눈동자를 나는 애써 무시했다. 그 길로 그녀의 팔짱을 끼고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그녀의집으로 쳐들어갔다. 고양이에게 줄 간식도 없이, 빈 손으로(이제 와서 생각하면 집주인이 아닌 고양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 정도면 고양이를 직접 키워야 하건만, 나는 2~3년 동안 경제적인 이유로 입양을 망설이기만 했다. 비단 고양이뿐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돈이 든다. 병원비를 생각하면 그 돈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레오라는 이름의 슈나우저를 16년 동안 살뜰히 보살피고고이 보내주었다. 레오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2년 동안참 많이도 아팠다. 그 과정에서 시어머니가 지출한 비용은 1천만원이 넘었다.



우리집에 놀러왔던 레오(거울을 보고 감탄하는 중)


레오는 먹는 걸 좋아하고, 사람 가까이에 있는 걸 즐겼다. 겁은 많은데 목소리는 커서 가족이 곁에 있다면 우렁차게 짖었고, 가족이없는 곳에서는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1살도 되기 전에 시어머니를 만난 후 16살로 세상 소풍을 끝내는 동안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가족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나는 레오가 아저씨에서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시기에 합류한 가족이었다. 레오와어느 정도 친해지긴 했지만 레오는 어디까지나 시어머니의 레오였을 뿐, 나의 레오는 아니었다. 그러니 어머니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레오의 병원비를, 솔직히말하면 나는 상당히 큰돈이라는 생각했다.



고양이도 없으면서 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온 정보는 아픈 고양이들의 병원비내역이었다. 그곳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각종 고양이 질병이 난무했다.고양이 입양을 2~3년 동안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나는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걸리지도 않은 질병을 걱정하며, 내 지갑에서 나갈 돈 걱정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구더기가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집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존재)였다.


고양이에게 들어가는 병원비를 아까워할 것 같은 마음으로는 입양을 시도하면 안 됐다. 생명과 함께 산다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므로. 그 부분은나 스스로를 칭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구더기를 무서워하는 시간이 2~3년이나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내 주변의 지인들은 하나 둘씩 고양이 집사가 되어갔다. 그들의 고양이 사진을 보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몇 년간



누군가는 이미 입양을 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을 텐데......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제는 운명의 고양이를 만나고 싶어!



나는 장고 끝에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아니라 바로 나의 고양이일 테니, 나도 시어머니처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거란 결론이었다. 그렇게나는 용기를 내어 운명의 고양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사지 않고,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나는 유기묘를 입양하는일이, 내가 입양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일이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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