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랑, 달콤한 테이블] 1회

프롤로그

권하정

kwonho37@daum.net | 2019-11-26 23:01:57

스물 아홉이 되던 해 1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첫 만남에 결혼을 확신하고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말했다. 마치 불도저 같았던 추진력으로 같은 해 11월에 식을 올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울산에서 신혼 첫 살림을 시작했다.바쁜 신랑과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행복해서 요리가 점점 즐거워졌다. 새로운 메뉴도 자주 시도해보고, 조금 더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 #달콤한테이블 인스타그램의 시작이 되었다.


취미는 사랑, 가을방학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 나에게 요리는 누군가를 위한 사랑, 즉 요리는 사랑이라 취미는 사랑(=요리)이다. 브런치, 단어만으로도 여유로움이 전달되는 그 시간. 아점이라는 표현보다는 왠지 더 우아한 브런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주말에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 눈이 떠지는대로 푹 자고 일어나서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한 샐러드와 과일, 달걀요리, 빵 종류로 차려낼 때가 많은데 식재료의 변화보다 플레이팅의 변화로 매번 새로운 브런치가 탄생한다.커피는 주로 갓 볶은 홀빈을 구입해서 반자동머신을 사용하고 가끔은 신랑이 내려주는 핸드드립이나 간편하게 캡슐커피 찬스를 쓸 때도 있다.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주말에는 시계를 보지않고 테이블에 앉아 음악도 듣고 수다도 떨면서 여유롭게 홈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게 소확행.










평일 저녁에 둘이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식습관도 그렇고 밑반찬을 해두고 두 식구가 먹기에는 힘들어 제때 바로 요리하는 편이다. 결혼할 때 신랑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내가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던 10인용 전기압력밥솥은 처분하고 매번 작은 무쇠솥에 밥을 짓는다. 찰진 밥보다 고슬고슬한 밥을 선호해서 우리에게는 냄비밥이 맞다.



하루 종일 과도한 업무에 지친 신랑을 생각하면 집밥을 꼭 해주고 싶어서 한그릇 요리라도 정성스럽게 차리게 된다. 신랑의 페이보릿은 오일파스타, 그래서 어떤 재료로도 가능한 냉털파스타가 나의 특기가 되었다. 라면은 없어도 파스타면은 떨어질 날이 없는 우리집.






4년 남짓 유학을 하며 여러나라 음식을 접하고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이국적인 식재료나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신랑은 나보다 더욱 개방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고 서로 입맛이 비슷해서 어떤 요리를 해도 부담이 없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내 입에 맛있는 것이 곧 신랑에게도 만족스러운 음식이니까. 냉장고에 항상 있는 허브는 고수, 중독이 되어버렸는지 어느 순간부터 고수를 뚝배기불고기나 떡볶이에도 넣어 먹는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런 나만의 음식 취향을 신랑과 공유하는게 재미있다.









유일하게 신랑과 맞지 않는 부분은 술,나는 술을 즐겨하고 센 편인데, 신랑은 술을 전혀 못한다. 비 오는 날 곱창전골에 소주, 오뎅바에서 사케 한 잔의 감성을 공유하지 못하는게 아쉬워서 손님들을 자주 초대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술은 가벼운 와인이나 맥주, 여기 어울리는 안주 겸 식사를 준비하면 초대한 이도 초대받은 이도 모두 행복한 시간.홈파티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조리법이 겹치지 않게, 예를 들면 가스렌지에서 조리하는 음식이 있으면 오븐이나 다른 열원을 통해 조리하는 음식을 하고, 그동안 불을 쓰지 않는 요리를 준비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수월하게 손님상을 차릴 수 있다. 요즘은 반조리식품이나 쿠킹박스가 워낙 잘 나와서 누구든 열정만 있으면 홈파티도 어렵지않다.









현관 문을 열면 낮에는 커피향, 밤에는 밥 짓는 향으로 언제나 온기가 가득한 집을 만들고 싶다. 머릿속으로 그려 본 음식이 내 손끝에서 만들어질 때 느껴지는 희열, 어울리는 그릇을 골라 플레이팅하는 순간의 행복함은 모든 수고로움을 이긴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나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달콤한 테이블을 준비한다.




[뮤즈: 권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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