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사정을 담은 열 가지 단편소설
<식상하고 따분하고 진부한 치정극><br>작가 서동찬
허상범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25 10:42:51
책 소개
웹소설로 등단해 오랜시간 각종 온라인 매체에 소설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서동찬' 웹소설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평소 나('허상범' 에디터)에게 있어 웹소설이 가지는 이미지란 대개 가슴 속에 박히지 않고 가볍게 휘발되는 문체들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읽을거리였다.(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꽤 많다. 대표적으로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그 반증의 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서동찬 웹소설가의 단편소설집은 아주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같은 글이라 하여도 형식이 다른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알고 있다. 미스터리 단편소설, 단편동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글쓰기 훈련의 일환으로 시를 쓰고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분명 웹소설 같은 장르문학에서 일상을 소재로 한 문학소설을 쓰는 일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웹소설이나 문학소설의 공통점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과 깊이의 정도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서동찬 작가의 [식상하고 따분하고 진부한 치정극]은 열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있다. 평소 그의 웹소설을 즐겨읽던 독자라면 이 작품은 분명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서동찬
2013년 제8회 디지털 작가상 우수상 수상 - 장편 [새장 속의 새들]
2014년 AYAF 문학분야 소설 부문 최종 3단계 선정 - 단편 [A Stranger]
2015년 웹진 문장 3월호 단편소설 [부재중] 발표
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우수상 수상 - 장편 [범인, 그들은 모른다]
2017년 제1회 원스토어북스 웹소설 공모전 우수상 수상 - 장편 [풍기문란 만성필호]
2017년 장편소설 [더 딜] 발표
2018년 장편소설 [그는 그녀를 쫓는다] 발표
목차
055 _ 식상하고, 따분하고, 진부한 치정극
026 _ 내 노래가 들리니
057 _ 내 아내의 남자
077 _ 부재중
103 _ 모르는 사람
124 _ 핑크 플로이드를 아시나요
146 _ NOWHERE
169 _ 무장강도
195 _ 빈집털이
216 _ 벌레
본문
삼십줄을 넘어서도 난 어떻게든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자취방 월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일주일 내내 하면서도, 음악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닿을 수 없는 별을 쫓아 암벽을 낑낑대며 오르던 나에게 온 뜬금없는 이별 통보에 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함께 했던 육 년간, 우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그녀가 취업을 준비할 동안 난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고, 같이 졸업을 하고 그녀가 직장을 얻었을 때, 난 다수의 음반회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녀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동안 난 꿈을 좇는다는 핑계로 그녀의 돈을 조금씩 축내고 있었고, 그런 생활에 그녀가 지쳐 갈 동안 난 내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도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 아니, 막연한 상상이란 말이 더 맞겠다. 성공한 음악가가 되어 그녀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리고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런 줄 알았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남들처럼 취직해서 일 하라는 말 대신, 늘 성공할 수 있을 거라며 작은 응원을 줬던 그녀였기에.
- 28페이지, '내 노래가 들리니' 중에서 -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