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 작고 귀여워] 5회

신비로운 인스타 상점

라봉클럽

kwonho37@daum.net | 2020-06-26 13:18:40


“어떤 옷 사러 나오셨어요?” 그건 내 쇼핑 인생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질문이었다. 필요한 게 있어서, 사야 할 것이 있어서 물건을 사러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필요한 건 전혀 없어도 쇼핑은 하고 싶었다. 옷장이 차고 넘쳐도 새로운 것이 늘 짜릿한 법! 그러기로 치면 빈티지 쇼핑처럼 재미난 것도 없었다.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예쁜 단추라든지,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싶은 과감한 패턴의 옷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상상도 못했던 사랑을 발견해서 품에 안고 돌아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다만 빈티지 쇼핑의 매력이자 흠은 시간과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것. 생활이 바쁠 때에는 빈티지 샵에 들러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을 만한 짬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것은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이었다. 빈티지를 온라인으로 사고팔 수 있는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 유튜버가 애용하는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쇼핑몰 하나만으로도 신세계였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또 다른 쇼핑몰을 하나 둘 검색했다. 이제 내 즐겨찾기 목록에는 수십 개의 빈티지 쇼핑몰이 도열해 있다. 일을 마치고 한숨 돌릴 때 하나씩 들러 새로 올라온 옷들을 구경하는 것이 작은 낙이다. 온라인 빈티지 쇼핑만의 짜릿함도 발견했는데, 바로 모든 제품이 한 점밖에 없으므로 내가 주문한 것에 곧바로 ‘솔드아웃’ 표시가 붙는다는 것. 오묘한 정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한 건 주문할 때마다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보고한다. “캬! 또 내가 솔드아웃을 박았어!”




그러나 아직 발 들이지 못한 빈티지 쇼핑의 세계가 있었으니,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빈티지 쇼핑몰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나만의 장바구니가 생기는 온라인 쇼핑몰과는 달리, 인스타 쇼핑몰은 어떻게 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무작정 관찰했다. 인스타 계정에 제품 사진을 실컷 올리고는, “자세한 문의는 DM주세요”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겨 둔다. DM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몰랐을 시절에는, 이 말의 속내가 대체 무엇인가 어리둥절했었다. 뭘 그렇게 문의하라는 거지? 그리고 비슷한 게시물들을 보며 차차 알게 되었다. 제품 사이즈며 묘사를 상세히 적어놓은 인스타 게시물에 빠진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가격! DM으로 물어보라던 것의 정체는 물건 가격이었다. 누군가가 댓글로 달아둔 “가격은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에 운영자가 남긴 “DM 문의해주세요~”를 보고 나서 더욱 확신을 품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왜 애시당초 가격을 적어두지 않는 걸까? 물건의 사양만큼이나, 물건의 가격은 구입 여부를 결정하려면 꼭 필요한 정보인데 말이다. 도무지 알 수 없어 왠지 세상 물정에 밝을 것 같은 친구한테 물어보았다. 허나 머리를 맞대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글쎄, 처음에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는 비싸게 부르다가, 자꾸 안 팔리면 나중에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는 값을 깎아서 얘기하려고 그러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뺨치는 슈뢰딩거의 가격표라도 되는 걸까. 하여간 아리송했다.



신기하게도, 신비주의 인스타 쇼핑몰에도 간간이 ‘솔드아웃’이라는 공지가 뜬다. 대체 그런 신비로운 시장에 들어가 솔드아웃시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나하나 가격을 물어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부지런한 사람들일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답으로 듣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쿨한 사람들일까? 사지 않은 채 가격을 묻는 일만 번번이 계속되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범한 사람들일까? 아직 나는 셋 중 아무도 아니다. 귀찮고, 찌질하고, 소심한 소비자는 오늘도 인스타 대신 웹 브라우저를 켠다.



[뮤즈: 라봉클럽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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