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연구일지] 잠의 무게
박영은
kwonho37@daum.net | 2019-12-19 12:48:03
오늘도 아기는 잠드는 게 무섭다. 팔다리를 버둥대며 악을 쓰기 시작한다. 아래턱을 달달 떨며 악악 운다. 아기를 들어올린다. 엉덩이를 받쳐 안고 등을 토닥이며 하염없이 걷는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토닥토닥... 울음이 그친다. 버팅기던 몸에서 힘이 빠진다. 거칠게 쌕쌕거리던 숨소리도 어느새 조용하다. 아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고요가 깔린다. 잠든 아기를 내려놓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아기 재우기, 아기를 잠의 세계로 인도하는 순례에서 아기가 푹 잠들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은 무게이다. 아기의 머리에서부터 손끝, 발끝에까지 골고루 잠의 무게가 깃들면 이제 푹 잠들었겠지 생각하게 된다.
잠이 들면 왜 무거워지는 걸까. 누군가는 그것이 무게중심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라. 하지만 나는 한 자세로 안겨있는 품 안의 작은 아기가 단지 무게중심의 차이로 더 무겁고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게, 단지 그것이 나의 느낌일지라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꼭 잠의 무게 때문인 것만 같다.
깨어있는 동안 경험한 모든 것에 묻었던 영혼의 지문들이 주인을 찾아와서 잠의 무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오늘 하루 애썼다며 편안히 잘 자라고 신께서 불어넣는 치유의 입김의 무게일까. 세상에 흩어져있던 여러 소망과 응원의 마음이 스미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잠의 무게를 이룬 재료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꿈이지 않을까.
힘들게 잠투정하는 아기를 달래며 생각해본다. 내가 널 감싸 안아주어 네가 두려움을 덜고 잠들 수 있다면, 나도 너에게 꿈이 되고 치유의 입김이 되고 응원의 메시지가 되겠구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네 잠의 무게까지 토닥여줄게. 그리고 앞으로는 나에게 스며드는 잠의 무게를 생각하며 더 달게 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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