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그 심오한 세계에 관하여] 2회
지마, 지지 마- 포기하지 마!
박정은
kwonho37@daum.net | 2020-03-13 23:25:24
지난 금요일은 너무도 끔찍하고 고단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하늘까지 치솟았고, 나는 그걸 고스란히 회사에서 표출해버렸다. 자괴감에 한탄하며 퇴근하고 나간 소개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내가 알아본 회사 앞 식당은 그 날 따라 만석이었다. 다행히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지만,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정도로 즐겁지는 않았다. 소개팅이 끝나고 버스를 탔을 때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있었다. 내 자신이 이렇게 초라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어 끝없는 한숨만 토해냈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 도착한 동생의 카톡을 보기 전까지는.
“언니, 얼른 들어와. 프듀 봐야지. 오늘 프요일이야.”
그랬다. 오늘은 프요일이었다…! 요새 나의 일주일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 프로듀스X101이 방영되는 금요일! 그 생각만으로도 어느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서둘러 씻고 나와 노트북을 세팅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광고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번 주 투표 순위가 공개되고, 내 원픽 (덕후사전: 프로듀스에는 101명의 연습생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애 하는 연습생을 의미.)의 순위가 떨어진 걸 보니 내 마음도 뚝 떨어진다. 누나가 더 열심히 투표할게! 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 졌다.
아마 프로듀스X101을 보는 국프 (덕후사전: 국민 프로듀서를 이르는 말. 프로듀스X101을 보면서 투표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들이 11등이라는 순위 안에 들어 데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길 바랄 것이다. 프로듀스를 보다 보면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고, 누구 하나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밤새 연습하는 연습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찌르르 진동이 온다. 내가 꿈에 저렇게까지 매달려봤던 게 언제였던가. 사실은 내가 저 친구들을 평가하고 투표할 자격이 있는 걸까. 만약 나에게 프로듀스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와 같은 꿈을 가진 101명의 사람을 모아 놓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얼마나 간절한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다고 하면 나는 과연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금요일의 나처럼 멘탈이 무너져 악편 (덕후사전: 악마의 편집을 이르는 말. 말이나 행동을 교묘하게 편집해 인성이 나쁜 사람처럼 편집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심으로 프로듀스에 출연하는 모든 연습생들을 존경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찾고 당당히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그렇게 당당히 얘기하는 자세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잔인한 평가에도 굴하지 않는 태도에서. 모두를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기도한다. 떨어지더라도 그 꿈을 계속 이어 가길. 101등이라 해서 내 꿈이 101등인 건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자신의 꿈은 1등이니까. 꿈을 이뤄가는 당신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또 꿈을 키우고, 꿈을 잊고 사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되새겨 보게 된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늘의 추천곡은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 프로듀스X101의 메인곡 “_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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