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나 외로운 존재
송호성
kwonho37@daum.net | 2019-08-13 17:28:49
"하루 종일 나는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는 것 같아"
이 곡은 친구의 나지막한 읊조림에서 시작했어요. 친구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가 아닌 자기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고 했어요. 의욕이 넘치던 시절에는 그 모습을 전부 소진해버리고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100% 다 태워버리지도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그 다음날에는 어떤 게 자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깨어난다고 해요.
A파트 "누가 널 발견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우린 이름 없는 별
먼 우주 속을 헤메이다 사라져 버리지
누군가 찾아준다면
기억될 텐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다 '우린 이름 없는 별'이라는 가사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코드를 짚고 노래를 불러봤더니 딱 어울리는 멜로디였어요. 그리고 나서 그 친구를 누군가 발견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린 이름 없는 별이고 먼 우주 속을 헤메이지만 누군가 찾아준다면 기억될텐데라는 가사를 쓰게 되었어요. 가사를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름 없는 흔하디 흔한 별들이라고 해도 사실 원래 각자 다 다른 빛을 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코드 진행은 F와 Am7으로 한정지 어 보았어요. 그 최소한의 코드 진행 안에서 다른 빛, 다른 멜로디들을 찾아보고 싶었죠.
A'파트 "난 무슨 이름으로 기억 되었을까?"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흔적을 남기진 않았었지
흐르는 눈물마저도 눈물마저도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두 코드를 반복해서 연주하다 문득 예전 사랑했던 연인이 생각났어요. 그 사람에게 난 무슨 이름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린 오랜기간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이제 서로를 비춰주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어떤 것도 남기지 못했다라는 후회가 들어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긴 했던걸까라는 후회가 많이 들었죠.
B파트 "왜 항상 나에게는 비가 내리나요"
눈이오네 또 눈이와
아직 마르지도 않은 축축한 땅에
눈물이 흐르네 또 흘러
아직 마르지도 않은 내 슬픈 마음에
트래비스의 노래 중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라는 노래가 있어요. 태양이 빛날때조차 나에게는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린다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 이 곡은 깊은 상실과 좌절감을 표현한 노래에요. 저는 이 노래를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이 곡의 후렴을 생각하다가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노래를 통해 좌절만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슬프고 힘든 현실이지만 제 친구가 희망을 얻길 바랬고 이 노래가 그에게 조금의 위로라도 되길 바랬어요. 그래서 눈이온다라는 가사를 썼어요.
눈은 참 신기해요. 희망적이기도 하면서 우울하기도 하죠. 어린 시절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하얗게 쌓여있는 눈을 보면 제대로 옷도 입지 않은채 뛰어 나가서 쌓인 눈을 구경하곤 했죠. 눈이 덮인 세상은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 같았어요. 그 곳에서 우린 친구들과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눈을 보면 출근 걱정, 옷이 젖을 걱정, 운전하기 힘들겠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렇게 좋아하던 사랑도
나이가 지날수록 좋은점은 보지 못하고
힘들었던것만 기억하고 피하게 되죠
마치 눈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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