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 작고 귀여워] 3회 어쩐지 더 외로워

[뮤즈: 라봉클럽 K]

권호 기자

kwonho37@daum.net | 2019-12-26 00:32:00


네모진 상단을 따라 금세 곡선으로 떨어지는 기다란 선. 그 모양대로 눈을 굴려 봐도 얇은 금속 상자에 가려진 사람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는 누군가,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한 누군가, 복잡한 전철과 버스에서 바라본 당신. 그리고 당신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휴대폰만을 본다. 이어폰으로 작은 기계와 귀를 연결한 사람들의 모습은 흡사 오래전 SF에서 다루었던 미래의 한 장면 같다. 고개를 기울인 사람들. 아래만 보고 걷는 사람들.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일까, 다른 차원에 집을 짓는 사람들일까.



나는 탈SNS를 한지 시간이 꽤 흘렀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세상사에 지쳐 자연에 들어온 자연인들의 사연이 나온다. 마치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뾰로롱 하트가 피어오를땐 ‘와 좋다~’ 싶다가도 ‘오늘따라 하트를 누르는 사람이 없네?’ 하고 신경 쓰는 감정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 했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은 외로움에 스스로 자처하며 빠져들었다. 그때, ‘아 나는 SNS사에서 살아남기엔 영 맥아리 없는 해파리구나’ 하면서 연이어 회원 탈퇴를 하게 됐다.



휴대폰을 열고 SNS에 들어가면 엄청난 수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달려 올 이들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당장 내 앞에 앉은 친구들을 두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여기에 트렌드의 한 축이 된 ‘쿨’하다는 성향이 더해지면 관계는 허울 좋은 순간의 분위기가 되고 만다. SNS 팔로워 수로 위로를 받으려 해도 쓸쓸한 마음은 가셔지지가 않는다. 도리어 ‘어쩐지 더 외로워’ 하고 생각하게 된다.



SNS로 맺어진 씨버프랜들과 손가락 두번 탭으로 주고받는 하트는 뭔가 진심이 결여된 느낌적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는 외딴섬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섬 주변에는 가벼워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하트들이 즐비할 테고. 그런데 외딴섬이 뿌리내린 그 아래 땅과 물속을 보면 모두와 연결되고픈 마음이 여기저기 뻗어 있다. 모두의 섬이 사실은 그렇다.



오늘은 물 위에 뜬 가벼운 하트를 살짝살짝 밀어내고 섬에 다다라서 친구에게 ‘어쩐지 외로운 참에 저 멀리서 너도 그런가 싶어서 와 봤어’ 하고 안부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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