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아, 김이솝] 1. 곰과 두 친구
심규락
kwonho37@daum.net | 2020-10-02 15:29:10
[1-1] 여기는 재미가 없다. 고로 죽는다. 그리고 산다.
‘SK 텔레콤과 그리핀, 그리핀과 SK 텔레콤의 경기를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
‘하나! 둘! 셋! T1 화이팅! 와아아아아!’
‘그리핀, 하나! 둘! 셋! 그리핀 화이팅!’
“역시 주말엔 넴넴치킨 뿌링클하고 롤 경기지. 안 그러냐?”
“롤 경기 보는 신은 처음인 거 같아요. 이것도 적을까요?”
“아 좀…… 너도 뿌링클처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튀겨버린다.”
그렇게 ‘겉바속촉’ 예찬론을 펼친 김이솝은 20분이 지나자 응원하는 팀의 상대편을 무자비하게 까기 시작한다. 위키는 이런 모습의 그를 ‘팬심 여포 - 자기 플레이 초선’ 모드라고 몰래 적어놓곤 한다.
위키의 메모:
기…록…김이솝…… 그는 한반도의 훌리건이자 현실 악플러의 표본이다… 마치 초록창 스포츠 뉴스의 댓글란에 ‘국뽕 거르고, 손흥민 차기 발롱도르 수상 예약 인정?’, ‘이승우 대체 뭐 하냐. 이럴 거면 승호나 강인이 데려와라 차라리.’ 등을 적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략)
추가적으로 첨언하자면, 21세기의 지금은 본인에겐 익명성과 자기표현의 자유의 증진에 기반을 둔 부작용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이기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더 자유로워진 의사 표현처럼, 타인과의 관계 정립도 비례해 더욱 손쉬워지는 형상을 띤다. 맘에 들지 않으면 ‘손절’이라는 표현처럼 바로 분절되는 현시대의 인간관계 구조는 앞으로 개인주의의 적립 정도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주관적인 사관 위키가 그렇게 조심스레 기재를 마치고 10초 정도 흐르자, 이윽고 저 편에선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악! 미드 진짜 pick 왜 저렇게 했어! 상대 미드 챔이 진짜 적폐네! 다음 세트인데 바로 ban 안 하냐!”
[1-3]. #Free
‘이어서 속보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유명 래퍼 YNW Melly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 이슈가 한창 뜨겁습니다. 이 소식이 뜨거운 감자가 된 큰 이유는 바로 본인의 주변 인물들을 살인한 것으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함중국 기자와 대담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함중국 기자.’
‘안녕하세요.’
‘함중국 기자, 지금 미국에서는 본 사건이 굉장한 이슈라 하는데 정확히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건가요?’
TV를 보고 있던 김이솝과 위키는 ‘#FreeMelly (Melly를 풀어줘라)’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방구석에서 저희 둘이 이러고 있으면, 정말 풀어줄까요?”
“아 그냥 해. 이게 요새 인싸 식 응원법이래.”
함중국 기자의 말에 따르면, YNW Melly는 두 명의 친구를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1급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상태이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 이후로 그의 싱글 [Murder On My Mind]는 현재 애플 뮤직 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I got murder on my mind~ I got murder on my mind~”
“아휴, 무섭게…… 저랑 있을 땐 그런 노래 부르지 말아 주세요!”
“I wake up in the morning, I got murder on my mind~”
“이솝 님! 무섭다고요!”
“야, 노래는 노래고 사람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저 싱글도 지금 불티나게 팔리는 거고.”
“예전에 미국에서 래퍼 Lil Boosie도 예전에 그런 가사 써서, 본인 재판 때 불리하게 흘러갔잖아요. 그리고 자꾸 그 노래 부르시면 제가 그것도 적어버릴 겁니다!”
“시장이 그렇게 평가하고 반응하는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냐. 그럼 군대에서 M-16 말고는 권총 잡아본 적도 없는 한국 래퍼들이 맨날 총 얘기하는 건 어떻게 참고 살았냐? 가사만 보면 아주 그냥 장고 그 자체야. D.j.a.n.g.o”
“근데 진짜 YNW Melly가 친구들을 죽였을까요?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죽일 수가 있을까요?”
“특히 자신의 가족과 다름없는 친구들을 죽인 혐의는 진짜 쇼킹하긴 하지. 게다가 친구라면 절대적으로 아끼는 문화인 미국 힙합에선 더 충격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만약에 정말 죽인 거라면, 끔찍하네요.”
“Drive-By, 그러니까 차 타고 옆으로 접근해서 쏴 죽이는 범죄로 보이게끔 꾸몄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던데, 만약 진짜로 그랬다면 완전히 노래 제목 따라간 거지. 자기 자신 외엔 다 죽일 수도 있는 게 인간이라고.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예전 IMF 때 뒤통수치고 도망간 인간이 한 두 명이었겠어?”
“Cortlen Henry라는 YNW Melly의 친구이자 공범으로 간주되는 사람 역시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죽도록 놔뒀을까요?”
“그래서 내가 그리스 시절 때 뭐라고 말했냐. [곰과 두 친구] 얘기 안 해줬어?”
“곰이 오자 한 명은 나무 위로 혼자 올라가버리고, 남은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누워서 죽은 척했다는 그 얘기 말이죠?”
“그래, 기억력 하나는 알파고 급이구먼. 그래서 그거 교훈이 뭐였어?”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YNW Melly 이슈에 대해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이어서 다음으로 일명 ‘버닝썬 사건’에 대해서 집중 조명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이에 있어서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위험에 처해있는 친구를 도와줘라? 아니야, 신의를 저버린 나쁜 사람은 친구로 삼지 말고 가까이도 하지 말라는 거지…… 야, 넴넴치킨 남은 거 어디다 뒀냐? 빨리 먹고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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