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운명이라는 기차를 타고 간다

영화 <너의 결혼식>

칠월

kwonho37@daum.net | 2019-08-11 15:07:18

가끔 우리는 옛 애인과 관련된 상상을 해보곤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등의 상상. 그러고선 머릿속에서 미리 연습을 해본다. ‘태연한 척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짧은 근황을 몇 마디 나눈 후 아무렇지 않은 척 내 갈 길을 간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내가 괜히 더 미련 있는 것 같아 보이니까.’ 그런 쓸 데 없는 상상 중 최악은 아마 이것 아닐까 싶다. 과거의 내 연인에게서 청첩장을 받는 상상. 그리고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그 상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아니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에게서 받은 청첩장 한 장 (안녕하신가영-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이 편지는 1885년 영국에서..





사실 이 영화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영화다. 남자 주인공 우연이 우연히 대학에 간 승희의 사진을 본다거나, 그 사진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대에 갔다는 것은 영화이니 그렇다 치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를 포함한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차용했었던 모범생 여자와 날라리 남자의 캐릭터 설정에는 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이름이 우연이라 그런지 중요한 순간에 건물 옥상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일도 정말 우연히 일어난다. 게다가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방송실을 점거하고 승희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우연의 모습은 2018년 영화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혈기왕성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답시고 연출한 몇몇 장면은 너무 뻔했고 그래서 불편했다. 하지만 이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는, 현실적인 결말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물건은 우연에게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게서 그의 꿈을 빼앗아 갔다. 승희와의 행복은 갈수록 익숙한 것이 되어갔고 시간은 그에게 사랑보다는 현실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날의 부상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꿈, 연이은 취업의 실패로 그의 자존감은 날로 떨어져 가고 급기야 우연은 둘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그 날을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승희는, 우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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