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 외계인 김동구 2편'

권호 기자

kwonho37@daum.net | 2019-08-05 17:57:35



글쓴이: 김민관 작가





나는 그녀의 집 앞에 섰다.



필요한건 물병뿐.



그것만 받으면 용건은 없다.



하지만 지구인으로 몸을 변형해서인지 으슬으슬 몸이 추워진다.



나는 근처를 돌아보며 추위를 피할 것을 찾았다.



쓰러져있는 사람이 보인다.



그는 커다란 거적때기를 덮고 있다.



나는 공원을 뒤적거려 또 다른 거적때기를 찾아 몸에 둘렀다.



그리고 그녀를 기다렸다.



다음날이 되자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봐요’



그녀다.



‘안녕하십니까 물병 좀’



‘진짜 이 사람이’



엉덩이가 땅에 닿았다.



이 여성 생각보다 힘이 굉장히 세다.



그녀는 나를 한번 째려본 다음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그런데 한 가게 옆에서 눈에 띄는 물체를 보았다.



접시.



큰 개 한 마리가 주인이 준 먹이를 열심히 먹고 있다.



나는 걸음을 돌려 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지구인의 몸으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접시만 있으면 비행접시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에 나는 계속해 대화를 시도했다.



개가 으르렁 댄다.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상대와 똑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



나는 우리 행성에서 배운대로 했다.



그러자 개가 더 큰소리로 으르렁 거리더니



목줄을 당겨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니다.



지금은 아닌가보다.



그곳을 급하게 빠져나온다.



그런데 그녀가 이미 온데간데 없다.



나는 다시 빌라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그녀를 기다린다.



어떻게 해야할까.



물병을 받을 수 있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한참동안 앉아서 고민을 하고있는데



얼마후 그녀가 돌아온다.



어제와 비슷한 복장.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다.



‘아직도 있어요?’



‘물병만 받으면 됩니다.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물건이에요’



‘나 참’



그녀가 가만히 서 있다가



잠시후 말을 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는건 어때요.



내가 최근에 곤란한 일이 하나 생겼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바로 마라톤 파트너가 없다는 거에요



한달 후에 이 지역에는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데



이번엔 정말 꼴찌를 하기 싫어요’



‘그날 꼴찌는 저였는데요’



‘아무튼! 한달동안 내 마라톤 파트너가 되줄래요?



그럼 물병을 줄게요’



‘한 달은 너무 깁니다. 우리 행성으로 돌아가 봐야하는데’



‘행성이라뇨’



‘나는 지구인이 아닙니다’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네요.



여하튼 나랑 파트너가 되줘요. 그게 싫으면 물병도 줄 수 없어요‘



‘그럼 알겠습니다’



‘파트너가 되주는 거에요?



‘네 다른수가 없군요’



‘잘됐다. 그럼 내일 아침 우리집 앞으로 와요.



그런데 이름이 뭐에요’



‘저는 지구 이름이 없습니다’



‘통성명이라도 하자니깐요’



‘통성명’



지구인의 사전이 기억난다.



통성명이란 서로 이름을 교환한다는 뜻이다.



나는 대회날 나부끼던 현수막 글씨가 떠올랐다.



서울시 동구 마라톤대회.



‘동구입니다. 김동구’



‘김동구? 제 이름은 마도미에요’



‘도미, 도미는 지구의 물고기가 아닙니까’



‘맞아요. 놀릴려면 마음대로 해요. 익숙한 일이니까



그럼 약속했으니 딱 한 달만 내 파트너를 해줘요 그럼 물병을 줄게요.



소개는 차차하기로 하고 이제 돌아가요’



‘알겠습니다’



나는 그녀와 헤어져 다시 길가로 나왔다.



하지만 돌아갈곳이 없다.



집은 있지만 우주 건너편에 있는



나의 집으로 어떻게 돌아간단 말인가.



결국 추위에 떨다가 다시 도미양의 집으로 찾아갔다.



‘마도미양’



‘누구세요’



‘접니다. 김동구’



‘왠일이에요. 내일 오기로 했잖아요’



‘제가 사실 집이 없습니다’



‘뭔 소리에요’



‘제 집은 지구 바깥에 있습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후 문이 열렸다.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당최 알수가 없네요.



하지만 마침 텐트가 있어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는 되는데



이거 쓸래요?’



그녀는 내게 보따리 하나를 내밀더니 문을 닫고 들어갔다.



텐트라.



지구인 생활백서라는 두꺼운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지구인이 추위를 피하고 잠을 잘 때 쓰는 간이용 집’



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나는 텐트를 들고 빌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 집 앞에 텐트를 설치했다.



괜찮다.



텐트안은 지구인의 몸으로도



어느정도의 시간을 버틸수 있을만큼 따뜻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지구는 내가 사는 곳보다 따뜻한 행성이지만



그렇다고 한 달 이상을 버틸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렵다.



고향에 가족이 있다.



그들은 지금도 내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잠을 청하려니



갑자기 떠오르는게 있다.



접시.



그래. 그 개가 접시만 내줄 수 있다면



내 행성과 교신을 시도할 볼수 있을텐데



내일은 꼭 접시를 찾으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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