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남자를 찾기 전에 당신이 반드시 읽어야 할 글

그래도 한 명쯤은, 괜찮은 놈이 있지 않을까?

Jess

kwonho37@daum.net | 2020-02-03 22:35:52















첫 번째, 절대 취하지 않는다.


일단 정신부터 차리자. 물론 조금 알딸딸해야 세상이 재밌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클럽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같이 온 친구들도 언제 어디서 뿔뿔이 흝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않는가. 일단 클럽 안에 들어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각개전투다. 서럽지만 알다시피 위험한 세상이다. 잔에 혹시 뭔가를 타지는 않는지, 건네주는 맥주병이 새 것인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하면 판단력과 함께 시야도 흐려진다. 안 그래도 어둡고 화려한 조명 아래, 여자든 남자든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는데 알코올의 콩깍지까지 더해진다면...? 다음 날 침대 옆에서 곤히 잠든 오징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주 맨 정신까지는 아니되(물론 그러면 가장 좋겠지만 큰 맘먹고 놀기 위해 나선 밤일 테니..!), 내 주량의 치사량에는 한참 못 미칠 만큼, 다리가 휘청거리지도 않고 필름이 끊기지도 않을 만큼 조절해서 술을 마시자. 아무리 취해도 내 몸을 더듬는 원치 않는 손길을 야무지게 쳐낼 만큼의 정신은 항상 있어야 한다. 여기저기 테이블에 손목 끌려 다니느라 얼마만큼 마셨는지 세기 헷갈린다면 무조건 알코올이 들어가는 만큼 물을 마셔라. 1:1의 비율로. 술 뭐 마실래? 하면 난 물 줘! 를 외치고 생수병을 야광봉 대신 손에 들고 다녀라. 그럼 일단 기본적으로 험난한 오늘 밤, 살아남을 준비는 됐다.




두 번째, 절대 믿지 않는다.


얼굴도 몸도 스타일도 완전 이상형이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남자가 이 사람 같다. 옷차림도 멀끔하고 춤도 못 추고, 어딜 봐도 클럽 죽돌이 같지 않다. 잘 안 들린다는 핑계로 슬쩍 어깨 잡고 목 잡고, 귓불에 입술 스쳐가며 주거니 받거니 힘겹게 대화를 나눈 결과 명문대 출신에 대기업 직장인이란다. 와, 어떡하지? 나 이 사람 만나려고 이때까지 이렇게 찾아 헤맸나 봐. 내 눈만 마주치면 쑥스러운 듯 머쓱하게 웃는다. 클럽에서 만난 사람 같지 않게 순수하다 했더니 친구 생일파티라 오늘 처음 온 거랜다. 이 정도 되면 더 볼 것도 없다. 여기 너무 시끄러운데, 조용한 데 가서 대화할래요? 한 마디면 게임 오버. 친구고 의리고 당장 가방 찾아 의기양양하게 클럽 문을 나선다. 락커에서 내 짐만 빼가는데 오천 원, 날강도가 따로 없다. 말없이 뒤에서 쓱 오천 원짜리 내미는 이 남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나..? 밤은 깊고 다리는 아프고 집은 멀고 남자는 핫하고- 원나잇만큼은 절대 안 돼! 강철 같던 결심에도 자꾸만 금이 간다. 그래, 잠깐 쉬었다 가지 뭐. 아니, 그냥 정말 얘기만 할 거야. 이왕 온 김에 잠만 자고 가야지. 정말 잠만.. 잠만, 아니 근데 이 남자, 왜 이렇게 달콤하고 왜 이렇게 섹시해? 원나잇 하고 나면 바로 돌변한다는 수많은 짐승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이 사람은 도저히 그럴 리가 없다. 나한테 번호를 왜 물어봤겠어? 아픈 가족사는 굳이 왜 말했겠어? 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고 특별하다고, 클럽에서 이런 사람을 만날 줄 몰랐다고, 그런 얘기는 뭐하러 하겠어?







세 번째, 절대 마음 주지 않는다.


클럽에서 만난 그 사람과 썸이든 섹파든 연인이든 아니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모한 무언가이든, 원나잇에서 끝나지 않은 관계가 되었다고 치자. 아직 안심하긴 한참 이르다. 혹시 그 사람의 카톡 대화명이 본명이 아닌 '현'이라든가 'MJ', 'KIM'같은 약어 혹은 이모티콘인가? 당신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면 하루빨리 정리하자. 보나 마나 그 남자의 카톡 대화 목록에는 당신 같은 물고기들이 수십 마리 뻐끔대고 있을 것이다. 혹은 만났을 땐 너무 다정하고 잘 하는데, 헤어지기만 하면 연락도 잘 안되고 전화도 자주 안 한다? 마찬가지다. 만나서 좋은 건 누구나 그렇다. 어느 정도 호감과 성적 매력을 가진 두 남녀가 함께 있는데 좋지 않기가 더 힘들다. 바람둥이의 본받을만한 철칙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아니면 당신과 분명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밤에 연락이 안 되거나 다투거나 폰이 꺼져 있을 때면 또 클럽에 가 있는 건 아닌지 미친 듯이 걱정된다..? 이래서 클럽에서 만난 관계는 잘 되기 더더욱 힘들다. 실제로 그 남자가 0.1%의 진정성 있는 남자라 한들, '그런 곳'에서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서로 불필요한 의심이 싹트고 관계의 지속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쉽게 만났으니 쉽게 헤어지고 쉽게 서로를 포기한다. 한 번 클럽에서 여자를 꼬셔 본 남자는 약간의 노하우와 자신감만 갖춰지면 그게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 일인지 잘 안다. 그러니 마냥 사랑스럽던 당신이 조금만 귀찮게 굴면, 굳이 힘들게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또 찾아 나서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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