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임시주총서 ‘경영권 방어’ 성공
최윤범 회장, 영풍 의결권 제한으로 승기 잡아
‘집중투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모두 가결
경영권 분쟁 법적 다툼으로 장기화될 가능성 높아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5-01-24 03:23:57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영풍 연합과 4개월간 이어온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최윤범 회장이 전날 기습적으로 꺼내든 ‘상호주 제한’ 카드가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총 8건에 달하는 정관 일부변경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임시 주총은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2일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정밀 법인이 갖고 있던 영풍 주식 약 19만226주(10.33%)를 장외매입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인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SMC가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이번 거래로 고려아연 지배 구조에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고,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25.4%)은 의결권을 상실했다. 상법(제369조 제3항)은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를 초과해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 포함 약 34%의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해 표대결에서 유리해진다.
이에 대해 MBK·영풍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임을 들어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했지만, 고려아연은 “상법상 회사의 자회사에는 외국 자회사도 포함된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있다”며 주총을 진행했다. MBK·영풍은 의결권 박탈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취한다는 계획이다.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발행주식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의안이 모두 가결됐다. 특히 최 회장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의 건’(찬성 76.4%)과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찬성 73.2%)이 모두 통과돼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유리해졌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 선임 시 의결권을 선임 이사 수만큼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해 소수 주주의 권익을 증진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일조한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주주별 최대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 룰’이 적용된다.
최 회장과 52명의 특수관계인(17.5%)은 모두 3%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온전히 표결에 나설 수 있는 반면, MBK파트너스·영풍은 소수 법인과 개인이 ‘뭉텅이 지분’을 가지고 있어 의결권이 크게 제약된다. 다만 집중투표제는 지난 21일 법원이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효력이 없다.
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해당 안건의 통과로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MBK·영풍의 전략이 무산됐다.
특히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안’ 통과를 통해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총괄함으로써 지배구조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분기배당·배당기준일 변경 등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도 통과됐다. 고려아연은 중간배당뿐 아니라 3·6·9월 말일을 기준으로 분기배당을 지급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이익을 환원할 방침이다.
이외 주당 액면가를 현재 5000원 대비 10분의 1인 500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발행주식 액면분할이 가결됐다. 유통주식 물량 증대로 소액주주 투자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 결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향후 양측 간 분쟁은 법적 공방으로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향이라면 MBK 측과 어떠한 논의나 협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열어놓고 언제든지 함께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장에는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대거 상경해 “적대적 M&A를 규탄하고 노조원들이 힘을 합쳐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내겠다”며 피켓 시위를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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