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세입자에 '장기연장' 약속해 놓고 수십억 소송전 논란

코로나 때 "명동 공실 채워달라 사정하더니”세입자와 거액 소송전
담당자 바뀌니 태도 돌변, 고액 임대료 재계약 요구
임차인 비용으로 인테리어 기초공사 끝내게 하고 내쫓길 우려
이지스운용 "임차인 주장 구두약정 입증 증거 없다" 법원 승소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4-10-29 14:53:26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자사가 운용하는 건물 세입자를 상대로 수십 억원 소송전을 앞세워 내쫓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공실로 어려울 땐 구두로 ‘장기 연장’을 약속하며 임대 계약을 맺어놓고 기초공사가 끝날 무렵 돌연 퇴점을 통보한 뒤 명도 소송과 41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청구소송 등 법조치를 진행하며 임차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청휘빌딩 102호(A면)과 103호(B면)을 임차하고 있는 젊은 자영업자 A씨 부부는 이지스자산운용을 상대로 명도소송 2건과 부당이득청구소송 1건 등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서울시 중구 명동 소재 청휘빌딩/사진=네이버 거리뷰

 

A씨 부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코로나 공실로 어려울 땐 구두로 ‘장기 연장’을 약속하며 임대 계약을 맺어놓고 기초공사가 끝날 무렵 돌연 퇴점을 통보한 뒤 명도 소송과 41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청구소송을 진행하며 자신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던 A씨 부부 임차인은 사태가 악화되기 이전 이지스자산운용과 신뢰도 쌓고 관계가 원만했다. 2021년 초 이지스자산운용 직원 P씨로부터 직접 청휘빌딩 103호의 입점 제안을 받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부동산관리업체도 아니고 직접 임대를 제안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앞서 다른 건물에서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마무리해 신뢰가 쌓였던 데다가 굴지의 대기업과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 없이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과 이 자영업자 부부는 이 빌딩 계약에 앞서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이 회사에서 운용하는 명동의 또 다른 건물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계약기간을 성실히 이행한 뒤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청휘빌딩의 103호 임대차 계약도 2021년 4월에 보증금 1500만원에 임대료 월 매출의 10% 조건에 맺은 뒤 18개월간 문제 없이 임대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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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이지스자산운용의 두 번째 제안인 청휘빌딩 102호 계약 이후 붉어졌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장기연장'이 가능하다는 구두약정을 바탕으로 계약서상 '6개월 단기계약'을 체결했다가 담당자가 김 모 차장으로 바뀌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매장을 바로 비우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당시 부부는 기초공사에만 1억10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2개월간 공사를 끝내고 영업준비를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임차인 부부는 이 계약이 '실질적인 장기 임대차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정식 직원이었던 박 모 과장이 코로나 이후에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정에 따라 '계약서 상으로만 단기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이 102호를 제안할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103호 운영도 버거운 상황이었고, 102호까지 새로 매장을 운영하려면 인테리어 공사도 해야 되는 상황이라 재차 거절했지만, 계속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의 간절한 구애에 입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지스자산운용은 퇴거 시 원상복구 기준을 임차인들의 기초공사 이후로 통보했다. 당시 청휘빌딩 102호는 리모델링 이후 한번도 임대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바닥, 전기, 칠, 목공, 설비 등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는데 이 공사의 완료를 기준으로 원상복구를 명령한 것이다.

임차인 측은 "이지스운용에서 공사만 시키고 내쫓으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너무 황망하고 당황스러웠지만, 당장 나갈 수도 없고 그러기엔 손해도 너무 큰 상황이라, 계약을 연장시켜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대료를 올리더라도 매장을 사용만 해달라는 부부에게 이지스자산운용의 변경된 담당자 김모 차장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청휘빌딩의 목표 매각가에 맞는 임대료(103호 월 1억 4500만원, 102호 약 월 2억5000만원)가 아니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이 사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이들을 상대로 명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이지스자산운용이 피고에게 장기간의 상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지스자산운용측 손을 들어줬다.

임차인 부부는 장기연장이라는 구두약정이 아니었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일반적인 단기계약이라면 어떻게 6개월의 단기계약을 맺으면서 4개월간 렌트프리를 주겠냐"며 "앞서 103호는 18개월을 연장하기도 했고, 이를 기반으로 옆 매장도 계약했기 때문에 절대 ‘단기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지스자산운용은 건물주인 모건스탠리와 SK D&D(에스케이 디앤디)에 청휘빌딩의 목표 매각가를 1500억 원으로 설정해 운용 계약을 맺은 상태다. 때문에 103호의 경우 월 1억2610만 원의 임차료를 받아야 정식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로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지자 이지스자산운용 직원이 직접 우리에게 찾아와서 사용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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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부는 관련 증거도 제시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의 관계가 틀어진 직후부터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대화들을 일부 녹취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구두 계약을 믿고 자비 2억 원을 투입해 102호의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는데, 이지스자산운용이 돌연 점포를 빼라고 한 이후부터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 부부의 설명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임대차계약 당시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A씨 부부에게 구두로 장기 사용 또는 정식 계약에 대한 약정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이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2022년 12월 7일 이지스자산운용의 C부장은 A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통화에서 C부장은 청휘빌딩 담당자인 이지스자산운용 P과장이 A씨 부부 사안으로 인해 임원(J그룹장 상무)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A씨 부부에게 설명했다. 당시 P과장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청휘빌딩 운용을 위해 설립한 투자기구(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35호)의 대표이사로 등기된 인물이다.

 

 

다음은 해당 통화의 녹취내용이다.

C부장: 대표님.
A씨 부부: 네. 네.
C부장: (이지스자산운용)J상무 겁나 화났어요.
A씨 부부: 왜요?
C부장: (J상무가) P과장한테 막 '니가 그런 약속을 왜 해?' 막 이러면서, '니가 오래 오래 쓰라는 얘기를 왜 하는 거야?'

A씨 부부: 어
C부장: (J상무) '거기 팝업인데 인테리어하라는 얘기를 왜 하는 거야? '
A씨 부부: 어
C부장: 난리가 났어요. 아~
A씨 부부: 그럼 인테리어하라고 왜 했지? P과장은?
C부장: 근데 P과장이 또 헛소리를 했어요.
A씨 부부: 왜요?
C부장: '저(P과장)는 인테리어 여기가 바닥이랑 이런 게 안 돼 있으니까, 뭐 여기가 인테리어하면.' 

(그러니까 J상무가) '야, 너 팝업한테 그러면 그 바닥이랑 이거 시키려고 거기 유치한 거야?' 

'저(P과장)는 뭐 펀드 돈이 없어서' 

(J상무) '너 정신 나갔어?' 그러면서 '야, 너(P과장)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랬더니 (P과장이) '그래서 렌트프리.' '야, 렌트프리 2개, 여기 임대료 얼마야?'
(P과장) '2억5000만 원입니다'.
(J상무) '렌트프리, 그럼 렌트프리 2개 줄 돈이면, 그러면 니, 펀드 돈으로 공사를 하는 게 맞지. 임차인한테 공사를 왜 시켜.'

C부장:난리야. 난리. 난리가 났어요.

(J상무) '너, 넌 상황 파악이 안 되네. 너 나한테 이런 얘기 안 했잖아? 야, 너 그리고 (A씨 부부가) 조건(임대료 등) 다 맞춘다고 했는데 왜 안 받았냐? 아니, 돈만 맞으면 그냥 받으면 되지, 왜 안 받았어?'
(P과장) '아니, 거기서 아이템도 맞추고, 아니 그리고 뭘 원하는지 모르긴 모르고.'
(J상무) '여기 더 있고 싶다는 거네. 아니, 근데 그걸 왜 파악을 못하는 거야 너는?'
(P과장) '저는 원상복구'
(J상무) '야, 지금 공사 원상 복구 문제가 아니네.'
(J상무) '니가 그런데 너 B면(103호)에 있는 임차인을 왜 A면(102호)으로 확장하라고 그랬어?. 너 확장하라 그랬어? 너 B면을 빼고 A면을 쓰라고 한 거야?'
그랬더니 (P과장이) '저는 B면은 빼고 A면만 쓰라고 한 겁니다'
(J상무) 'B면 인테리어 했는데 A면을 왜 가겠어? 니가, 너 똑바로 말해.'


A씨 부부: 어
C부장: (J상무) '아니, 너는 너 할 일 없냐? 넌 PM이나 LM 놔두고 니가 왜 연락을 한 거야?'
소리 지르고 난리 났어요.
A씨 부부: 총체적 난국이네.
C부장: (J상무) '니가 오래 오래 쓰라는 얘기 니가 했네, 니가. 니가 인테리어하라고 했네.'
 

위 녹취록에 따르면 P과장은 A씨 부부에게 장기 임대를 약속하고 이지스자산운용 측에게 의도적으로 임차인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시킨 정황이 담겨 있다. 아울러 A씨 부부가 이지스자산운용이 원하는 임대료, 업종 등 조건을 맞춰줄 의사가 있었음에도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A씨 부부의 매장을 퇴점시킨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이 같은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임을 알고도 A씨 부부에게 소송가액 40억 원이 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법부는 구두계약이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질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지 않고 이지스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102호에 대한 명도소송 1·2심, 103호에 대한 명도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소송가액 41억 원 규모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1심이 진행되고 있다.

청휘빌딩 102호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계약서에 '사용계약서' 또는 '단기사용계약서'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계약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피고도 이 사건에서 정식 임대차계약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고, 원고(이지스자산운용)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정식 임대차계약에서 사용하는 양식과 확연히 구분된 양식을 사용해 그 계약이 일시 사용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라며 "이 임대차계약에는 상임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임차인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적용되지 않는 단기사용계약(계약서 내 ‘상임법 적용하지 아니함’ 명시)을 체결했음에도,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구두 약정 존재를 이유로 상임법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A면은 2심서 승소 후 3심, B면은 1심 승소 후 2심 진행 중.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1심 진행 중) 당사의 승소 취지는 임차인이 주장하는 구두약정을 입증할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그 외 상임법 적용 등 임차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는 것이다"라고 부언했다.

법조계에선 자영업자인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생겼지만, '일시 사용이 명백한 단기임대차'는 법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이들 부부처럼 피해를 받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물의 소유주들이 저렴한 임차료로 최대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목상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를 막을 법적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A씨 부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비록 계약서에 단기계약으로 명시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구두로 장기 연장을 확정해 줬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넘친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102호는 계약서상으로 단기계약이었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분명히 지속적인 연장을 확약해준 물건이다. 그러면서 공사 기간 2개월, 렌트프리 2개월, 총 4개월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줬다. 이게 정말 일반적인 단기계약이라면 어떻게 6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으면서 4개월의 렌트프리를 주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우리에게는 월 임대료 1억4500만원을 제시해놓고 후속 임차인과는 월 1200만원에 계약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런데 우리에게는 현재 계약액의 1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고는 이 임대료가 아니면 절대 재연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궁금하고 억울하기만 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더라면 받아들였을 건데, 아무리 합의하려고 해도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부디 우리도 현실에 맞는 적절한 임대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만 해달라"고 눈물을 훔쳤다.

감정평가 공정성도 도마 위...감정평가서 근거 41억원 상당 부당이득취득금액 청구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고용한 감정평가업체의 일방적인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이들이 매달 3억7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부당이익으로 취하고 있다면서 총 4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취득금액으로 청구했다. 더욱이 소송이 시작되자마자 가압류를 걸어 통장 사용을 막고 카드매출 입금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까지 취했다.

부부는 코로나 적자에 입점 투자비, 각종 소송비까지 수십 억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았지만, 여전히 시세대로 임대료를 지불할 테니 현재 투자비용이 들어간 건물을 그대로 사용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지스자산운용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지스자산운용은 ESG 목표로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한 ‘공간’을 다루는 자산운용사로서 사회 구성원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사람들이 이지스의 공간을 사용하면서 즐겁고 편안하며 행복한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사회에 제공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강조해 온 '상생'과 '지속가능경영'이 공염불이 되고 있는 일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이지스자산운용이 신뢰도 쌓고 관계가 원만했던 소상공인 임차인을 이런 식으로 내몰고 타협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임차인을 사지로 몰아넣는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지스자산운용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 이번 사례를 꼭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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