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 50% 인상… 한국 철강 ‘직격탄’(분석)
美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업계 비상… 수출·생산 전략 전면 재편 불가피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6-01 08:00:00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현재 25% 수준인 관세를 50%까지 두 배 인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30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6월 4일부터 인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발효된 철강 232조 조치보다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적 입장으로, 한국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수출 효자 품목 ‘미국 시장 의존’ 구조에 치명타
한국은 매년 자동차 강판, 강관류, 도금강판, 가전용 냉연제품 등 고부가 철강 제품을 미국에 약 29억달러어치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철강 수출의 약 9%를 차지한다.
업계는 그동안 ‘고품질-중간 가격’ 전략으로 미국 내 일본, 중국 철강 제품과 차별화해왔으나, 관세율이 50%까지 오를 경우 현지 가격이 급등, 경쟁력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내 일본제철·US스틸의 통합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산 철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출 다변화·현지 생산·제품 고도화 ‘3대 전략’ 시급
이번 조치는 단기 수출 차질을 넘어 한국 철강 수출구조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경고음으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수출 시장 다변화=동남아·중동·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이 시급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철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으로, 고품질 가공강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동남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중남미 유통망 확대를 준비 중이다.
▲현지 생산 확대=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 및 합작법인(JV) 설립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포스코는 미국·멕시코에 이미 가공센터(POSCO-Mexico, POSCO-America)를 운영 중이며, 향후 추가 생산시설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미국 내 고급강판 유통망을 활용해 OEM·JV 방식 진출을 타진 중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현지 생산 중심 정책에도 부합하는 전략이다.
▲제품 고도화 및 차별화=저가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초고장력강(Giga Steel), 현대제철은 해양플랜트·원전용 특수강재 등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AI 기반 설계, 고객 맞춤 소재 제공 등 ‘스마트 철강’ 전략도 병행 추진 중이다.
◆정부와의 통상 협력 강화
산업통상자원부, KOTRA 등과 협력해 무역구제 절차 강화 및 국제 협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업계는 정부에 대해 한미 FTA 내 철강 조항 재협상, WTO 제소 가능성 검토 등을 요청 중이다. 또한 중소 철강업체를 위한 환변동 리스크 완화, 수출보험 지원 등 정책적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번 관세 인상 조치를 단순한 위기 상황으로 보지 않고, 수출 구조의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철강사 임원은 “수년 간 미국 중심 전략에 안주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중장기 전략 전환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미국발 보호무역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향후 대응 전략의 실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