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日 '기린 이치방' 국내 생산…"20년 협력 관계 제조로 확대"
아시아 첫 비계열 파트너 라이선스 생산…전주공장서 초도 300만캔
기린 효모·제조공법 그대로 적용…내년 국내 생산 비중 75% 목표
日 맥주 수요 급증에 공급 안정화…물류비 절감분 판촉 재투자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10-12 09:00:14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합니다. 기린 고유의 제법과 원료,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욱 신선한 품질의 이치방 시보리를 선보일 것입니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하이트진로-기린社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일본 기린맥주와의 협력 관계를 수입·유통에서 국내 생산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일본에서 생산한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국내에 수입·유통해왔으나, 앞으로는 전주공장에서 캔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 기린이 아시아에서 자본관계가 없는 현지 유통사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대표는 “하이트진로는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독점 유통 이후 연평균 14% 성장…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
하이트진로와 기린맥주의 협력은 2004년 기린 이치방 시보리 병맥주를 국내에 처음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에는 캔과 생맥주를 포함한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독점 계약 이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판매량은 연평균 14%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이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린은 아사히·삿포로·산토리와 함께 일본의 주요 맥주 브랜드로 꼽힌다. 대표 제품인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맥주 제조 과정에서 첫 번째로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이치방 시보리 제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맥주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맥즙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첫 맥즙만 사용해 보리 본연의 맛과 깔끔한 풍미를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맥즙은 맥아의 당분과 풍미 성분을 추출한 액체로, 발효를 거쳐 맥주가 된다.
◇ 기린 효모·제조공법 그대로…전주공장서 초도 300만캔 생산
하이트진로와 기린맥주는 국내 생산을 위해 1년 이상 기술 교류와 시험생산을 진행해 왔다. 지난 7월에는 기술제휴협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 기린의 제조공법과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했다.
양사는 일본 현지에서 생산하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와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기린 기술진이 전주공장 생산 현장에 직접 참여해 원료 선정부터 양조공정, 품질관리까지 제조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맛과 향을 결정하는 핵심 원료인 ‘기린 효모’는 일본 기린맥주 생산공장에서 직접 공급받아 국내에서 배양해 사용한다. 홉 등 다른 원재료도 기린이 정한 규격에 맞춰 사용하며 양조 온도와 시간, 배합 비율, 최종 제품 규격까지 수치화된 기준에 따라 관리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년간 세 차례 이상 시험생산을 진행하고 전주공장에서 생산한 시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관능검사와 수치 분석을 거쳤다. 기린이 정한 품질 기준을 세 차례 이상 통과해야 하는 평가 절차를 거쳐 최종 생산 승인을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초도 생산 목표는 약 150만ℓ로, 500㎖ 캔 기준 약 300만개에 해당한다. 내년에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전체 판매량의 약 75%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생산라인 증설이나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전주공장 생산설비를 활용한다.
국내 생산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유통 기간 단축이다. 기존에는 일본 현지 생산부터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약 1개월 반이 소요됐지만, 국내 생산을 통해 이를 1~2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 권역장은 “한국 현지 생산을 통해 소비자들은 기린 이치방을 더 신선하게 만날 수 있다”며 “운송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물량 변동과 관세, 국제 물류 리스크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물류비 등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 대상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 수입맥주 시장 위축에도 기린 고성장…국내 생산으로 공급 확대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을 결정한 것은 일본 맥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수입맥주 시장은 축소되는 반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전체 수입맥주 시장은 연평균 3% 감소했다. 일본산을 제외한 수입맥주 물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 줄어든 반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연평균 72% 증가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 역시 캔과 병, 생맥주 등 전 제품군에서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 예상치까지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연평균 판매량 성장률은 82.4%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 맥주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존 수입 방식만으로는 국내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권 권역장은 “일본 맥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일본 내 수요와 한국 시장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며 “안정적인 공급이 국내 생산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기린은 지금까지 아시아의 수입 파트너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한 적이 없었다”며 “하이트진로의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라이선스 생산 협력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우선 국내 생산과 판매 안정화에 집중한 뒤 추가 협력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권 권역장은 “현재는 첫 생산인 만큼 생산과 판매를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이후 다양한 제품과 사업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