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석용 퇴진을 바라보며..."이젠 평균치를 벗어나자"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2-12-27 18:09:19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최근 LG생활건강은 이정애 신임 사장 선임을 통해 LG그룹 사상 첫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화장품, 생활용품 등 취급 품목이나 업종 등을 감안할 때 여초 현상이 두드러진 기업이었던 만큼 이런 파격 인사는 일찌감치 점쳐져왔다. 

 

이런 성격의 '파격'은 성 차별 등 우리 공동체의 여러 갈등에서 분명히 긍정적 에너지를 확산한다. 

 

다만 차석용 부회장 퇴임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이런 영향을 전부 긍정하기엔 반쪽자리 파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다른 차별 논란을 넘어서진 못하기 때문이다.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재임 17년 동안 실적 불패를 써온 차 부회장 퇴임설이 불거졌던 것은 작년 말부터였다. 당시 이런 퇴임설의 대다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이' 때문이었다.

 

재계에서도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LG그룹도 CEO들은 70세가 되기 전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된 근거였던 것은 재계에서도 70세 CEO가 드물다는 점이었다. 70세를 넘겨 10대 그룹 대표이사 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는 오너 일가 빼고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 회장이 유일하다는 점 등이다.

 

이에 기반해 작년 말엔 올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차 부회장 나이(1953년생)를 언급하며 연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재계 CEO '평균치'에 기대어 나이만 언급하는 게 아니라 한 술 더 떠 마치 나이가 혁신과 성장, 쇄신 걸림돌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평균적으로' CEO가 젊다면 젊은층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해 현재 시장과 가까운 사고 방식과 결정이 가능하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만 젊다고 혁신적이지 않다는 덴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 나이, 빈부, 지역 등등 여러 차별 논란을 넘어서는 행보는 주목받으며 결국 변화라는 긍정적인 파장을 불러왔다. 

 

올 1년 연임 기간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는 복병을 만나 차 부회장은 승승장구 실적으로 늘상 따라붙던 수식어 '매직'을 뗐다. 능력으로 장기간 재임했으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업계 약점을 일찌감치 떨쳐버리지 못한 것도 능력 부족이라면 물러서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차석용 부회장은 그렇게 물러났지만 차 부회장의 짧은 연임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가 '평균적이지 않은 소수', 특히 '능력있고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 등등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 말이다. 

 

40대 CEO만큼이나 능력 있는 고령의 CEO를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마디로 "아직은 아니다"를 보여준 셈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1년 전 '70세' 나이를 이유로 불거졌던 논란들로 무언의 압박을 준 건 아닐까. 우리 공동체가 나이를 이유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압박을 주기 전에 공동선이 무엇인지부터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2005년 LG생건 사장에 오른 이후 해마다 실적 경신을 이끌어온 기간 차석용 부회장은 자신이 그룹에 남는 것이 공동선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4년까지만해도 1조원대를 넘지 못했던 매출을 코로나 사태 첫 해에도 약 8조원대 규모로 키워놨고 엇비슷하게 2004년 당시 1000억원 반토막 수준이던 영업익도 2020년 1조2000억원대 규모가 됐다. 

 

이 지점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차 부회장은 70세이더라도 연임을 통해 자신의 능력으로 CEO라는 중책을 감당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흔히 고령층은 일하기는 원하지만 통상 '복잡하고 중차대한 업무는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40대가 반드시 혁신적이라거나 70대는 안정지향적, 보수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항상 무엇이든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예외를 기꺼이 수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그렇게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기회로 나아갈 수 있다. 

 

CEO 평균 재임 연령이나 관행 등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공동체 발전을 이끌 선이라면 그땐 과감히 '평균'이라는 잣대를 버려야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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