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등 점주들 "일회용컵 보증금제...라벨 대신 표준컵‧공공회수시설 확충" 필요
'매출 반토막' 일선 어려움 가중 "손님 떨어질까봐 미세척 컵도 거부 못해...시럽·크림 안 닦여 뜨거운 물로 닦아"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3-03-13 17:59:01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작년 12월 2일부터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다회용컵 매장 전환과 맞물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시범 사업)에 들어갔지만 실시 100일 동안 카페 등 참여 매장들은 소비자와 갈등을 빚으며 매출 하락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점주들은 정부 홍보 부족 등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재활용 확대 및 일회용 감량, 환경 보호라는 취지 실효성을 거두려면 제도의 전국 확대 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커피 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살 때 일회용컵에 일정금액의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세종·제주 지역 시범 결과를 토대로 제도 보완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 가맹점 100개 이상 카페·베이커리·패스트푸드 매장으로 한정된 시행 대상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도 점주들은 대상 점포 고객 이탈 등을 고려하면 조례가 아닌 전국 전 점포 동시 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세종시와 제주도 카페·베이커리 등 가맹점주들(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세종일회용컵대책위원회·제주일회용컵대책위원회 4개 단체)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100일 실태 조사(지역 526개 매장 중 187개) 기자 회견을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점주들은 ▲라벨지 대신 표준컵(제조 단계서 요금 부과) ▲전국 모든 매장 동시 시행(형평성‧실효성) ▲타 매장 일회용 컵 교차 회수 대책 마련 ▲공공회수시설 확충(실질 회수율 제고) 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구입부터 사용과 반환까지 라벨지 시스템 대신 공병 재활용제도처럼 제조 단계에서 요금을 부과하는 표준컵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점주들(실태 조사 참여)은 라벨지 시스템에 대해 구매 시 매장 지출 부담(89.6%), 라벨지 부착 업무 과중(80.6%), 구입한 양 모두 소진해야 비용 회수(73.1%), 라벨 분실 등에 대한 반납 불가 매뉴얼 미비(65.7%), 현금 반환 시 잔돈 업무 과중과 정산 불일치(64.1%), 라벨지 프로그램 에러(56.7%)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일회용컵 교차 회수가 허용되면서 접근성 좋은 매장은 다른 매장에서 판매한 컵까지 반환 받아 경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현재 세종·제주 지역에서 보증금제를 시행 중인 매장은 소비자와의 마찰로 매장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점주들은 통상 액수로는 월 500만원 가량, 30~40% 매출 하락을 겪은 상태다.
이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와의 갈등은 보증금제 앱 설치(82.1%)부터 시작돼 보증금제를 시행 안 하는 매장으로 이동(79.1%)하거나 고객 불만 표출로 직원 업무 부담 가중‧업무 기피(79.1%), 라벨지 훼손 등으로 반납 불가로 다툼(55.2%) 등 다양하다.
정부 홍보 부족까지 겹쳐 오해와 갈등이 확대되면서 점주들은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미시행 지역에서는 '컵 보증금 시행 안 하는 매장' 문구까지 붙이는 곳마저 나오고 있다.
장인택 세종일회용컵대책위원장은 "제도로 점주와 근무자들은 죄인이 돼야 한다"며 "'망해라, 300원 받아 얼마나 부자 되나 보자' 등 막말과 욕설로 근무자는 업무 기피, 퇴사가 이어지고 점주는 폐업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객은 고객대로 컵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불편과 보증금 부담, 반납 절차 상 번거로움을 호소한다. 점심 때면 반납하려고 매장에서 줄을 서야 한다. 반납 안내가 안 되니 타 매장 컵이라든지 세척이 안되거나 라벨지가 없고 훼손된 컵, 쓰레기 등을 넣은 컵 등이 매장 한 켠에 쌓이고 있다.
점주들은 "(단골 손님들인 경우) 미세척 컵이어도 반환 받는 걸 거부하기 힘들다"며 "반환 받고 세척까지 하는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시럽 등으로 잘 닦이지조차 않아 뜨거운 물까지 써야 한다"고 전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의무 대상 사업장을 도 조례로 확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정부 홍보는 초기 반환 서포터 지원에 이어 대형마트 등지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며 "꾸준히 모니터링해왔지만 매장과의 상시 협의 등은 충분히 반영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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