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정원號 10년, 생사 갈림길서 첨단기업으로 변신…다음 10년은
취임 10년 차 박정원 체제, 구조조정 딛고 첨단산업 재편
두산테스나 이어 SK실트론 인수 추진…반도체 수직계열화 속도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6-05-20 09:22:45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원전과 로봇 중심으로 재편한 그룹 사업축을 반도체 소재·후공정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반도체 사업 확대에 나섰다.
SK실트론 기업가치는 약 5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며, 산업은행은 인수금융 1조원과 차입금 상환 지원 1조50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박정원 체제 10년…유동성 위기 넘긴 두산
박 회장은 2016년 3월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로 취임 만 10년을 맞은 박 회장은 유동성 위기와 구조조정, 채권단 관리 졸업을 거치며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너지와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왔다.
두산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 3조원 규모 긴급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차입금 부담과 발전시장 침체가 겹치며 그룹 존립 위기까지 거론됐다.
박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자산 매각에 나섰고, 유상증자와 사업 재편을 병행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두산은 약 3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이행한 뒤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졸업했다.
구조조정 이후 박 회장은 원전과 가스터빈, 풍력 등 에너지 사업 중심 재편에 속도를 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터빈, 해상풍력 등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형 가스터빈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이탈리아 안살도에너지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 독자 개발 사례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국내 첫 한국형 가스터빈을 공급했고,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에너지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서는 두산밥캣이 실적 기반 역할을 맡고 있다. 두산밥캣은 북미 건설기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최근에는 농업·조경 장비와 전동화 장비 영역까지 사업군을 넓히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의 사업축은 크게 에너지와 밥캣·로보틱스,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가스터빈, 수소터빈 사업을 맡고 있으며, 두산밥캣은 북미 소형 건설장비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협동로봇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으로, 제조업 자동화와 물류 현장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 두산테스나 이어 SK실트론까지…반도체 확대
반도체 사업 확대는 구조조정 이후 박 회장이 추진해온 또 다른 축이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전문기업 테스나를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분야에 진입했다.
기존 ㈜두산 전자BG의 동박적층판(CCL) 사업에 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더하면서 소재와 후공정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BG는 반도체 패키지용 FCCL과 고다층 CCL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CCL은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다.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반도체 포트폴리오가 점차 확장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에너지와 밥캣·로보틱스,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사업축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두산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며 약 1조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확보한 투자 여력이 반도체 등 미래 사업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실트론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두산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제조 역량까지 확보하게 된다. 전자BG와 두산테스나, SK실트론을 연결하면 반도체 소재와 웨이퍼, 테스트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기반 구축이 가능해진다.
과거 두산 구조조정을 지원했던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금융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동성 위기 당시 지원 대상이었던 두산이 첨단산업 투자 주체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회장에게 이번 SK실트론 인수 추진은 단순 계열사 확대보다 그룹 체질 변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은 과거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 그룹에서 원전과 가스터빈, 풍력 등 에너지 사업 확대를 거쳐 반도체와 AI 소재 영역으로 사업지도를 넓히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웨이퍼와 패키지 소재 중요성이 커지면서 두산 역시 반도체 소재 중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11년 회장직 박정원, '형제경영' 전통 속 내년 임기 만료
박정원 회장은 2024년 주총에서 3년 임기를 연장 받아 2027년까지 회장 직을 맡는다. 지난 10년간 박 회장은 위기의 두산을 이끌며 전통 기업 이미지를 벗고 원전과 로봇, 반도체까지 영위하는 첨단 그룹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반도체 사업까지 마무리하면 두산그룹의 1차 변신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박 회장의 임기는 현재로서는 내년 3월까지다. 11년을 회장에 있는 셈이다. 이는 두산그룹이 형제간 경영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에 해당한다.
두산그룹은 부친으로부터 '박승직 상회'를 물려 받은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이 1973년 별세한 후 그 자식들이 순차적으로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다.
오너가 3세 중 첫째인 박용곤을 시작으로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등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 중 박용오 회장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으로 가장 길게 재임한 바 있다.
박정원 회장은 박승직 창업주의 장손으로 두산 오너가 4세대 중 맏이다. 내년 박 회장의 임기 만료로 향후 두산그룹의 거버넌스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을 위기에서 구하고 첨단그룹으로의 변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박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다만, 두산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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