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인천공항 '10년 면세 사업권' 입찰 재개, 흥행할까...관건은 '유커' 전망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3-01-02 17:21:18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인천공항이 제4기(T1 기준)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재개하면서 업계 응찰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인천공항은 팬데믹 기간 사업권 유찰을 거듭한 끝에 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운영 매장 확대 등으로 간신히 매장 명맥을 유지해온 상태다. 

 

이번 입찰은 사업권 통합과 임대료 방식 변화 등으로 면세업계는 사업성 타진에 나선 상태다. 사업설명회는 이달 12일, 입찰 마감 기한은 내달 21일까지다. 

 

특히 사업 안정성을 위해 10년 사업 기간을 기본으로 한 만큼 입찰가에 사업성 검토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또 중국 단체 관광 회복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이 3년 간 지속되며 업계는 희망 퇴직 등으로 조직을 정비하며 아직 생존이 더 중요한 상태다. 글로벌 면세 시장 회복과 맞물려 상징성 높은 인천공항을 붙들기엔 요원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공항 입찰 공고에 따르면 사업권 계약 기간을 기본 5년에 옵션 5년으로 운영하던 방식을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본 10년으로 바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는 기재부 올해 세법 개정안 면세사업 특허 기간 연장 방침과 상가임대차법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또 임대료 방식도 고정 최소보장액 형태를 여객당 임대료로 바꾼다. 여객당 임대료는 공항 여객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인천공항은 "이번 코로나19 등과 같은 여객 급변 상황에서 임대료가 즉각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 운영 불확실성 우려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입찰 사업권을 대폭 조정했다. 입찰 사업권은 일반(대기업) 사업권 5개(총 6320평, 2만982㎡), 중소·중견 사업권 2개(총 992평, 3280㎡)다. 원래는 제1여객터미널(T1) 9개, 제2여객터미널(T2) 6개 모두 15개이던 사업권을 7개로 통합,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 DF1(1288평, 4258㎡)·DF2(1425평, 4709㎡) 사업권과 패션·액세서리·부티크 DF3(1406평, 4649㎡)·DF4(1572평, 5198㎡) 사업권, 부티크 DF5(629평, 2078㎡) 사업권의 일반 사업권과 전 품목을 취급하는 DF8(441평, 1459㎡)·DF9(551평, 1821㎡) 중소·중견 2개 사업권이 입찰 대상이다. 

 

인천공항은 "오픈마켓 등 다른 유통 채널 대비 가격경쟁력이 약화한 향수·화장품과 스테디셀러 주류·담배를 결합해 사업권 품목 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후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패션·액세서리와 부티크 분야는 패션·액세서리·부티크 2개 사업권과 부티크 전문 사업권 1개, 3개 사업권으로 구성해 공항 면세점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고도 했다. 

 

또 인천공항에 따르면 사업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탑승동과 T1 내 비효율 매장은 줄이고 선호도가 늘어나는 T2 매장은 4단계 건설 후 운영 면적은 확대하며 재편, 사업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외 면세 사업 업황 부진 등을 고려해 계약 기간 중 2회 의무 시설 투자를 1회로 축소, 투자비 부담도 줄였다. 탑승 30분 전까지 모바일로 면세품을 사서 인도장 이외 매장에서 면세품을 가져가는 '스마트 면세 서비스'와 T2 '복층형 면세점' 도입, 3·4층 연계 '대규모 명품 부티크' 유치 등 새 시도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스마트 면세 서비스는 출발 전일이나 탑승 2시간 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시내·온라인 면세점 구매 시간 제약을 완화하면서 구매 편의를 높이리란 기대다. 동시에 이런 시도는 아직 팬데믹 충격이 진행형인 업계엔 추가적인 부담일 수 있다. 

 

업계는 "조금 더 들여다봐야겠지만 고정 임대료 방식보다는 임대료가 조금은 유동성 있게 적용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10년 사업권인 점, 사업권 통합이나 임대료 방식 변화 등과 관련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팬데믹 기간 인천공항 해당 사업자 선정은 유찰을 거듭했다. 코로나 사태 전에도 인천공항은 수익을 내던 곳이 아니다. 시내면세점에서 돈을 벌어 인천공항 적자를 메우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면서도 업계가 인천공항이 주는 상징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돈을 벌어들일 곳이 모두 막히면서 제4기(T1) 인천공항 사업권 선정은 유찰을 거듭해온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시장 전체 24조원대이던 매출은 15조원대로 쪼그라들고 개별 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쉽게 말해 인천공항을 붙들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엔데믹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 생존 자체도 위협 받고 있다. 선두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팬데믹이 3년 간 이어지며 근속 연수 15년 이상인 직원들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 인력 약 15% 수준인 160여명을 조정한다고 나섰을 정도다. 신청자는 예상보단 적었지만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 

 

당장 업계엔 부담뿐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인천공항 면세점은 엔데믹에도 매출 기대치를 높일 수 없다. 내국인 비중이 높고 주요 구매 품목은 주류·담배 정도여서다.

 

업계 매출이 달려 있는 시내면세점은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비중이 높다. 면세 시장 매출 대부분은 이들이 일으켜왔다. 면세업계 실적 회복은 유커가 풀려야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수익 구조를 보면 중국 유커 매출은 거의 절대적이다. 코로나 사태 전 기준(2016~2019년) 고객수로 보면 내국인은 유커 1.5~2배이지만 매출은 유커가 내국인 2~3배다. 

 

코로나 사태 후엔 더 극적이다. 전체 700~1000만명 고객 중 내국인 10분의 1에 불과한 외국인이 거의 전 매출(17조원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외국인 90%가 중국 따이공(대리 구매상)인 상황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그나마 업계가 15~17조원대 매출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따이공 수요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사업성은 향후 중국 시장 상황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봉쇄 정책을 접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중국 방역 요건 완화 등으로 중국 내 여행 수요는 회복세다. 해외발 중국 입국 제한 조치도 풀었다.

 

지난달 초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중국은 이달 8일로 해외발 입국자 격리 조치를 해제하고 출발 48시간 전 PCR 음성 결과만 요구한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상황에 중국 내 신규 확진 등이 폭증, 글로벌 경계 대상이 되면서 국내도 중국발 90일 미만 단기 체류 외국인 경우 PCR 검사 의무화 등 고강도 방역 대책을 적용하고 나선 상태다. 

 

업계는 상반기나 하반기 내 중국인 관광객 회복을 바라보긴 하지만 당장 글로벌 시장 큰 손인 중국 단체 관광객을 기대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면세 매출 관건은 유커이지만 문제는 이게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이다. 비단 코로나19 사태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 제4기 사업자 선정을 처음 공고했던 2020년 1월에도 국내 업계는 사드발 타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유커 회복만을 기다리던 상황이다. 

 

업계는 "현재로선 중국 공항 격리 정도 조치만 풀린 상태"라며 "중국 항공 노선 등 회복은 아직 요원한 데다 국내 포함 각국 중국인 입국 제한까지 걸고 있어 그렇게 금방 시장이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봤다. 이어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10년 사업권이다보니 당장은 아니지만 "기다려볼 만하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글로벌 여행·관광업계 재개와 맞물린 면세 시장 회복 가능성만 확신한다면 업계 응찰 가능성은 있다. 

 

한편 인천공항은 특허 심사 대상 사업자를 복수 선정,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은 공사 평가 결과를 50% 반영해 1인 낙찰 대상 사업자를 선정한다. 

 

향후 입찰 일정은 내달 21일까지 입찰 참가 등록해야 한다. 이어 22일 입찰 제안서 제출 이후엔 제안자 평가, 관세청 특허 심사가 이어진다. 인천공항은 최종 낙찰자 결정, 계약 체결을 거쳐 신규 사업자 운영 개시는 올해 7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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