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G생건, '물티슈' 사업 정말 잘 접었다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2-11-18 06:00:00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생존과 직결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맞물려 시장의 가치 소비 흐름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 조직과 우리 공동체에 많은 변화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정부의 일회용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플라스틱 물티슈 사용 제재 등 사안을 앞두고 새삼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LG생활건강이다. 물티슈 사업을 아예 접어버린 결정에 대한 것이다. 해당 결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겉으로 드러난 효과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 논란의 원천 차단이다. 문제가 된 물티슈가 시중에 알려진 것보다 9배다 더 풀렸으니 일면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아보인다. 당초 시작은 지난 7월 검출돼선 안 될 CMIT·MIT 가습기 살균제 원료 성분이 유아용 물티슈(베비언스 온리 7 에센셜 55)에서 발견되면서였다.
사업을 정리한 정확한 속내까지야 알 수 없지만 시중 판매하는 '물티슈' 재질이 종이나 섬유가 아니라 플라스틱이 절반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환경적인 논란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LG생건의 결정을 다시 돌아본다.
LG생건이 살균제 성분 논란을 잠재우면서 '물티슈' 환경 이슈에 한 발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보고 싶다. 이런 결정이 가시화하기까지 LG생건 조직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믿고 싶다.
옳은 목소리와 판단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원과 그런 조직문화가 정착됐다고 말이다. 실제 다른 많은 유통, 대기업과 함께 LG생건도 이미 가치 소비를 내재화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밀레니얼 MZ들이 조직 임원으로서 활약해오고 있다.
LG생건은 20여년 전 우리 사회 생활용품 대참사로 남은 가습기 살균제 '119 가습기살균제(BKC·Tego 51 성분)'를 판매한 기업이기도 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인 LG생건은 대부분의 과거 국내 기업 수준과 행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흡입 독성 시험 한번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 주되게 부각된 문제 성분인 PHMG·PGH, CMIT·MIT와는 달라 참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다.
과거 우리 기업 제품 윤리 수준은 형식적인 면피 수준, 나중에 일이 터지면 변명에 급급한 수준에 그쳤다. 여기엔 조직 내 어느 누구도 안전성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았거나, 문제 제기했더라도 묵살될 수밖에 없었던 조직 문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젠 기업이 환경 문제에 수동적이고 반사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이 돼선 안 되는 시대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보다 더 예민한 윤리 수준의 상품과 판단이 아니고선 마음이 가고 손이 가도록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다.
잘못을 시인하고 윤리적으로 과감히 결단하는 LG생건과 같은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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