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 땐 급행, 내릴 땐 완행"…정유4사 '가격담합 의혹' 파장 커지나

검찰, 정유사 가격결정부서 임직원 2명 구속영장
3월 정유 4사·한국석유협회 압수수색 이후 수사 속도
정부도 강경 대응…석유제품 가격 구조 등 논란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6-06-16 08:45:04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유가를 담합해 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 제품 가격의 급등 이유로 정유사의 가격 담합을 지목하고 현장 조사에 나선 지 3개월 만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유사들이 유가 급등 국면에서는 일제히 가격을 빠르게 올리고, 급락 국면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등 담합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이번 검찰의 조사 결과, 담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논란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가 밀가루, 설탕, 전분당 등 생활 밀접 품목을 대상으로 담합을 밝혀 '철퇴'를 내렸던 만큼 정유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와 가격정보 안내판/이미지=AI 생성 이미지(ChatGPT) 

 

◇ 3월 정유 4사 등 압수수색…가격 사전 협의 등 들여다봐


16일 연합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최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영장 청구는 지난 3월 정유업계 압수수색 이후 약 석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 23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한국석유협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 정유사들이 국내 유통 유류와 석유제품 가격을 사전에 협의해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유사 내부의 가격 산정 방식, 주유소 공급가 조정 과정, 경쟁사 동향 파악 및 정보 교환 여부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최근 에쓰오일 소매관리팀 실무자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담합 의혹의 저변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둘러싼 소비자 불신이 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주유소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는 더디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들이 '짬짜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끊임 없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26일 기준(한국석유공사 오피넷) 리터당 1692.08원이던 전체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5일에는 1834.28원을 기록해 1주일 만에 8.4%, 142.2원 올랐다. 같은 기간 자동차용 경유는 1596.23원에서 1830.25원으로 14.7%, 234.02원 상승했다.

 

이란전쟁이 발발하자마자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지만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빠른 속도인 셈이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이익 확대를 위해 미리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번 담합 조사에서 가격 반영 구조와 함께 정유사 간 사전 협의나 공동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 정부, 시장교란 행위 강경 대응…결과 따라 산업에도 영향 

 

이번 정유사의 담합 의혹은 검찰 조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담합과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매점매석하거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법무부도 같은 달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 등 불공정거래로 폭리를 취하려는 시장교란 행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검찰청에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유가 담합을 "국민의 고통을 폭리의 기회로 삼으려는 반사회적 중대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정유업계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향후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 혐의가 없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참고인 조사와 관련 "수사 상황은 회사와 공유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휘발유와 경유는 개인 차량 운행뿐 아니라 물류, 운송, 제조 원가와도 직결된다. 담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소비자 부담과 산업계 비용에 미친 영향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검찰과 공정거래 당국은 밀가루, 설탕, 전분당 등 생활 밀접 품목의 담합 사실을 밝혀 처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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