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 수출 백색가전 ‘관세 리스크’에 명암…세탁기는 웃고, TV는 울고

세탁기 현지 생산으로 ‘관세 방패’ 구축…TV는 멕시코 의존, 정책 변화에 직격탄 우려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5-06-24 16:32:48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백색가전 사업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 품목인 세탁기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며 관세 리스크를 대부분 방어했지만, TV는 여전히 멕시코 생산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장벽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美 공장 가동으로 ‘세탁기 관세 폭탄’ 피한 韓 가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효 이후 신속하게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세웠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연간 약 120만 대의 세탁기를 생산 중이며, LG전자도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연간 60만 대 이상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가전 유통 업체 ‘로우스(Lowe’s)’에 ‘LG 시그니처’ 29인치 세탁기와 건조기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사진은 고객이 로우스 매장에 전시된 'LG 시그니처' 세탁기 및 건조기 제품을 둘러보는 모습./사진=LG전자 제공

 

두 회사 모두 현지 생산을 통해 50%에 달하는 세탁기 관세 부과를 피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다. 

 

특히 세탁기는 미국 소비자의 수요가 높은 핵심 가전 품목으로, 현지 생산 체제는 가격 안정과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 TV는 멕시코 생산 고착…향후 관세 부과 시 ‘취약 지점’

 

반면, TV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과 LG는 모두 멕시코 북부의 마킬라도라(무관세 산업단지)에서 TV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이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제에 기반해 관세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구조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멕시코·중국 등 해외 생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TV 산업 재건이나 자국 제조업 보호 명분이 강화되면, 한국산 TV도 수입 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V의 경우, 가전 부문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물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삼성·LG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품목이다. 따라서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생산 전략 재점검 시급…“TV도 ‘뉴베리 모델’ 필요”

 

업계에서는 삼성과 LG 모두 TV 부문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LG전자도 북미시장 내 생산 다변화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세탁기는 웃고, TV는 운다’는 구조를 넘어 전 제품군에 걸친 현지화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구조를 뒤흔드는 정책 리스크”라며 “이미 미국에서 성과를 본 세탁기처럼, TV 등 다른 품목도 전략적인 생산 거점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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