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3월 주총 앞두고 지배구조 불확실성 확대…"ESG 원칙 확립 절실"
성추행 사건 처리·로수젯 원료 논쟁으로 잡음
북경한미·원외처방 호조…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
송영숙 회장 “전문경영인 원칙” 재확인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6-03-12 06:58:00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한미약품이 이달 말 개최될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해 홍역을 치르면서 전면에 내세운 박재현 대표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실적 측면에서는 역대 최대 성과를 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최근 성비위(성추행) 사건 처리 논란과 중국산 원료 전환 압박 논쟁까지 불거지며 경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박 대표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정기 주총에서 경영진 거취와 지배구조 방향이 정리될 전망이다.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이 강조해 온 ‘전문경영인이 경영의 중심을 맡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지원하는 지배구조’ 역시 다시 주목 받는다. 어렵게 정착시키려 했던 체제가 다시 흔들리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 대외적으로도 기업 안정성과 내부 통제 결여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2025년 ‘역대 최대 실적’…원외처방·북경한미 성장 이끌어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 순이익 18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2%, 33.9%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원외처방 매출이 1조836억원으로 집계되며 국내 영업 기반이 탄탄함을 보여줬다. 주요 제품 가운데 로수젯(2279억원), 아모잘탄패밀리(1454억원) 등이 처방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의 개선 흐름도 두드러졌다. 북경한미는 2025년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777억원, 순이익 674억원을 기록하며 연 매출 400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특히 작년 4분기 눈에 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5년 4분기 매출은 4330억원,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1%, 173.4% 증가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받았다.
◇ ‘오너 갈등’ 이후에도 잡음…이번엔 최대주주 vs 전문경영인
다만 실적과 별개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너 일가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박재현 대표 간 충돌이 공개적으로 번지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이 본격화된 계기 중 하나로는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난 이후의 처리 과정이 꼽힌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화 녹취 내용까지 공개되며 대립이 격화됐고, 내부 신뢰를 흔드는 이슈로 비화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로수젯 원료를 중국산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박 대표 측 주장까지 더해지며 논쟁이 확대됐다. 로수젯은 한미약품의 핵심 품목으로, 지난해 처방 매출 2279억원을 기록한 고지혈증 복합제(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다.
업계에서는 통상 중국산 원료가 국내산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박 대표가 전환 관련 업무 중단을 지시하면서 현재 해당 사안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약사회도 입장문을 내고 원료 변경을 경영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의약품 원료 변경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약품 신뢰에 직결된다”며 과학적 검증과 규제 당국의 엄격한 평가를 전제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송영숙 회장 “전문경영인 독립성 보장”…박 대표에 힘 실어준 메시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갈등 국면에서 ‘원칙’을 재확인했다. 송 회장은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임성기 선대 회장 역시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지배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결과적으로 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 3월 주총, 연임 여부 넘어 ‘경영 안정 장치’가 핵심 과제로
박 대표 임기가 3월 중 만료되는 만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과 함께 이사회 구성 변화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주총 날짜가 확정·공개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든, 연임이 불발되든 한미약품은 주총 이후 경영 안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윤리·인권 이슈를 포함한 내부 통제 및 대응 체계 △이사회 독립성과 운영 원칙 △중장기 성장 전략과 실행 로드맵을 보다 선명하게 내놔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3월 주총 이후 경영 안정 장치와 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증명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시스템을 확립해 이같이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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