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워싱턴 전격행…관세 협상 막판 카드로 ‘반도체 외교’ 띄우나

삼성전자-테슬라 22조 AI칩 계약 성사…美 반도체 투자 확대, 한미 협상 지렛대 될까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7-29 16:16:3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미국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발효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이 회장의 행보는 단순한 출장 그 이상으로 읽힌다.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첫 외부 일정이라는 점에서 사법리스크를 털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선언이자, 반도체 협력을 매개로 한 ‘경제 외교’의 선봉장을 자처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방미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카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입지를 보완하려는 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제조업 회귀 정책을 강화하며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우방국에도 고율 관세 압박을 예고한 상황에서, 삼성의 현지 반도체 투자 확대와 기술협력 구상이 한미 간 관세 갈등을 완화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외교의 ‘실행자’로…워싱턴 향한 이재용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기자들이 방미 목적을 묻자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남긴 채 출국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오히려 이번 출국의 무게감을 더한다. 무역, 외교, 기술, 안보가 얽힌 복합 협상 국면에서 이 회장의 직접 방문은 단순한 경영 차원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거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미국에 약 370억 달러(한화 약 54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오스틴 인근 테일러시에는 차세대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건설 중으로, 내년 가동을 목표로 마무리 공정이 한창이다.

테슬라와 22조 ‘AI 반도체’ 계약…미국의 ‘국익’과 맞닿은 삼성
 

이 회장의 방미 직전, 삼성전자는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22조8천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수주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으로,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6’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부흥 정책, 이른바 ‘CHIPS and Science Act’와도 맞물려 전략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삼성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및 기술 자립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자국 제조업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상업적 성과를 넘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전략적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 기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실용적 협상 카드’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

사법 리스크 해소…총수 리더십의 복귀 선언


이재용 회장의 이번 출국은 지난 17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처음 공개된 외부 일정이다.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등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벗은 이 회장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이는 삼성의 ‘총수 리더십 복귀’로 해석된다. 앞서 이 회장은 중동,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쳤으나, 사법 일정 탓에 미묘한 제약이 따랐다. 

 

이번 미국 출국은 이를 정면 돌파한 상징적 첫걸음이다.

또한 이 회장의 방미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대미 통상 협상을 총력전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경제계 대표 인사의 행보는 외교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삼성의 ‘투자 외교’는 산업계 차원의 실리적 협력 제안이 될 수 있어 워싱턴 정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무역전쟁 ‘완충장치’ 될까…삼성의 전략적 가치 재조명
 

미국은 최근 중국산 제품뿐 아니라 한국산 제품에도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철강, 전자기기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실제 투자’와 ‘첨단 기술 협력’은 대미 무역협상의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삼성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실질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우군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서 외교적 레버리지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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