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인 청년들이 기획한 축제 ‘슬로우페스티벌’, 성황리에 폐막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혁명모델, “자유가 치료다” 이제 한국에서도

박완규 기자

ssangdae98@naver.com | 2024-12-05 23:54:29

▲사진별의 친구들 제공

 

[소셜밸류=박완규 기자] 지난달 27일 신경다양성을 가진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축제 ‘슬로우 페스티벌’이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별의친구들 사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단법인 별의친구들(대표 김현수)에 따르면 이날 축제는 별의친구들 사옥 1~4층에 있는 12개의 공간을 통해 미술·문학·미디어 전시, 랩·연극·움직임 공연, 쿠키·초상화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올겨울 처음 폭설이 내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빈틈없이 메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이번 축제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신경다양인 청년들은 축제기획단을 결성해 매주 세 차례 회의와 토론의 과정을 꾸준히 거치며 서로 간의 합의와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치며 프로그램들을 직접 구상해나갔다.

이번 축제에서 예술기획팀장을 맡은 동료지원활동가 박윤수 가디언은 “계획이 정말 현실이 될지 몰랐다. 우리가 축제 전 과정에서 함께 회의하고 결정한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니 벅차다”고 밝혔다.

‘세상을 천천히 가게 하다’라는 주제로 기획한 연극 ‘브로큰 바디(Broken Body)’ 퍼포먼스에는 당사자 어머니도 동반 출연하며 이 세상의 모든 발달·정신장애인을 위한 위로의 포옹을 전하였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 뜻깊었던 과정은 신경다양성을 가진 청년들이 이들의 축제에 지역민들을 초대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쓴 손편지와 팜플렛을 전하고 지역 이웃들과 새로운 관계의 지평을 넓혀갔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별의친구들 대표이자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대표는 “자유가 치료다”라는 슬로건으로 잘 알려진 정신보건분야의 혁명적인 치료가 생각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들의 강제 수용이나 시설 격리가 아닌 지역에서 더불어 사는 치료를 위해 1978년 바살리아 법을 제정해 공공 정신병원을 폐쇄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을 확립한 이탈리아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갈 곳이 없어 은둔하고 고립되는 배드 더블 사이클(Bad Double Cycle) 확산을 막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포용적 사회로 가기 위한 당사자 청년들의 실천적 모색이 되었다는 점에서 뜻 깊다“고 전했다.

 

▲사진=별의 친구들 제공
이 과정에서 지역 내 치과, 부동산, 베이커리, 교회, 주유소, 약국, 법률사무소 등 총 40여개의 이웃 기관을 돌아다니며 축제에 초대하였는데, 당산동 플러스동물메디컬센터는 청년들의 꿈을 응원한다며 따뜻한 후원금을 전했다.

홍보를 기획했던 당사자 청년 김민재 씨는 “이번 홍보를 계기로 우리 주변에 친절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앞으로 길가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 인사를 할 수 있는 이웃 사이가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시설이 아닌 신경다양인 당사자가 주인이 된 지역축제, ‘제1회 슬로우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친 별의친구들은 "내년에도 정기적인 축제와 공연, 전시, 식음료 판매 등을 통해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다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슬로우페스티벌’이 전 세계의 수많은 신경다양인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애드보커시로 확장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사단법인 별의친구들은 현재 학교밖청소년 대안학교로서 신흥성인기(Emerging Adulthood)라고 불리우는 20대 초반의 인생준비를 돕기 위한 스타칼리지, 신경다양인들의 경제사회적 독립을 위한 일하는 작업장 청행별의 202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신청 방법은 별의친구들 블로그와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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