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건설사 '비상'…현대건설, '중동 리스크' 현실화하나
사우디·이라크 대형 수주 확대…해외 성장축 강화
네옴 축소·계약 해지 현실화…공기 지연·비용 변수 확대
“포트폴리오 전환·리스크 관리 고도화”…주총서 대응 전략 제시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6-03-30 08:55:56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현대건설이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늘려 실적 확대의 기반을 쌓았지만, 이란 전쟁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부담도 커지는 문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원전과 해생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을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을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적지 않고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아 곧바로 성과를 내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은 이란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각국의 재정 부담 확대가 겹치며 발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축소와 계약 조정이 진행되면서 공사 일정 지연과 비용 재산정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란전쟁 장기화 우려로 중동 건설 시장 불확실성 확대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국내 건설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사 중 상당수가 해외 사업, 특히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25년 신규 수주 33조4394억원을 기록해 연간 목표 31조1000억원을 7.4% 초과달성했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95조896억원으로 약 3.5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해외 수주가 늘어나 잠재적으로 실적 확대될 기반은 확보했지만, 주력 시장인 중동 상황 변화는 오히려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 상품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글로벌 협업을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태양광, 수소·암모니아 등 탈탄소 에너지 생산 플랜트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전력망,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밸류체인 전반의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기존 중동·동남아 시장에서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사업 수행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여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로 33조4000억원을 제시했고, 매출 목표는 27조4000억원을 잡았다.
◆ 중동 수주 확대해 온 건설사들 부담 커져…사업 재편 불가피
하지만 이란전쟁으로 그동안 중동에서 쌓아온 수주 실적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건설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약 6조5000억원)와 자푸라 가스 플랜트(약 3조1000억원)을 잇달아 수주하며 대형 플랜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했다. 이어 2024년 리야드-쿠드미 500kV 송전선로 공사(약 1조원), 2025년 메디나·젯다 380kV 송전선로(약 5125억원) 등 전력 인프라 사업을 추가 확보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이라크에서도 4조3901억원 규모 해수공급시설(WIP) 사업을 수주하며 에너지·인프라 중심 해외 사업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실적도 개선흐름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1조629억원, 영업이익 6530억을 기록하며 2024년 영업손실 1조2209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매출은 전년 32조6944억원 대비 4.9% 감소해 외형은 뒷걸음질했다.
◆네옴 리스크 현실화…“수주=성과” 공식 흔들
그러나 중동 사업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실적 개선흐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은 2022년 6월 수주한 사우디 네옴 터널 공사(총 약 10억달러, 현대건설 지분 약 7231억원)가 올해 3월 발주처 사업 재편으로 계약 해지됐다.
회사 측은 투입비 정산으로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밝혔지만, 메가 프로젝트 구조 변화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당초 길이 170km 규모로 계획된 ‘더 라인’은 2034년까지 2.4km 구간 우선 건설로 조정되며 사업 속도가 크게 늦춰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2024년 기가프로젝트 장부가치를 2410억리얄에서 2110억리얄로 낮추고 약 80억달러 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중동 시장에서 대형 수주 전략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이란전쟁 장기화는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중동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확대와 함께 사업 다변화를 병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건설의 성과가 단순 수주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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